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십자군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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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십자군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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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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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십자군 운동(7)

제4차 십자군(1202~1204)은 수차례에 걸친 십자군 원정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이해 할 수 없는 원정이었습니다. 3차 십자군 원정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접한 교황은 제4차 십자군 원정을 나서자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패전으로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3차 원정의 아픈 기억이 점점 사라지고 있을 때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제4차 십자군을 모집하였습니다. 

제4차 십자군 원정은 예루살렘이 아닌 그때 당시 이슬람교의 본거지인 이집트를 공략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교황은 성지를 완전히 점령하려면 먼저 이집트를 정복하여야 된다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원정은 영국, 프랑스, 독일의 참여를 유도하여 이집트 공략에 나서려는 교황의 의도와는 달리 고작 프랑스 북부의 기사들만이 참여했습니다.

십자군이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때 당시 선박 운항으로 유명한 이태리 북쪽에 있는 작은 나라 베네치아공화국에 집결하였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에 선박의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베네치아공화국은 이미 이집트의 술탄과 무역 협정을 맺고 있어서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십자군의 지도자들이 도저히 마련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을 요구했습니다. 
베네치아에 집결해서 원정에 나서려던 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병력이 모였고 게다가 베네치아가 요구하는 엄청난 수송비도 조달하지 못했습니다. 원정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이들이 지게 된 빚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원정대에게 베네치아 당국이 기발한 제안을 했습니다. 

그 엉뚱한 요구는 십자군이 먼저 헝가리왕국의 달마티야 지방에 있는 ‘자다르 항구’를 우선 공격하면 그 대가로 빚을 다 탕감해 주고 선박 운항을 지원해 십자군들이 이집트로 가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다르 항구’는 원래 베네치아공화국의 항구였는데 헝가리왕국에 빼앗긴 지역입니다. 그래서 베네치아공화국은 십자군을 이용하여 헝가리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속임수에 빠진 십자군은 선박을 얻기 위해 자다르 항구를 공격하고 그 곳에서 약탈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십자군의 공격을 받은 자다르 항구도시는 헝가리의 영토가 된 후에 로마 가톨릭 교황청에 충성을 바치는 유명한 항구도시였습니다. 사실 자다르 항구는 로마교황청의 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마교황청의 보물인 자다르 항구를 십자군이 공격하고 약탈을 감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뜻밖에 십자군은 교황의 징계를 받음으로써 십자군 행로에 있어서 막장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십자군은 이제 보다 더 큰 죄악에 가득찬 행동들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십자군은 본래의 이집트 행을 완전히 포기하고 동방으로 이동하면서 방황을 계속하다 동방 비잔틴제국의 영토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당시 동방 비잔틴제국은 황제의 계승문제로 분열되어 삼촌에게 쫓겨난 황태자 알렉시오스가 삼촌인 황제에 대항하여 게릴라전투를 하고 있었습니다. 황태자 알렉시오스는 십자군에게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자신을 황제에 오르게 해주면 이집트 원정에 필요한 재정 지원은 물론 베네치아에 진 빚도 갚아 주고 동로마 교회들마저 로마 교황청으로 귀속시키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했습니다. 돈과 약탈에 이미 눈이 멀어 타락한 십자군은 막대한 보상을 받고 즉시 말머리를 비잔틴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로 돌려 공격하여 일단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콘스탄티노플은 얼마 후에 다시 원상 복귀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제4차 십자군 원정은 십자군 원정이 아니라 악마의 행각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 동방교회는 십자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본 것은 오로지 지옥의 본보기와 암흑세계의 소행을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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