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때문에 어려운 통일? 경제 때문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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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때문에 어려운 통일? 경제 때문에 할 수 ‘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7.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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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통일부장관들에게 듣는 통일방법론
▲ 임동원(왼쪽), 정세현(오른쪽) 전 통일부장관은 평통기연이 마련한 광복 70주년 특별강연에서 남북한 교류와 협력이 바탕이 돼야 통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협력은 남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남북 국민총소득 격차 43.7배

지난 7년간 남북한 교류와 협력 답보상태

“경제적 효과, 남북한 통일을 이루는 자산”

 

경제적 상호의존성 높여야 통일 가능

“햇볕정책, 서독 ‘동방정책’과 같은 의미”

서독교회, 통일을 위한 화해의 사도 역할

 

총소득격차 44배, 통일의 관건은 경제?

전후 세대에게 통일은 ‘우리의 소원’(?)일 정도로 당연한 과제였다. 대북관은 다를지라도 통일을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통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대다.

통일은 우리나라가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라는 긍정론, 오히려 통일 때문에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가 자기 통일관의 배경이 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지난 17일 한국은행은 ‘2014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우리 돈 138만8000원으로, 남한의 21분의 1에 그쳤다. 전체 국민총소득 추청치는 43.7배로 전년도 42.5배였던 것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대로라면 한반도가 통일이 되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통일이 어렵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통일의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면 통일의 길을 열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 이후 약 7년간 남북한 교류협력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정권이 바뀌면 변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기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독교계가 적극 참여해온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거의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사에 있어 남북한 교류 협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집권기였다. 남북한 정상이 2번이나 만나 공동선언을 발표해, 통일 기본원칙을 세웠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대북지원 등 남북관계가 진일보했던 시기임이 분명하다.

 

통일로 가는 길, 남북 경제공동체부터

기독교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상임공동대표:박종화, 손인웅, 이영훈, 홍정길, 이규학 목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CTS 기독교TV가 오는 8월 10~13일 방영하게 될 ‘광복70주년 평화통일 특별강연’을 위한 녹화현장에 지난 15일 직접 찾아가 두 장관의 통일에 대한 원칙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특히 진보정권에서 일했던 두 장관이 모두 통일과 관련해 경제적 효과를 매우 중요하게 강조한 점은 새로웠다. 

이른 바 ‘통일대박론’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통일대박론이 통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부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결과론적 입장이라면, 두 장관이 말하는 것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얻는 경제적 효과는 통일을 이루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통일을 위한 단계적 과정을 언급했다. 남북한이 ‘경제 공동체’→‘사회문화 공동체’→‘정치 공동체’→‘군사 공동체’로 차례로 진전을 이루고, 이후 한반도 주변국들을 외교로 통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77년 국토통일원에 들어간 이후 100회 가까이 남북한 실무회담에 참여한 그는 북한의 대남성명을 문자대로 해석하지 말고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자대로 보면 정떨어지지요. 하지만 가정에서처럼 남북관계에도 역설적인 표현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열등의식을 감안해 다가서야 합니다. 독일 통일도 그런 식이었습니다. 동독은 서독의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지원하다보니 동독의 대서독 의존성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정 장관이 왜 경제공동체를 가장 앞에 이야기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상호 의존성을 높이게 되고,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사회문화적 이질성도 극복할 수 있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햇볕정책이 중단된 데 대해 그는 크게 아쉬워했다.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멈추어 섰다면서 햇볕정책은 독일 통일을 앞당긴 ‘동방정책’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독 사민당은 1969년 집권 후 현금과 물자로 1044억 마르크를 동독에 지원했습니다. 일년에 29억 달러 규모입니다. 그런데 남한이 북한에 가장 많이 지원했던 때의 규모가 4억불 정도였습니다. 퍼주기는 말도 안 됩니다.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독처럼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심을 얻어낼 수 있고 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동방정책도 위기는 있었다. 정 장관은 이 부분을 주목했다.

“1982년 서독의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집권당 기독민주당의 헬무트 콜은 13년간 추진했던 동방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그로 인해 7년 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기민당이 정체성 때문에 동방정책을 거부했다면 독일 통일은 없었습니다.”

 

“물을 주고 땀을 흘려야 통일은 옵니다”

임동원 전 장관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중국과 대만, 다시 말해 양안 관계에 주목했다. 최근 관계가 크게 나아진 두 나라는 경제적 실용주의를 채택해 경제 공동체적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당 30편에 불과했던 정기항로가 840편으로 늘어나고 일년 중 왕래 인구가 900만명, 우편과 전화, 송금도 자유롭다. 대만인 2백만명이 중국에 상주하고 있고, 양쪽 남녀가 만나 결혼한 경우도 37만건이나 된다. 그는 “통일은 안됐지만 통일이 된 것 같은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통일에 앞서 독일도 마찬가지였던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임 전 장관은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서울과 평양을 오갈 때 독일의 통일을 목격했다고 한다. 장로인 그는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통일을 선물로 주시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통일이 가능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서독이 열심히 심고 물주고 가꾸었을 때 하나님이 자라나게 하셨던 것입니다. ‘철의 장막’을 없애기 위해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사죄하며 유럽의 품에 안기려고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동방정책’ 추진으로 1973년 35개국이 참여한 헬싱키선언이 채택됐고, 이후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화해의 노력이 계속되면서 결국 냉전체제가 흔들려 독일 통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일 교회의 역할에 임 장관은 깊이 있게 살펴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독 교회는 30여년간 끊임없이 동독에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했고, 동독 정부가 교회의 자유를 보장하며 130여 시민단체가 동독교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독 니콜라이교회의 기도가 발화점이 돼 전국교회로 번졌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 더 이해가 되는 점이기도 하다. 교회와 시민사회가 뗄래야 뗄 수 없었던 것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일의 통일은 갑자기 이뤄진 흡수통일이 아닙니다. 농부가 농사짓듯이 땀 흘려서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어나가야 통일은 되는 것입니다. 북을 힘으로 굴복시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화해와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유연성 있게 관리해가야 합니다.”

남북이 합의해 통일의 원칙을 정했던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남북정상이 만나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의 대표적 실무책임자였던 임 전 장관. 그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성경의 가르침을 들어 통일을 위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로마서 12장 17~21절을 찾았다. 그리고 성도들이 말씀을 따라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화해하라) △원수를 사랑하고 협력하라 △원수를 새 사람을 변화시켜라 △피스메이커가 되라고 강조했다.

또 고린도후서 5장 18절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를 언급하며, 사랑과 나눔으로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북의 교류 협력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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