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일의 문화칼럼]세례 받은 커피, 교회 안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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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일의 문화칼럼]세례 받은 커피, 교회 안의 카페
  • 장남일 대표(아크인터내셔널)
  • 승인 2018.02.26 2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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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커피 문화(1)
▲ 장남일 아크인터내셔널 대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며, 성경을 읽고, 큐티를 나누고, 간단한 다과를 나누는 모습은 이제 교회에서 주일이 아닌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교회 카페에서는 직접 담군 과일청 음료나 차들이 여느 카페 못지않게 잘 나오지만,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 커피 관련 메뉴들이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그만큼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들도 좋아하는 ‘커피’가 사실은 오래전에는 기독교 문화권 국가에서 금지령이 내려진 음료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 ‘악마의 음료’라는 수식어가 붙어 중세시대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금기시 되어 있던 음료였다. 민간에 자리 잡은 커피를 막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은 교황 클레멘토 8세(Pope Clement VIII)에게 탄원서를 보내 막아주기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커피를 테스트하기 위해 시음한 클레멘토 8세는 ‘이런 좋은 음료를 이교도들만 마시게 할 수 없지. 이것을 어떻게 우리가 마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커피에게 세례’를 주는 일까지 벌이게 되었다. 커피에게 세례를 주다니 이런 일이 진짜 있었나 하고 놀랄 일이지만, 지금 이것이 바리스타 필기시험 문제집에도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에서 ‘카페’하는 것은 어떤가? 불과 20년 전만해도 교회에서 상업적 활동을 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카페나 상업적 공간에서 ‘성경 나눔’이나 ‘기도’를 잠깐이라도 하게 되면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신경 쓰다 보니, 편한 공간을 찾아 예배당이나 교회 소그룹 공간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가 폐쇄적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을 막기 위해 교인들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카페’다. 자연스럽게 커피나 차 한 잔 하기 위해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전도의 창구이자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에 카페 만들어놓고 아무리 가격을 싸게 한들, 우리 크리스천들이 거기를 자주 가겠는가? 어쩌다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불교신자인 사람을 전도하기 위해 간다 해도 자주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타 종교에 비해 거부감이 덜 들어서 ‘교회 카페’에 온다 해도, 편안하게 느끼면서도 호기심을 일어날만한 기독교 문화 콘텐츠는 만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전시 공간도, 참여 공간도 아닌 그저 만남의 장소로만 제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중세 시대에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게 되면서 카페는 문학과 자유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왕래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자신의 세계를 모인 사람들에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적 나눔이 카페에서 사라지고 상업적 활동만 남았다. 카페에서 사라져 가는 문화적 활동이 교회 카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로 다른 문화는 처음에 경계선이 분명하고 가까이 하게 되면 충돌하다가 결국 그 경계선을 넘어 드나들게 된다. 그때 그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 문화에 어떻게 잘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문화의 주도권이 이동하게 된다. 문화적 충돌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영역에 속한 문화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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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스 2018-03-13 17:57:07
커피가 세례를 받다니 재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