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없는 조직개편" 분노
상태바
"의견수렴없는 조직개편" 분노
  • 승인 2003.08.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문화관광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된 ‘종무실 통폐합 축소방침 안’에 기독교계를 포함한 각 종단들이 거센 반발을 보인 것은, ▲종교를 한낱 문화사업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종교에 대한 시각 ▲종교계 의견수렴없이 이루어지는 정부의 독단성 등 두가지 이유 대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기독교계가 나서서 이미 처리했던 문제를 또 다시 들고나선 정부당국의 무성의한 태도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만난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목사가 “종무실을 격상시킨 종교청 신설”을 건의했음에도 이와 정반대 방침인 ‘축소통폐합 방안’이 거론된데 기독교계 및 종단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98년에도 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종무실 축소방침을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 종교지도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와 총리실 공관에서 만나 백지화를 다짐받았고 이후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 역시 축소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받았내 ‘일단락’됐었다.

6월 말 이창동 장관 면담 이후 7월 종무실 관계자와 신라호텔에서 정책현안에 대해 대화했음에도 직후인 8월6일 ‘종무실 통폐합 방침’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되자 다른 종단보다도 정부와 다각적으로 교류를 가져왔던 기독교계는 매우 당혹스런 분위기다.

문화관광부가 이번에 정한 구조개편 방침은 ‘민간참여와 자율,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는 구조개편’을 모토로 하고 있다. 문광부는 현행 2실6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종무실과 문화정책국을 합쳐 문화정책실로 개편하고 ▲문화산업국을 미디어산업국과 문화산업국으로 분리한다는 개편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개편안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종교=문화사업’이란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교계가 문광부의 개편안에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교계는 종교와 문화는 엄연히 그 영역이 다른 것인데도 정부가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조직을 통합하는 것은 이해못할 처사라고 입을 모으며 “전국민의 70%이상이 종교인이라는 점을 정부당국이 간과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정연택 장로는 “대다수가 종교인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결국 종교인들의 화합과 일치가 국정전반에 긍정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데 종교를 대하는 정부시각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밝혔다.

교계는 이번 종무실 축소방침이 ‘지방분권 시대의 자율정책 일환’이란 정책기조와 달리 ‘정부주도의 권위적 처사’라고 해석하고 있다. 각 종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않았다는 것이다. 종무실 축소방침이 적어도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라 행정적 편의를 위한 조치라면, ‘지방분권 자율의 분위기와 참여정부의 기조에 맞게’적당한 수준의 의견수렴이 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독교계와 각 종단들은 이미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기존의 종무실 업무수준 보다 더 강화된 형태의 조직인 ‘종교청’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오는 10월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종무실 조직개편안을 사이에 놓고, 문광부-각 종단은 남은 한 달여동안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