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8장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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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8장 묵상
  • 승인 2004.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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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8장에 보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모세의 율법을 들이댔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그 여자는 벌거벗겨진 수치심과 죽음에의 공포로 얼마나 떨었을까? 그리고 용케도 그런 현장을 잡아 여자를 끌고 온 사람들은 얼마나 기세등등하였던가? 예수를 옭아매려는 사람들의 심리에서 출발된 이 사건의 역설과 신비는 그 여자가 벌거벗기운 채 예수 그리스도 앞에 온 데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하도 대답을 재촉하므로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예수님 외에 죄없는 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그들도 나이가 오래 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떠나가고 말았다.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았다. 예수께서는 다시 고개를 드시고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하고 물으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따뜻한 용서의 선언과 새 삶에 대한 격려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허물을 가릴 아무런 옷도 지니지 못했던 그 여자는 가장 좋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옷을.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들의 허물이 검찰 조사를 통하여 벌거벗겨지고 있다. 막상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온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사건이나 불법 대선 경선자금의 실상은 어쩌면 극히 일부분의 모습일 뿐이다.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조율과 조정을 거친 극히 일부일 뿐일 것이다. 지도자들에 대한 투명성의 확보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이것을 웅변적으로 나타내주는 사건이 바로 일제 강점 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16대 국회에서 폐기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그토록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에도 불구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인가? 대체 누가 반대하는가. 어떻게 우리 국회는 벌써 청산했어야 할 과제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오늘 이 나라의 지도자라는 자들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과 사상적으로 뿌리를 같이 하거나 이해관계에서 깊게 유착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 역시 바로 그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말 예수님과 역사 앞에 벌거벗기운 모습으로 서야할 존재는 무엇보다 서기관들이고 율법 학자들이다. 그들의 질기고 두꺼운 의복을 벗겨야 한다. 그 여자가 벌거벗기운 채 예수님 앞에 끌려오면서 겪게 된 역설과 신비를 체험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검찰만으로, 민족문제연구소만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정경 유착에 따른 검은 돈의 실체와 그 고리들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뜨겁다. 친일 인명 사전 편찬을 위한 기금에 참여한 사람들이 3만 명을 넘어섰고 모금 액수도 7억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열망으로 이번 총선에 정말 새로운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국회의원들을 선출해서 국회로 보내야한다.

우선 이 나라의 정치 지도부가 예수님 앞에 끌려가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이제는 여자가 아니라 서기관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 앞으로 끌려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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