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 그 자체로, 당신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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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 그 자체로, 당신은 귀하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6.02.1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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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만화가, 동화 ‘호랑이 심장’으로 돌아오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동화 ‘호랑이 심장’

▲ 부엉이 의사에게 심장 진료를 받고 있는 호랑이왕.

동물의 왕 호랑이가 ‘사슴 심장’ 이식을 두고 고민이 많다. 심장병이 걸려 하루라도 빨리 새 심장을 이식 받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병원에는 ‘사슴 심장’ 밖에 없다. 부엉이 의사는 “호랑이 왕님의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해선 사슴의 심장이라도 이식을 해야 한다”고 호랑이에게 권면한다.

호랑이는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갈등한다. “숲 속의 왕인 나보고 사슴 심장을 달고 살라고?”

당장 죽게 생겼지만 호랑이는 사슴의 심장 앞에서 자존심을 논한다. 부엉이 의사는 비밀을 지켜 주겠다고 했지만, 호랑이는 자존심이 상해 그저 화가 날 뿐이다.

하지만 결국 호랑이는 사슴 심장을 이식 받는다. 자존심, 부끄러움보다는 죽음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루 동안만 해도 수많은 상황 속에서 고민과 갈등을 하며 살아간다. 단순히 식사, 교육, 주거 등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작은 고민과 갈등이다. 하지만 눈앞의 욕망만을 추구하기 바쁜 ‘근시(近視)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세계 많은 사람들은 사소한 것들에 더 심각한 고민과 갈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SNS상에 소식을 전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써 그 자체에 대한 만족, 단기적 이익, 눈앞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급급하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동화 속 호랑이보다도 더 ‘사슴 심장’을 철저히 거부한다.

결국 사슴 심장을 이식 받은 호랑이는 하루하루가 우울했다. 한번은 늦은 밤 귀가하다가 집 앞에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나 큰 곰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곰을 보고 나무 뒤로 숨은 호랑이는 그것이 곰이 아닌 커다란 바위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겁이 많아진 자신을 자책하며 매일을 걱정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호랑이는 여전히 동물의 왕이었다. 토끼를 괴롭히는 멧돼지를 혼내주기도 하고, 숲속의 왕답게 많은 동물들을 지켜주었다. 숲 속 동물들 또한 변함없이 호랑이 왕을 존경했다.

그렇지만 호랑이는 끊임없는 자책 속에서 결국 죽음이란 큰 결심을 한다. 사슴 심장을 달고 사느니 도저히 부끄러워 못 살겠기에, 스스로 죽기로 한 것이다.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기로 작정한 호랑이는 괴로움을 안고 낭떠러지 끝에 선다. 

그때 부엉이 의사가 호랑이 앞에 나타난다. 부엉이 의사는 말한다. “호랑이 왕님이 사슴 심장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았던 토끼도 호랑이 앞에 나타나 말한다. “우리는 늘 호랑이님을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심장이든 사슴 심장이든 상관없습니다.” 

동화 ‘호랑이 심장’은 우리가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작가 조대현 목사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따라서, 또는 처해진 환경에 따라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한다. ‘호랑이 심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나 환경은 상관 없다고 말한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또 “격려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글과 그림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좌절 속에 또는 절망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 ‘호랑이 심장’이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기독교 만화가로 15년간 사역해 온 조대현 목사가 첫 동화책을 출간했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세상 문화를 더 많이 읽음으로써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영성과 목회자 및 교회 성장에 치우쳐진 기독교 도서 문화를 탈피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 조대현 목사는 본지를 비롯해 국민일보와 헤럴드경제에서 15년간 시사만평을 그리며 만화가로 활동해왔다. 30만부가 판매된 ‘울퉁불퉁 삼총사’를 비롯해 다양한 기독교 만화를 그려왔다. 그러던 중 ‘동화’를 보며 느끼게 된 교훈에 성경적 메시지를 담은 동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3년간의 기획과 구상 끝에 ‘호랑이 심장’을 발표했다.

조대현 목사는 “부엉이와 토끼와 달리 자존심이 쎈 호랑이는 자신의 결점을 남들이 알게 되면 무시할까봐 걱정부터 한다”며 “경쟁이 치열해져만 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호랑이처럼 먼저 근심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며, 존재 자체로 귀하다 여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혹시 내 안의 결점을 오늘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를 두고 어떻게 가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가. 겉치레를 통해 진짜 나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자신의 진정성을 SNS에 노출경쟁으로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자신의 ‘사슴 심장’을 감추기 위해 가식으로 무장한 진심을 내놓고 있지는 않는가.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분명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치 있는 계획을 세워두셨기 때문이다. 그 계획 속에 ‘사슴 심장’을 달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라도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귀한 존재다.

동화 ‘호랑이 심장’을 통해 나의 본 모습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단점이라고만 느껴졌던 것들이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숨기고 싶었던 것들이 전혀 창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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