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 일가 방관한 한국교회 자성의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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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씨 일가 방관한 한국교회 자성의 기회 삼아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11.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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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와 한국교회 역할은?

최태민 씨 측근 “주술의 영, 최순실이 이어받았다” 주장

성직매매, 사이비종교 흑역사 막지 못한 교회 반성해야

교회와 권력 유착 안돼…위정자에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최근 2주 사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지지율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에 여당까지 나서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운동까지 들불처럼 일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최순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국정운영의 판단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담은 드레스덴 선언까지 최순실 씨가 발표 전에 알고 있었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에서 청와대 극비문서들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미르재단 등과 관련해 주변 인물들이 대기업과 공직사회에 갑질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자료를 유출해 연설문 작성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성의 없는 사과방법과 내용으로 인해 국민의 더 큰 분노를 자초했다. 지난 주말에는 2만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 같은 목소리는 시민들 사이에서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최순실 사태 여파는 한국교회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교회가 무자격 목사들을 양산해온 현실과 무분별한 권력 유착에 대한 교회의 모습이 지금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비극적 현대사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설득력 을 얻고 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즈는 최근 최순실 사태를 보도하며 “무속인(Sharman)이 남한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무속인이 연설문을 고치고, 대통령이 입을 의상 색상을 정해주기까지 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산’ 최순실보다 ‘죽은’ 최태민이 더 문제?

그런데 최순실 씨가 2000년대 이후 강남지역의 한 교회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계는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소속 교회 주보에 기도제목, 감사기도 등이 실린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무속인’과 ‘개신교인’. 아이러니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최순실의 부친은 최태민 목사로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목사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불교 승려였다가 천주교에 귀의했고,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목사라는 호칭을 달고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어머니 육영수를 잃은 당시 영애, 박근혜 대통령에게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돌봐주라고 했다”며 접근해 1994년 사망할 때까지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1975년에는 대한구국봉사단을 만들어 권력실세로서 뒤에서 활동했다. 최태민 씨 측근에서 활동했다는 같은 교단(예장 종합총회)의 전기영 목사는 “최태민 자신과 박근혜는 영적부부이며, 최 씨가 육영수 여사로 빙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기절했다가 깨어나 입신했다. 최태민은 주술가이자 무당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목사는 결국 최태민은 여성문제와 비리 등의 문제로 교단에서 쫓겨났다고 밝히면서도 “주술의 영을 그대로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가 이어받았고, 박 대통령이 이들의 주술에 홀렸다”고 한 매체를 통해 증언했다.

최근 공개된 보도와 정치 일선에서 같이 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로 최순실과 연락해 국정을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최순실 주변에서 활동하며 조언하는 무속인이 여러 명 존재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는 주한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내는 공식 외교문서에서도 나타나는 내용이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7년 작성된 외교문서를 보면 “이미 사망한 (최태민) 목사가 박근혜의 몸과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돼 있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원로목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문제는 최순실이 아니라 최태민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최태민이라고 하는 사람은 무당이다. 사악해 보이는 영적 사기꾼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 집착함으로 여전히 최태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종교사회원로들도 시국선언을 내고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헌법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을 맡기기 어려운 사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단’ 최태민 방관한 한국교회 책임 크다

언론들이 최태민 씨를 목사라고 일컫는 데 대해 기독교계는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와 한국교회언론회 등 교계단체들은 성명까지 발표하며 최태민 씨를 목사라고 호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 씨는 유교와 불교, 무속을 혼합해 1973년 사이비 종교 ‘영세교’를 창시해 교주로 활동한 인물이다. 과거 불교계, 가톨릭계에서 활동했다는 전력이 당시 중앙정보부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부인도 무려 6명이나 둔 특이한 인물이다.

사이비 종교 교주이지만 최태민은 한국교회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최태민 씨가 1994년 사망할 때까지 개신교 목사라는 호칭으로 활동할 당시 한국교회가 책임 있게 선을 긋지 않았다. 분명 이단사이비로 규정했어야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를 방관했다.

현재도 존재하는 예장 종합총회 총회장을 맡고 있는 전기영 목사는 “최태민 씨가 돈을 주고 목사안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당시에는 그런 사례가 많았다”고 증언하면서 돈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에 목사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 들려오고 있다.

한국교회가 간과했던 성직매매의 치부가 결국은 40년이 지난 후세대가 겪어야 하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은 다를까? 여전히 성직매매나 다를 바 없는 1년짜리 6개월짜리 신학교가 존재하고 있다.

최태민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등을 업고 1975년 4월 29일 대한구국선교단을 창립할 때에는 주요 교단 인사들까지 조직에 이름을 올리고 행사에 참석했다. 목사들이 군대에 나가서 군사훈련까지 받았다. 교단들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공고했지만 기꺼이 동참한 목사들이 있었다. 같은 해 6월에 있었던 구국십자군 창군식 장소는 기독사학인 배재고등학교 운동장이었다.

서울장신대 정병준 교수는 “구국선교단 창설은 기독교의 민주화 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고 한 전기영 목사의 증언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박정희는 반공주의와 유신을 지지하는 교회 조직을 필요로 했던 차에 최태민을 이용해 대한구국선교단을 창설했다”면서 “당시 대한구국선교단에 몰려들었던 목사와 기독교를 비판하려면 당시 반공독재 정책에 말려들었던 것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점은 1970년대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향했던 종교인들의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치권력에 줄을 댄 목회자들이 많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대통령이 갈 때도 쓴소리를 아낀 종교 지도자들은 여기저기도 많다.

매년 개최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우리 사회와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는 귀한 자리다. 하지만 한때 이 기도회는 쿠데타로 권력을 집권한 군부를 축복하며 정치적 명분을 갖도록 하는 데 이용당했다. 교회가 수단화되는 현장이었다.

이와 같은 좋지 않은 과거가 재현돼서는 안 될 일이다. 종교와 권력이 분별되지 못한 채 엮이는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 예언자적 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 교회의 사명일 것이다. 내년이면 대선이다. 균형을 잃지 않는 교회와 교계지도자의 모습이 요청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교회가 자성해야 할 대목이 여기에 있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함으로써 본질적 문제를 찾아가 개혁과 갱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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