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단기선교’ 키워드는 ‘참여’와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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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단기선교’ 키워드는 ‘참여’와 ‘전문성’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10.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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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5개 나라 선교사들, 필드별 단기선교 가이드 발표
▲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위원회 제2차 아시아포럼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베트남 나짱에서 열렸다.

현장 선교사들이 말하는 ‘21세기형 단기선교 여행’의 키워드는 ‘참여’와 ‘전문성’이었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베트남 나짱에서 진행된 21세기형단기선교위원회 제2차 아시아포럼에서는 중국, 베트남, 태국, 네팔, 필리핀 등 5개 나라에서 온 한인 선교사들이 필드별 단기선교여행 가이드를 발표했다.

필드(선교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단기선교여행을 오는 팀들에게 당부하는 내용가운데 지역과 문화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요구사항들이 눈에 띄었다. 해마다 단기선교여행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을 동원하는 한국교회가 눈여겨 볼 대목들이 있어 소개한다.

‘황금비율 6:4’를 준수하라

베트남 한인선교회장 김진영 선교사는 해마다 단기팀이 올 때마다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6:4 황금비율’. 단기선교팀들의 역할을 6, 현지교회의 역할을 4로 하여 함께 선교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선교사는 “단기팀이 사역을 할 때 공연 중심으로 몇 개 보여주고 떠나는 콘셉트는 요구하지도 원하지도, 가급적 받지도 않는다”며 “그보다 더 어렵고 기술적이고 은혜가 되는 사역이 바로 ‘참여사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하게 몇 가지 준비해서 보여주고 빠지는 방식은 이제 감동이 없다. 보여주는 자체가 선교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효과는 미미하다”며 “현지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단기팀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선교사의 이런 주장은 외부에서 직접 복음전도가 불가능한 베트남 상황과도 연관이 깊다. 전도를 하려면 외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으로 외부인을 초청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단기선교 사역에서 현지 교회의 역할을 고려하는 것은 더욱 필수적이라는 것.

그는 현지 교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현지 스텝과 함께하는 개념으로 좀 더 세밀하고 다양한 콘셉트 속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할 때 단기팀이 은혜를 끼치는 동시에 받기도 하고, 현지인과 스텝들도 함께 은혜를 받는 이상적인 사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인과 함께 만드는 선교

현지 교회들을 상대로 한국 단기선교팀에 바라는 점들을 사전에 조사한 네팔의 김승근 선교사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선교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교회가 준비한 만큼은 네팔 교회 청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와서 가르쳐주는 것처럼 하지만 말고, 차라리 새로운 것을 연합해서 함께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단기팀이 오면 프로그램에만 집중하기보다 “함께 놀아주라”고 한다는 그는 “기독교인이 소수인 네팔에서 외국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연합하며 어우러지는 것 만으로도 현지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이 높아지는 좋은 사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특수 분야인 ‘의료 선교’와 관련해서도 “한국에서 단기의료선교팀이 오면 현지인 의사들은 배제된 채 한국인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하는 것은 모바일 진료 시 현지 의료기관과 연계해야 한다는 현지법을 위반 하는 것이기도 하고, 협력을 통한 양국의 의료관계의 발전과 현지 의료진들에 대한 간접선교의 기회를 상실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장족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윤요셉 선교사도 “중국에서는 기독교를 종교를 앞세운 침략으로 본다”며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사역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단기팀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선교가 내 사역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는 적다”면서 “오히려 단기팀들이 선교지의 헌신을 보고, 도전 받고 변화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그래도 단기선교를 해야 한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직접 고국에 방문해 함께 준비하는 과정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박연룡 선교사는 “가급적이면 주일예배를 함께 드릴 것”을 추천하면서 “단기팀이 현지인 예배에 참석하면 기존 교우들의 주체성이 살고, 한국에서 온 이들 또한 새로운 예배를 통해 도전받고 회복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으로 승부하라

전문적인 사역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중국 신강성 단기선교메뉴얼을 발표한 전진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음악교육과 특별강좌, 현지 어린이 사역, 선교사 자녀교육 사역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선교사는 “현재 우루무치 지역의 경우 신장지역 전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성경 및 교회 지도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라며 “언어를 사용한 교육은 어려울 수 있지만 사전에 현지 선교사와 조율을 통해 각 사역지에서 악기를 준비하게 하고, 기타와 피아노 등의 악기를 3~4일 정도의 합숙을 통해 집중교육 해 줄 것”요청했다.

이밖에 이단들의 침투가 증가하는 만큼 이단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특별강좌를 통해 알려줄 것과, 가정교육과 직업교육 등 세미나 형태의 사역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 선교사는 이밖에도 위구르족 언어로 된 성경과 성경교재 번역이 시급하다고 밝히며 더불어 “급증하는 기독교인구에 비해 사역자가 부족해 성례전을 못하는 교회가 많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지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왕타오 선교사도 단기팀을 통해 전문적인 ‘상담사역’이 펼쳐지기를 기대했다.

그는 ‘현지에서 느끼는 꼭 필요한 단기선교사역 6가지’로 △어린이 대상 단기여름성경학교 △청소년 대상 단기캠프 △대학 캠퍼스 전도 △단기상담강좌 개설 △초등학생 영어강좌 △연합수련회 등을 제시했다.

깨어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문제와 혼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중국의 상황을 소개한 왕타오 선교사는 상담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역자들이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학교와 캠프는 가정이 깨지고 그로 인한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복음으로 치유하고 들어주며, 기도해주는 시간이다. 짧지만 세속에 물들어가는 가치관을 바꿔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사역의 1차 전제조건으로 “현지 언어를 구사할 정도의 준비”를 꼽으며 “어떨 때는 40~50명의 인원이 몇 억 원씩 들여서 온다. 뭔가 하고 싶다면, 적어도 6개월 정도 시간을 투자하여 현지어로 된 찬양 정도는 다 외워서 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엔드(고품질) 콘텐츠’에 복음 담아야

많은 단기팀들이 준비해 가는 문화사역 분야에서도 보다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태국에서 문화사역을 하는 ‘히스팝’의 최종환 선교사는 이미 문화적으로 콘텐츠가 다양하고 잘 발달해 있는 태국의 상황을 전하면서 “현지인들의 수준을 낮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케이팝 커버댄스를 준비해서 공연하는 팀들이 있는데, 실상 태국은 세계에서 커버댄스를 제일 잘추는 나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최 선교사는 “그런 친구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어설픈 워십팀이 준비해서 보여주면, 한국인이라서 좋아할 뿐 ‘춤이 너무 멋있다’고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며 “문화적인 부분을 가지고 잘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우월주의를 가지고 접근하면 문화적 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태국의 경우 복음의 문이 열려 있기에, 문화사역이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복음전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스킷드라마의 경우 강력한 복음전파의 도구가 되고 있다. 전략적으로 메시지를 준비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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