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호모 테크니쿠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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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호모 테크니쿠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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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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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인간은 하나님의 고귀하고 훌륭한 피조물이다. 고귀하다는 뜻은 선악을 분별하여, 윤리 도덕적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윤리 도덕을 잃는다고 생각해보면, 가히 약육강식의 원초적 밀림 사회를 상상해야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살상이 일상이 된다면, 사회다원주의적(Socialdarwinism) 현상이 일상이 된다면 과연 인간 사회라 하기 힘든다. 지금의 과도한 경쟁주의도 그런 전조 중 하나로 보이기에 염려되는 바이다.

반면 훌륭하다는 뜻은 다른 피조물에게 불가능한 가능성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피조의 세계에서 만물의 영장, 하나님 보시기에 좋으신 모습으로 만물을 다스리라는 청지기(Stewardschip)로 부름 받았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형상인 인간에게 여러 훌륭한 능력을 허락하셨는데, 그 중 하나가 테크닉(Technic)이다. 테크닉은 기술로 번역되는데, 이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고도의 가공술, 변형술, 도금 혹 연금술로 불리운다. 인류 문명사를 살펴보면 기술이 인간의 삶과 진보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동그라미에서 바퀴가 되고, 바퀴는 산더미같은 물체를 움직이는 도구가 된다. 지렛대는 또 어떤가. 기술은 인간 문화의 발전 동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학에서는 기술로 문명, 문화를 발전시키는 인간을 일컬어 호모 테크니쿠스(Homo Technicus)라 부른다.

기술은 인간의 윤리 도덕과 함께 했을 때 행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기술에서 정신, 마음, 가슴, 영혼을 제거한다면, 기술은 인간에게 돌변한다. 기술은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고, 끝내 기술의 고안자 인간을 파괴하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바둑 고수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은 기술의 미래를 깊이 되돌아보게 하였다. 윤리 도덕의 전환 시대에, 탈중심이 대세가 된 극단적 자아중심 시대에, 심지어는 “하나님이 없다”하는 무신론, 반신론, 탈신론으로 무장한 트랜스휴먼 시대에 기술은 더욱더 인간의 따스한 인성 안에 담겨있어야 한다.

속초, 동해안 평화로운 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한다.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불러온 열풍이다. 속초에 가서 정작 속초의 고유한 풍물, 웅장한 백두대간이나 아름다운 바다를 체험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단지 게임에만 몰두하여 속초를 다녀간다면, 알맹이 없는 허망한 놀이에 지나지 않으리라. 기술에 속아선 안된다. 기술에 종속되어선 안된다. 더구나 기술에 노예가 되어선 안된다. 기술이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도구가 된다면 염려할 필요가 없다. 종말이 불행한 몰락이 아니라 행복한 행진이 되기 위하여 우리의 믿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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