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도 하나님이 부으시면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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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도 하나님이 부으시면 변합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7.0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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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청소년 위해 두 번째 '일진캠프' 여는 임귀복 목사
▲ 임귀복 목사가 지난달 19일 방주교회에서 열린 '죽임 당하신 어린양' 뮤지컬 공연에 앞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은혜 받고 새사람 되겠다고 다짐한 그 아이, 며칠 못가서 사고치고 소년원으로 들어갔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또 다시 가르치고 안아줘야지요. 하나님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엄마같이 푸근한 인상의 임귀복 목사. 얼핏 봐서는 고생 없이 살아온 평범한 중년 여성의 모습이지만 그녀의 사역 얘기를 조금만 듣다 보면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임 목사는 현재 방화동에 위치한 주영광교회를 시무하고 있다. 성도 수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인 주영광교회는 규모는 작지만 큰 교회도 쉽게 하지 못할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 교회 성도의 절반가량은 속칭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 이 위기 청소년들 가운데에는 학교를 안다니는 것은 예사고, 가출한 아이, 절도·폭행 등의 문제를 저지른 적 있는 녀석들이 태반이다.

임 목사와 주영광교회는 이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위기청소년 사역에 특화된 교회처럼 돼버렸지만, 처음부터 위기청소년 사역을 염두에 두고 교회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우연한 계기였어요. 2010년에 삼일교회 청년들이 수도권 선교를 하겠다며 교회를 찾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우리 교회로 전도돼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대부분이 껄렁껄렁한 아이들이었던거죠. 이 녀석들이 교회에 정착하면서 기존의 성도들은 당연히 힘들어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장년들은 교회에 안나오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점점 더 늘어났어요. 재미있는건 이 아이들이 다 전도왕이라는 거에요. 동네에서 사고치고 다니기로 유명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데려온 친구만 해도 20명이 넘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그저 문제아처럼 보이던 아이들에게서 깊은 아픔과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 각자가 저마다의 문제로 생의 벼랑 끝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왜 이 아이들을 '위기청소년'이라고 부르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이들 각자가 극단적인 벼랑에 서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위기에 처해 있었던 거죠. 나라도 붙잡지 않으면 어딘가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아이들 한명 한명의 깊게 들여다보면 다들 드라마 한편 정도는 나올 만큼 사연이 많아요.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됐다.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일로는 부족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 시급하게 느껴졌다. 복음이 들어가면 아이들의 삶도 바뀔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지난 겨울부터는 뮤지컬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전문 사역자들에게 의뢰해 복음적 메시지가 담긴 '죽임 당하신 어린양'이라는 작품을 완성시켰다. 아이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직접 복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을 바라볼때는 그 어느때보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변화된 아이들을 부모에게 인계만 하면 이 사역도 끝나겠지 하는 마음이 들때 쯤에는 꼭 사건이 터진다. 집으로 돌려보낸 아이가 부모의 폭력으로 도로 가출을 하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고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도 임신해서 찾아온 아이, 자살 시도를 했다는 아이까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일들이 계속됐다.

▲ 임귀복 목사와 주영광교회 교인들.

임 목사는 그럴 때마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는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을 생각한다. 이 사역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려면 사람의 마음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다시 문제를 저지르고 마음을 무너지게 할 때, 저는 이 ‘사랑은 오래 참고’에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주님’을 넣어보곤 합니다. 그러면 ‘주님은 오래참고’가 되지요. 그러면 주님 마음이 느껴져요. 주님은 나라는 사람 한 명을 구원하기까지 오래 참으셨거든요. 누군가는 이 사역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합니다. 맞아요. 내가 바친 헌신이나 노력은 언제 그랬나 싶을정도로 누가 입김만 후 불어도 사라져버리죠. 그런데 이 일은 제가 하는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하시는거죠. 아무리 밑 빠진 독이라도 하나님이 하시면 변합니다. 저는 그걸 믿고 그저 순종할 뿐입니다.”

임 목사가 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다음세대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 때문이다. 그녀는 이 아이들이 회복되는 것이 바로 다음세대가 살아나고 한국교회가 살아나는 길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이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밥을 먹고 쉼과 안식을 얻는 걸 봅니다. 교회마다 신앙보다 학업에 열중하는 학부모와 아이들 때문에 중고등부 사역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교회가 너무 좋다고 말해요.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 위기청소년들의 문제는 한국교회가 떠안고 가야 할 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 교회가 시끄러워진다고요?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 않죠. 하지만,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고 살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다음세대’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어요. 대학만 가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집니다. 타 종교에서도 이단에서도 이 아이들을 포기한 채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복음을 들고 이들에게 다가간다면 다음세대에 대한 교회의 걱정도 크게 덜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주영광교회 청소년과 함께.

이 마음을 그대로 담아 임 목사와 주영광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진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일진캠프’라는 이름 안에는 ‘유일한 진리인 예수님만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해 80명의 위기청소년들과 80명의 멘토를 모아 3박4일간 캠프를 진행했는데 아이들 뿐 아니라 참여한 멘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한다. 임 목사는 “사건 사고가 일어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이 예수를 만나는 진짜 사건이 터졌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20명 더 많은 100명의 위기청소년과 100명의 멘토를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명의 아이들은 이미 모집했지만 멘토 모집은 아직 미진한 상태다. 행사에 필요한 비용도 모자라다고 한다. 그러나 임 목사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 사역을 누구보다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사역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진캠프에는 불신자 아이들만 초청합니다. 복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교회가 외면한다면 세상 어디에서도 이 아이들을 받아줄 수 없습니다. 이 사역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많은 분들이 캠프에 참여하셔서 교회가 위기청소년들을 어떻게 품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모범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제2회 일진캠프는 오는 8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간 인천 새날수양관에서 진행된다. (멘토모집 관련 문의:010-9366-8642 정선경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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