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달라고 울부짖던 청년, 희망 전하는 노래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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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달라고 울부짖던 청년, 희망 전하는 노래 부르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1.24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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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크로스’ 보컬 김혁건, 자신의 이야기 담은 책과 앨범, 오디오북으로 희망 전해

그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The Prayer’을 부른 김혁건과 박기영을 향한 박수였다. 지난 7일 KBS2에서 방영한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서 김혁건이 선사한 감동의 라이브 무대는 우승으로 이어져 더욱 큰 의미를 더했다.

전신마비인 그는 저혈압 때문에 30분 이상을 앉아있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진통제, 수면제를 복용하며 살고 있다. 고통 가운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왔던 그였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환한 그의 표정 뒤에는 지난 몇 년 동안 큰 사고와 수많은 좌절, 고통을 이겨낸 과정이 숨어있다.

▲ 김혁건은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사진제공:씨즈온)

건강한 청년, 육신을 잃다
지난 2012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 그는 노래로 살아온 청년이었다. 그가 20대 초반일 때는 Mnet 뮤직페스티벌 락 솔로 부문에서 대상을 탔으며, 더크로스 보컬로 명성을 떨쳤다. 그룹 탈퇴 이후에도 그는 음악학원을 하면서 노래를 가르쳐왔다. 

건강한 몸으로 군대에서 제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졌다. 병원에 이송된 후 11시간 가까이 수술을 마쳤지만, 4개의 경추가 골절되면서 신경이 손상됐다. 어깨 밑으로는 느낄 수 없으며, 그의 팔과 다리, 몸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던 것.

병원은 그의 부모에게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통보도 내렸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어깨 밑으로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처음에는 정말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서, 병원에서 망가진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싫었죠.”

그는 당시의 현실도 끔찍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살아있는 자신의 몸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온종일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몸에 욕창이 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뒷통수, 꼬리뼈와 허벅지, 발뒤꿈치 등은 욕창으로 인해 썩은 피와 고름이 섞여서 나오고 병실에서는 악취를 풍겨댔다.

“욕창이 너무 심해 합병증까지 찾아왔었어요. 혈액투석도 하고, 썩은 살과 뼈, 근육도 긁어냈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하나님은 왜 날 살려놔서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걸까. 죽을 듯이 아프고 힘든데 죽지 않는 현실이 많이 원망스럽고 늘 죽고 싶었어요. 너무 괴로워서.”

절망에서 희망으로
절망 속에 빠져있던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노래와 가족이었다. 노래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는 성경구절보다 찬송이 더욱 많은 위로를 안겨줬다고 했다. 

“‘나 가진 제물 없으나’라는 송명희 선생님의 노래가 있습니다. 저보다 더욱 말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마비 장애를 가지신 분인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그 분이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에 감명과 도전을 받았어요. ‘어떻게 저 분은 힘든 상황 속에서 찬송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도 그 찬송을 따라 부르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죠.”

김혁건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등 떠밀어주고 받쳐준 것은 아버지였다. 사고 이후 그는 배에 힘이 없어서 기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김혁건의 아버지는 옆에서 그의 배를 눌러 기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러자 그는 평소와 다르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사고 이후 노래 연습을 종종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좌절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배를 눌러주자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아들이 다시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자, 그의 아버지는 노래 연습할 때마다 아들의 배를 눌러줬다. 

“아버지는 언젠가 자신들이 없어도, 제가 혼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강하게 돌봐주셨죠. 오히려 세상에 나서는 것을 응원해주셨고 다시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에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방을 만들어주셨고. 배를 눌러주는 기계 ‘복부압력기’도 직접 설계해서 저에게 선물해주셨죠. 부모님 덕분에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 과거 전신마비라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간구했던 그는, 이제 제일 먼저 하나님을 찾는 자가 됐다.

“이제는 복음 전하고 싶어요”
“무대를 통해 우승하게 된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한 김혁건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과거 전신마비라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죽기만을 간구했던 그가 이제는 제일 먼저 감사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다.

절망 속에서 용기와 살아갈 힘을 얻은 김혁건은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됐다. 그는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성장과정과 사고 이야기, 일어서는 과정,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까지 담은 책, ‘넌 할 수 있어’를 발간했다. 또한 혼자서 책장을 넘길 수 없는 마비 장애인, 혹은 내용을 읽을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지난 4일부터 ‘넌 할 수 있어’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고 있다. 


“괴로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책을 썼어요. 그런데 오히려 책을 읽은 독자들 덕분에 제가 위로를 받았어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 응원글들을 메일로 보내줬어요. 그 글들을 읽으면서 제가 더 위안을 받았고, 또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죠.”

김혁건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경추 손상 장애인들을 위해 ‘경추야 놀자’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현재 카페의 회원 수는 250여 명. 김혁건은 카페 회원들과 1년에 10번씩 하모니카 음악 교실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달리 길을 가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집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죠. 하지만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오히려 더 우울해질 뿐이에요. 저는 그들이 용기를 내고 사회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아직 자신의 신앙이 부족해 전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김혁건. 그는 이제 더 이상 죽고 싶다고 울부짖지 않는다. 과거 자신의 모습에만 시선을 고정시키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자신보다 그들을 더 걱정하고 기도하며 살고 있다. 김혁건은 그를 업고 교회로 데려갔던 친구처럼 언젠간 자신의 믿음도 더욱 강건해져서 힘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고를 당한 이후 집에만 있던 저를 교회로 데려간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매주 저를 업고 교회로 데려가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도와줬죠. 저도 그 친구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제 기도제목이에요. 지금도 잠자리에 누우면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 얼굴이 떠올라요. 고통 가운데 머물러 있는 그들이 하나님을 만나서 치유 받고 회복되길 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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