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항해하며 복음 전하고 사랑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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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항해하며 복음 전하고 사랑 실천합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4.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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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선(船)’ 지휘하는 한국인...제5대 ‘로고스호프’ 신임단장 박필훈 목사
▲ 로고스호프 선사단체 OM국제선교회는 사랑의교회 세계선교부에서 사역 중인 박필훈 목사를 신임단장으로 임명했다. 박 목사는 지난 11일 북중미 캐러비안의 섬나라 ‘쿠라사우’(Curaçao)에서 ‘로고스호프’에 승선했다. 사진제공=OM국제선교회

전 세계 60개국 400여명 자비량 선교사들이 탑승하고 있는 선교선 ‘로고스호프’. 움직이는 유엔이라는 별칭을 갖고 수많은 항구를 드나들며 복음과 지식을 나누는 로고스호프를 한국인 사역자가 이끌게 됐다. 로고스호프 선사단체 OM국제선교회는 지난 2월 1일 사랑의교회 세계선교부에서 사역 중인 박필훈 목사를 신임단장으로 임명했다.

박 목사는 7일 출국해 북중미 캐러비안의 작은 섬나라 ‘쿠라사우’(Curaçao)의 항구에서 ‘로고스호프’에 11일 승선했다. 출국을 앞둔 지난달 24일 사랑의교회에서 박 목사를 만나 앞으로의 사역방향과 각오에 대해 들었다. 

“지식과 사랑과 소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OM국제선교회의 선교선 ‘로고스호프’는 항구마다 들러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주된 사역이다. 기항지에 도착하면 선상투어 등 코스를 마련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전한다. 

특히 배에는 서점이 있어 책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책을 살 수 있고, 판매수익금은 다시 선교사역을 위해 사용한다. 장서만도 5천여종에 달한다. 세계 최대 선상서점인 셈이다. 책을 구입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독일과 미국 등지 출판사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했거나 기증받은 책들을 나눠주고 있다. 로고스호프는 NGO로서 역할하며 구호활동까지 전개하는 그야말로 영육의 생명선이다. 대만에서는 하루 1만2천명 사람들이 승선한 적도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는 승선인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한 나라에서는 지역교회를 순회하는 선교사역에 동참할 것을 도전한다. 이 배를 박필훈 목사가 지휘하기 시작했다. 400여명 자비량 선교공동체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박필훈 목사가 선교선에서 탑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역시 현재 로고스호프에 타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처럼 복음의 열정을 안고 전 세계를 누빈 청년 시절이 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1994년부터 2년 반 동안 ‘로고스 2호’를 탔다, 결혼 후 2002년 어린 자녀들과 함께 다시 4년 반 동안은 ‘둘로스호’에 올랐다. 2009년 로고스호프가 취역하기 이전 배들이다. 항해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전체 7년이나 배 위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OM국제선교회가 박필훈 목사를 단장으로 선임한 이유 중 하나가 그의 경험일 것이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OM국제선교회는 전 세계 110개국 사역국가를 대상으로 단장 선출공고를 냈다. 서류와 인터뷰 등 과정을 거쳐 박 목사를 로고스호프 5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사역 전 포부를 들으면 왜 선교단체가 그를 단장으로 뽑았는지 짐작케 된다. 

“선임과정에 지원동기에 대해 두 가지를 말씀드렸죠. 배 사역이 제 인생에 미치는 의미를 볼 때 크게 감사할 수밖에 없고, 항구마다 나라마다 사랑과 소망과 지식을 전할 수 있다는 선교선이 지닌 엄청난 영향력을 말입니다. 배는 400여명 젊은 승선자들을 하나님의 선교 일꾼으로 길러낼 수 있는 훈련소입니다. 어느 선교지로 가든 선교적 삶을 살도록 꼭 균형 잡힌 인재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박 목사는 배라고 하는 선교훈련소를 직접 경험하며 장단점을 두루 파악했고, 그 경험이 빛을 발할 절호의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셨다.
 
