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해메다 만난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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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해메다 만난 하나님
  • 승인 200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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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목사의 ‘희망목회 45년’ - 죽음의 문턱에서<4>

4월 첫 주일, 세례문답과 동시에 침례를 베풀었다. 그날따라 봄비가 내려 날씨가 매우 쌀쌀했다. 침례를 베푸는 수색강물은 아직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침례 받은 성도들은 잠깐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모닥불에 몸을 녹이니까 염려할 것 없었지만 나와 허스톤 선교사는 함께 두 시간 가까이 가슴까지 차는 물 속에 서 있어야 했다. 나는 몸이 떨려 왔고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더구나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군복을 입은 채로 그냥 들어갔었다. 어머니 전도사의 얼굴빛은 내 건강을 염려하고 있었다.

성도들은 손뼉을 치고 찬송을 부르며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다. 다행히도 침례식은 은혜 가운데 끝났다.

“전도사님, 선교사님! 수고하셨어요.”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기쁩니다.”

나는 채 마르지도 않은 군복을 입고 그날 밤 귀대해야 했다. 내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그날 밤 나는 탈장이 되어 육군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수술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고 했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 침대 위였다. 누군가 “조 전도사”하고 나를 불렀다. 희미한 눈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성도들과 어머니 전도사였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해야 복음을 전하지.”

“오! 주여.”

어머니 전도사가 내 손을 꼭 잡고 외친 절규였다. 나는 겨우 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어머니 전도사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서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최자실 전도사는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병실에서 나를 돌보려고 옷가지를 싸가지고 왔다. 그때 나는 고통을 못 이겨 신음했고 온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식은 땀을 닦아주고 젖은 옷을 벗긴 다음 자신의 치마와 저고리를 입혀 주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부끄러움도 없었다. 최 전도사는 내 옷을 빨아다가 창틀에 널어놓고 침대 밑에 앉아 기도했다.

며칠 후 의사는 어머니를 불렀다. 의사의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수술 후유증이 심하고 더군다나 폐렴까지 겹쳐서 기침만 하면 수술부위가 자꾸 벌어집니다. 아물지도 않습니다. 열세 군데나 수술했는데 이러다가는 아무래도 회복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준비하십시오.”

나는 다시 열이 오르고 기침을 심하게 했고 가끔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헛소리를 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랐다. 어머니 전도사는 병실이 비좁아서 내 침대 밑에 들어가 꿇어 앉아 작은 소리로 간절히 기도하곤 했다.

“하나님! 이 아들 지켜주옵소서. 우선 기침이라도 좀 멈추게 해주시옵소서. 하나님이 사랑하는 주의 종, 조 전도사가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여 주의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다가 이렇게 되었사오니 주여! 주여! 주여! 주의 영광이 가리지 않도록 역사하여 주옵소서.”

나는 잠들지 않고 어머니 전도사의 기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어머니, 이제 기도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날 버리셨나 봅니다.”

“무슨 소리. 하나님은 절대로 버리지 않으시네. 조전도사는 사명이 있잖아.”

어머니 전도사는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병실을 나갔다. 기도하러 간다 했다. 이제는 하나님 밖에 의지할 곳이 없으니 기도를 해야겠다며 비장한 결심을 한 듯 보였다. 어머니 전도사의 간절한 기도가 시작됐다. 병원 정원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드리는 결사적인 최후의 기도였다.

그 시간에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큰 구렁이 한마리가 나를 삼키려고 나를 뚤뚤 감아 오는데 저 요단강 건너편에서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더니 그 연기가 나를 감싸자 구렁이가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어머니 전도사는 내가 잠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땀을 닦아주고 침대 곁에 앉아 계속 방언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 전도사를 힘차게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나 이제 살았습니다. 살았어요. 참 시원합니다.”

“무슨 소리야.”

차분히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어머니 전도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화답했다. “아멘, 할렐루야.”

“살아 계신 주님이 나를 살리셨어요.”

“우리 성도들의 기도가 연기처럼 하늘에 상달되어 조 전도사 잡아먹으려는 병 마귀 죽였어. 할렐루야! 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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