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준비 부족”, ‘헌법소원’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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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준비 부족”, ‘헌법소원’ 검토 중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1.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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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지난 17일 법적 검토 시작키로 논의 … 이주 내 교단장회의서 결정될 듯
▲ 2018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 내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동향이 일고 있다. 실제 헌법재판소에 소가 제기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 시행을 한달여 앞두고 기독교계가 ‘헌법 소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무들은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종교계와 소통 없이 무리하게 현재 추진되는 종교인 과세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했다.

우선은 예장 고신총회가 헌법소원에 적극 나설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 관계자는 “변호사와 검토 중에 있으며 기재부에서 제기하는 내용들을 지켜보면서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도 이주 내 회의를 소집해 제소여부와 방법을 추인할 것이 유력하다.

총무단 한 관계자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으며, 로펌과도 소득세법 개정 등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이제야 정부는 새로운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별도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예고된 대로 2018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기획재정부 등 세정당국은 한국교회교단장회의를 비롯해 한교연, 한기총, 한장총 등 교회연합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종교인 과세 TF와도 간담회를 갖고 ‘유예 없이’ 종교인 과세를 내년 1월 1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 고형권 차관은 지난 14일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지 않고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까지 밝혔지만, 기독교계는 현행 추진방식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단장들은 “종교인 과세 시행 자체에는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도 찬성하고 있고 국민의 의무로서 당연히 납세를 이행해야 할 것이지만, 기재부가 종교계와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무리하게 과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보다 투명하고 부작용 요소를 최소화 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교단장들은 “정부가 말로만 부작용이 없도록 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종교단체에 대한 무리한 세무사찰을 차단하는 내용을 소득세법에 명기하는 개정이 필요하며, 이를 공식서면으로 답변해야 한다”면서 “기재부는 지금까지 교단들이 산하 교회를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기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주요 교단의 총회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지난 15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종교인 과세를 전적으로 수용해 국민의무를 이행할 것이지만,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구체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OECD 주요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과 같이 종교단체가 증명하고 그 증빙서류를 세무당국에 제출하면 그대로 인정하는 협의과세 체계여야 하며, 종교단체 고유활동이나 목적 성취를 위해 사용하는 모든 재정에 대해 일체 간섭할 수 없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종교인 과세 찬성하지만, 준비 부족과 부작용 보완대책 제시돼야”

과세 공통항목 개신교 35개, 불교와 천주교 등 5개 종단 1~3개 불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정서영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엄기호 목사)는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기재부가 종교 간 형평성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연합기관은 “개신교 종교인 소득과세에 대해서만 35개에 달하는 공통항목을 제시한 것은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라며 “기재부가 작성한 세부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불교는 2가지, 천주교는 3가지, 원불교는 2가지, 천도교는 1가지 유교는 한 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과세항목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재부가 마련한 종교별 과세 기준안은 종교계 의견을 듣기 위해 작성한 것이며 종교계 의견을 거쳐 확정될 내용인 만큼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세기준안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과세 시행 한달이 조금 남은 시점까지 과세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과세 대상자들에게 안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각 종교별 기준안에 대한 요청이 있었지만, 기재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 지난 15일 한기총이 종교별 기준안 자료들을 입수해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한간에 회자되던 종교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불교계는 외부적으로는 종교인 과세에 매우 우호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반발세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최근 불교계 한 매체에 따르면, 승려들에게 지급되는 최소생계비 항목에까지 과세하려는 것은 종교계 특성이 전혀 고려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교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은 종교인 과세시행이 유예되는 데는 부정적이다. 종교계가 과세방안의 보완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여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여부가 앞으로 매우 중요해 보인다.

교단장회의 관계자는 "국민들의 뜻을 잘 살피면서 종교인 과세가 연착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교회협, 교회재정건강성운동 등 종교인 과세 시행 적극 환영

"종교인 과세 연기 납득 안돼 ... 잘 정착되도록 준비해야 해"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예정된 대로 종교인 과세가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이 활동하고 있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종교인 과세에 적극 찬성하고 있으며,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오는 27일 서울 소망교회(담임:김지철 목사)는 목회자들을 위한 종교인 과세 준비세미나도 개최한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대표:이문식 목사)은 “기독교 대표기구들이 종교인 과세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2018년 실시하기로 한 종교인 납세를 적극 환영하며 한국교회와 과세당국이 착실히 준비해 잘 정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자칭 기독교 대표기구들도 실질적 한국교회와 목회자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주장을 중단하고 목회자 납세에 잘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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