배 위 선교사들의 지휘자
“배를 탄다고 하면 멀미부터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 심하게 멀미도 하기도 하고요. 항해를 하기 때문에 거친 파도와 폭풍의 위험도 있고 해적에 납치될까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더구나 배에는 평균연령 20대 초반의 승선 인원이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잠이 안 올 일이죠“

박필훈 목사는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로고스호프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셔야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팀워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젊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좁은 배에 다양한 환경에서 살다온 사람들이 부대끼다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처받는 사람도 있다.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간증이 되도록 박 목사는 만들 각오이다. 

무엇보다 현재 배에 타고 있는 18명의 한국인 청년들이 그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로고스호프 SNS에는 한국인 승선자들이 한국어로 “목사님”을 부르며 ‘어서 와 달라’는 내용을 재밌는 영상으로 올려두었다. 

그러나 한국인 단장 선임 소식에 다른 나라 승선자들은 살짝 긴장하고 있는 소식도 들렸다.  먼저 배를 지휘했던 단장들은 목사가 아니었다. 배 경험도 더 많았다. 사람들은 아시아의 권위적인 목회자를 상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목사는 선임결정 이후 배를 방문해 사람들의 우려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자신 역시 배 안에서 경험이 있었고, 선교지 사역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통할 수 있었다. 편안하게 다가가려는 의지까지 보여주니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청년들이여 선교에 욜로 하세요”
박필훈 목사는 한국교회의 젊은이들이 선교선 사역에 도전해 볼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 

“예수를 안 믿는 사람들도 한번 뿐인 인생을 과감히 경험하자면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고 합니다. 믿는 청년들 역시 선교선 사역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복음의 열정을 마음껏 펼치고 국제공동체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배에서 내리면 다양한 선교현장에서 글로벌 선교마인드를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로고스호프에 탑승하고 싶으면 한국OM코리아에 신청해 1년 두 차례 모집에 응시할 수 있다. 선발된 후에는 3주 합숙훈련을 거쳐 6개월 일정으로 승선할 수 있다. 1년 혹은 2년 코스의 경우에는 타문화전지훈련까지 받아야 한다. 

배에서 활동은 보통 갑판, 엔진, 스튜어드(승무원)로 구분되는데 로고스호프에서는 대중사역부, 인사사역부, 커뮤니케이션부가 더 있고 20여개 업무로 세분화해 사역하게 된다. 보통 5일 동안 맡은 일을 하고 하루는 정박지 선상사역을 하며 다른 하루는 쉰다. 

그 하루 쉬는 날을 청춘들은 정박한 곳을 탐방하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배에서 살다보면 늘상 피곤할 만도 하지만 결코 배에만 머물지 않는다. 

낭만적인 도전과 같은 ‘선상’ 사역이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동역자들이 필요하다. 로고스호프는 기도로 항해한다고 한다. 거친 바다로 유명한 포르투칼의 비스케스만을 지나거나 항해 중에 허리케인을 만난다면 이틀 동안 밥 한끼 못 먹을 수도 있다. 박 목사는 멀미를 하면 시편 107편 “영혼이 녹는구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고 농담을 건넨다. 자비량 사역자들은 그 고비를 넘기고 사역을 잇는다. 그것이 신기한 은혜이다. 

박필훈 목사뿐 아니라 탑승자 전원은 자비량이다.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을 타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전문가들도 후원을 모아 로고스호프에 승선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배에 타는지에 대한 이유는 당연히 사명 때문이겠지만, 박필훈 목사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선교사역에 대한 생각이 더 적절한 답변 같았다. 

“하나님 저를 써 주소서 보다 저를 선교 역사를 제외시키지 말아주옵소서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나를 불러주셔서 사용하신다는 특권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고스호프에 타게 하신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인 거죠”

로고스호프가 방문한 나라에 다시 돌아오려면 7~8년 정도 걸리는 기간이 보통이다. 박 목사는 내년에는 북중미와 캐러비안 지역을 집중적으로 사역하고자 한다. 
2020년이 되면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그 이후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에 올 것 같다. 2009년 찾아왔으니 10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지휘하는 로고스호프가 안전하게 입항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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