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가 세속정치에 참여해도 좋은가-고영민/천안대대학원 부총장
상태바
성직자가 세속정치에 참여해도 좋은가-고영민/천안대대학원 부총장
  • 승인 2004.02.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4월 총선을 앞두고 연일 정치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여의도의 금배지를 달기 위해 정가와 지역구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가 하면 시민의 소리를 대변한다는 각종 시민연대측에서는 낙천, 낙선운동이라는 거센 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열풍에서 한가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적인 현상은 성직자들을 비롯해 교계의 지도자들이 정치일선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성직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정치권에 참여함으로써 그 타당성 여부에 대한 많은 논란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성직자나 교회 지도자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말아야만 하는 것일까? 정치에 참여해야만 한다면 그 성경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박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정치에 활발히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서양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유대적 기독교의 원칙들에로 되돌아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바 모든 것을 다해야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고 하였다.

그는 의와 공평에 관한 성경적인 표준을 세우기 위해 행한 싸움에 대해서는 결코 사과하지를 않았다. 그러나 쉐퍼의 견해에 반대하는 자들은 우리 믿는 자들에게 주어진 한가지 과업은 개인들을 구원하고 영적으로 가르치는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는 일시적이지만 구원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크리스천의 시민적인 책임에 대해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롬 13:1)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그를 시험하려고 하는 자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고 말씀하셨다.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때에는 매우 혼란스러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부가 선을 도모하기보다는 악을 자행하며 믿는 성도를 핍박하고 불의를 행할 때에도 복종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은 로마의 식민지 하에 있는 성도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정치적인 혁명에 참여하여 투쟁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성경은 국가라는 조직 안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 법률과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도록 가르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으로서의 성도가 국가의 권위와 법에 순응하여 질서를 세우듯이 국가 권력도 하나님의 법에 따라 합당한 처리를 해야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믿는 성도는 하나님의 법에 합당할 때에만 순복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성직자가 세속정치에 참여해도 좋은가. 현재 성직자의 정치참여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에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직자의 정치참여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에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성직자의 우선적인 책임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 잃어버린 바 된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마 28:19,20; 행 1:8) 정치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은 한낱 허구적인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속정치는 문자 그대로 음모와 거짓과 배신 그리고 온갖 불의한 방법들이 난무하는 진흙탕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와 하나님의 일은 엄격히 구분된다. 정치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이루지 못한다.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인간의 폭력을 제어하고 악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일 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썩어가는 어둠의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의 정치문제나 사회문제에 성직자를 비롯하여 믿는 성도가 전적으로 가담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믿는 성도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한 한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록 정치 일선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국가권력에 순응하고 악행하는 자에 대해 오래 참고(벧전 2:13-17) 권세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함으로써(딤전 2:1-4) 천국의 시민과 그리스도의 백성으로서의 우리의 의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