세월호 4주기…생존자 위한 구세군의 사랑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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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생존자 위한 구세군의 사랑 ‘재조명’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4.0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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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꿈 공작소’ 2년간 생존 학생 대학 적응 도와
‘나만 살았다’는 부채의식 벗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
멘토링‧해외 봉사활동 등 다각도 지원… 50여명 참여
▲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실시한 세월호 사고 생존학생 재난회복프로그램 ‘새내기 꿈 공작소’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진행됐다. 사진은 생존 학생들이 몽골에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펼친 모습.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75명의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이들이 있다. 바로 구세군자선냄비본부(사무총장:곽창희 사관, 자선냄비본부)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가 지난해 연말까지 진행한 세월호 사고 생존학생 재난회복프로그램 ‘새내기 꿈 공작소’가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은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커다란 숙제다. 또 한 가지 생존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이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 2015년 75명의 생존 학생과 사고 당시 잔류학생 11명을 포함한 86명은 단원고 특별전형으로 대부분 대학에 진학했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나친 특례’라는 비난이 일었다. 정원 외 입학이었음에도 마치 이들의 입학으로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박탈됐다는 거짓 소문까지 돌았다.

생존 학생들의 대학 입학을 앞둔 지난 2016년 1월 자선냄비본부는 ‘새내기 꿈 공작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참사 후에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데다, 또래에 비해 대학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준비가 부족했던 생존 학생들을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 발전시키는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자선냄비본부와 강철희 교수(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가 이끄는 ‘뉴솔루션’의 협력으로 마련된 이 사업에서는 트라우마 극복만큼이나 학생들이 정상적인 대학 수업에 적응하는 일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학습지원은 학생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전공기초 과목들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 전반적인 실무를 맡은 뉴솔루션의 이종화 팀장은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아이들이 학업을 중도포기 하지 않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50명 가운데 감사하게도 단 한명도 중도 포기자가 없었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예상을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총 2년간 진행된 사업에서는 튜터링 외에도 직장체험과 해외연수, 공동프로젝트, 가족힐링여행, 국내외 자원봉사가 포함됐다. 특히 가족힐링여행과 국내외 자원봉사의 경우 참가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총 40가정, 164명이 참여한 가족힐링여행은 참가자가 희망여행지와 일정을 선택하면, 자선냄비본부가 2박3일 여행의 숙박과 경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행에 참여한 생존자 오 모 학생은 “세월호 사고 이후에 가족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해왔다. 3년이 지났는데도 그 후유증이 무의식 속에 숨어서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을 통해 그동안 서로에게 감춰왔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런가하면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은 생존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의 경우 수시로 진행됐고, 해외는 2017년 2월과 8월에 캄보디아와 몽골에서 진행됐다. 캄보디아에서 어린이 교육 봉사에 참여했던 양 모 학생은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예전보다 스스로 더 발전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내가 단원고생이었다는 점을 잊었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봉사란 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에는 그간의 봉사활동의 모습이 담긴 포토에세이 ‘안녕하세요?’가 발행됐고, 사진전도 진행됐다. 사진전을 끝으로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이종화 팀장은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학생과 가족들에게 다가간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졌던 이들도 이제는 구세군을 매우 신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 곽창희 사무총장은 “세월호라는 아픔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생존 학생들이 삶의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성장하려면 기성세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국민들도 차가운 시선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자립을 함께 응원해주면 좋겠다. 특히 믿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곽 사무총장은 또 “많은 국민들의 기부가 있었기에 이 일이 가능했다. 선한 기업과 단체, 개인, 어린이들까지 함께했다”며 “앞으로도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소중한 기부금이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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