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한기총 재출범 형태…내부 개혁 가속화하지만 소송에 발목
상태바
결국은 한기총 재출범 형태…내부 개혁 가속화하지만 소송에 발목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2.08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교총 출범 한 달, 대표연합기구로 정착 가능할까?
▲ 지난달 31일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입후보를 반대하는 김노아 목사측 교인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이영훈 목사가 세 번째 연임됐다. 한국교회를 하나의 ‘빅텐트’로 묶는 한국교회총연합회 설립 작업에 앞장서고 있는 이 목사는 “조만간 정관개정을 통해 탈퇴 교단들이 복귀할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지만, 한교총 출범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복귀를 강행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한교총은 실질적 대표권이 없는 네트워크일 뿐, 법인체를 가진 한기총이 한교총을 앞세워 그간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새로운 탈바꿈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교회의 연합을 한기총 개혁 로드맵에 맞춰 끌고 나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9일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칼 교단과 보수 교단이 모두 참여하는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창립됐다고 축포를 터뜨렸다. 7개 교단이 창립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하고 지난 7일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교단장회의와 한교총, 그리고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에 큰 벽은 없다. 아직까지 한교총의 뚜렷한 정체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참여 교단들 조차도 가입이냐, 단순 참여냐를 구분 짓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까지는 한교총이 실체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이를 주도했던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총회를 앞두고 경선의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소송에 휘말리고 있어 큰 그림을 이끌고 갈 여유가 없어 보인다. 또 한국교회통합추진위원회(이하 한교추)는 통합 당사자인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을 배제한 채 ‘연합’을 추진하다가 ‘이단성조사’ 등의 뭇매를 맞은 후에야 한교연과 대화채널을 정상화시키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교추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을 하나로 묶는 ‘통합’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능성을 전망해본다.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소송 제기
지난달 31일 제28회 정기총회에서 22대 대표회장으로 단독 출마해 박수로 추대된 이영훈 목사. 그러나 당선 일주일 만에 한기총 회원교단인 성서총회가 ‘대표회장직무정지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영훈 대표회장의 ‘3선’과 선관위의 후보자격 박탈이다. 

성서총회의 소송은 대표회장 입후보부터 시작됐다. 성서총회 총회장인 김노아 목사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표회장 입후보 등록을 마치자, 선관위는 ‘은퇴’를 사유로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초에 피선거권이 없다”며 등록금을 반환했다. 김노아 목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담임목사 이·취임예배를 드린 것이 ‘은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장로교단 헌법에서 은퇴는 노회의 몫이며, 은퇴예배를 드리지 않은 현직 총회장을 어떻게 은퇴목사로 치부할 수 있느냐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리고 ‘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냈고, 재판부에 의해 ‘선거안건상정중지가처분’을 제기했다. 하지만 가처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총회에의 안건 상정 자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경우에 총회를 개최하여 안건을 결의하고자 한 주체는 사실상 그 가처분 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김노아 목사는 한기총 선거가 치러진 후 대표회장 선출 무효, 또는 총회결의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선거중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이영훈 목사는 항소할 시간도 없이 권리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단독후보로 선거가 진행됐고, 성서총회 총대들은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총회가 끝나자 성서총회는 ‘대표회장직무정기가처분’으로 맞받았다. 핵심 쟁점은 이영훈 목사의 ‘3선’. 

이영훈 목사는 지난 2014년 19대 대표회장이던 홍재철 목사의 후임으로 들어갔다. 당시 한기총 정관은 ‘2년 단임제’였다. 그런데 이영훈 목사는 19대 대표회장이 아니라 20대 대표회장으로 등록, 임시총회를 거쳐 당선됐다.

당시 이영훈 목사는 “홍재철 목사의 임기가 2016년 1월 말까지지만 한국 기독교를 개혁시키기 위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고, 9월 16일 이·취임식과 동시에 홍재철 목사는 사임한다”고 밝혔다. 19대 회장 시대를 마감하고 20대 대표회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후 이영훈 목사는 2년 단임제를 2년 연임제로 바꾸고 다시 1년에 1회 연임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2016년 1월 21대 대표회장 출마 당시 정관은 1년 임기에 1회 연임이다. 

성서총회는 이와 같은 정관을 근거로 “이영훈 목사는 20대, 21대 대표회장을 역임했고, 1회 연임 규정에 의해 대표회장 후보 자격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회 연임 규정은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세 번째 출마할 당시, 중임 논리를 적용해 “지속적으로 대표회장 직을 맡는 것은 연임이고, 쉬었다가 맡는 것은 중임이니 3번도 무관하다”는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명문화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훈 목사는 길자연 목사의 뒤를 이어 한기총 대표회장 3선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3선에도 불구하고 19대 홍재철 목사의 잔여임기로 인해 연임은 1회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영훈 목사 측 논리와 20~22대 대표회장을 맡은 것 자체가 연임규정을 위배한 3선이라는 성서총회의 주장이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기총 정상화가 곧 한교총 출범?
이영훈 목사는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한교총은 법인격이 아닌 ‘네트워크’라는 주장을 펼쳤다. 대외적으로는 합동, 통합, 감리교 등 역사와 전통, 규모가 있는 3대 교단이 공동대표를 맡는다고 했지만 대표가 갖는 실제적 권한이 없다. 법인체가 아닌 단체는 정부의 대화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정부 예산을 따낼 수도 없다. 즉, 대사회적 사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빅텐트’라는 이름으로 한교총을 출범한 것은 장기적으로 그 안에 교단 중심의 한기총, 단체 중심의 한교연, 에큐메니칼 기관인 교회협을 두겠다는 포석이다. 그리고 각각의 법인체가 활동하는 것은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연합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영주 총무는 “당사자는 생각도 않는데, 교회협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입장이고, 한교연 역시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이 주목적인데 본질이 왜곡됐다”며 한교총의 출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교추는 한교총을 새로운 연합이 아닌 ‘한국교회 연합단체로의 복원’을 선언했다. 이는 둘 중 하나다. 한기총의 복원 혹은 한기총의 확대 재출범(한교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중에 유력한 것은 한기총의 복원이다. 

7.7정관으로 복원, 가능할까?
또 한 가지, 한교총은 사실상 교단장회의와 큰 차별성이 없는 조직과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기총이 추구하는 개혁방향은 한교추가 발표한 선언문과 맥을 같이 한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7.7정관으로 한기총 정관을 복원해 회원교단의 복귀를 돕겠다고 했다. 이는 한교추 선언문 내용 중에 7.7정관을 기본틀로 한다는 부분과 7.7정관 이후 가입된 교단은 재심한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2011년 길자연 목사 3선으로 불거진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사건은 변호사인 김용호 집사를 직무대행으로 파송하는 수치스러운 역사를 만들었고, 이후 “고름을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는 김용호 직무대행의 개혁의지가 반영돼 임시총회에서 7.7정관을 하나하나 축조심의했다. 

당시 7.7정관의 골자는 ‘현직 중심’, ‘명예회장의 권한 약화’, ‘교단 순번제에 의한 선거’, ‘선거관리감독 강화’ 등이었다. 특히 금권선거 논란을 벗을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교단 순번제와 1년 단임제가 통과됐고, 당연직 총대와 실행위원 폐지는 부결됐다. 교단 연합체임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아닌 대표회장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우려를 담은 개신안이었지만 총대들은 냉담했다. 단, 임원회만 현직 총회장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직 중심과 교단 권한을 강화하는 부분은 이미 적용됐다. 구체적으로 7.7정관 중에 어떤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모호하다. 다만, 이단과 일부 군소교단의 정리를 위해 2011년 7월 7일 가입을 기준으로 회원권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은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기총 내부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한교총 출범 한 달. 세간의 관심은 한교총보다 한기총에 더 쏠려있다. 다시 한교연과 대화를 시작한다고 나섰지만 얼마나 순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법인격이 없는 상태에서 한교총이 결속력 있는 대표기구로 정착할 수 있을지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131년 만의 한국교회 첫 연합이라는 명분에 맞게 한교총이 대표성을 갖춰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