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 공간에서 피워낸 ‘여성들의 이야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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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 공간에서 피워낸 ‘여성들의 이야기 꽃’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4.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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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해피우먼쉼터 ‘우먼 톡톡(Talk Talk)’ 운영하는 해오름교회

매일 20만 명 이상 환승하며 지하철 이용

사회의 아픔, 상처 치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사당역. 서울 동작구 사당1동과 관악구 남현동, 서초구 방배2동에 걸쳐있는 것은 물론, 서울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이다. 육상 교통으로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사통팔달(四通八達) 교통의 요충지다.

지난해 7월 서울메트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당역의 경우 환승 인원이 많은 서울 지하철역 베스트 10에서 20만985명으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환승 인구가 많은 곳. 버스 정류장 중 승차 인원이 가장 많은 정류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규모는 하루 평균 15만8천여 명에 이른다.

지하철 2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있다. 2호선에서 4호선 혹은 4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승객들이라면 누구나 매일 보았을 공간. 불과 2년 전만 해도 쓸모 없는 공간으로 방치돼 있던 곳이었다.

▲ 지하철 환승객들의 휴게공간이 된 우먼톡톡방.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희망과 용기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꽤 널찍한 이 공간이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계단을 오르내리기에 힘이 부친 어르신에서부터 청년들은 물론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들러서 쉬어가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퇴근길 약속장소로, 또 다른 이는 고민을 털어놓고 간절히 기도하는 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 가족들을 위한 소망과 기대, 응원

‘사당역 해피우먼쉼터, 우먼 톡톡(Talk Talk)’.

해오름교회(담임:최낙중 목사)가 사당역을 이용하는 여성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다. 이름 그대로 여성들이 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망울을 톡톡 피울 수 있게 배려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여성들만 사용하는 공간은 아니다. 누구나 이용하는 24시간 열린 공간.

‘우먼 톡톡’을 연 최낙중 목사는 “이제 더 이상 교회를 위한 교회여서는 안 된다. 세상을 위한 교회여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해피우먼쉼터를 마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우먼 톡톡은 사당역장이 먼저 제안을 해왔다. 당시 사당역은 성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역 중의 한 곳이었고, 이 불명예를 씻기 위해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쉬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었다.

해오름교회와 최 목사는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세상을 위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환승을 위해 꼭 거쳐가야 하는 그곳. 하지만 쓸모 없이 방치돼 있던 그 장소를 해오름교회는 떠맡았다. 인테리어팀을 파견해 단장하고, 여성들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 이 곳이 살아났다. 생기가 넘쳤다. 사람들의 이야기 꽃이 활짝 피었다.

화사하게 꾸민 벽면에는 서로의 소망이 담긴 메모지가 하나 둘 붙으면서 건강, 가정, 부모와 자녀를 염려하는 바람들이 담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기도와 바람들이 이루어졌다는 소식들도 들려왔다. 자녀와 친구들에 대한 응원도 한몫을 한다.

‘어렵게 모인 우리 가족, 함께 살게 해주세요. 간절히 빕니다. 영원히 행복하게 함께 하기를’, ‘매일 아침밥 먹고 힘내’, ‘군대에서의 2년이 2분 같이 느껴지기를’, ‘경희야, 넌 하나님의 딸이야. 넌 약하지 않아’, ‘우리 엄마 안 힘들게 인 서울 아무 데나 붙어라’, ‘좋은 배우자 만나서 결혼하자. 올해는 꼭 건강해지는 것’. 이 모두가 우먼 톡톡에 남겨진 모두의 소망이 담긴 글들이다.

# ‘사람들과 함께’ 가는 교회

우먼 톡톡에 이런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쉬면서,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책자며 신문, 설교 CD와 DVD 등이 비치돼 있다. 모두가 해오름교회에서 제공한 것들이다.

2호선 라인에서는 목요일과 토요일에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볼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동안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공연을 볼 수도 있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차 한 잔과 함께 무료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해오름교회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전도할 수 있어서 좋다. 교회와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시간과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인원도 하루 평균 3백 명 이상.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기에는 이곳보다 좋은 공간도 없다 싶다.

해오름교회는 최근 들어 ‘젊어지고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매주 등록하는 교인들 중에 청년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 2/3에 육박하기도 한다. 교회에 대한 좋은 소문들이 나면서 오히려 청년들이 찾아오는 교회가 됐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5~10년 후면 청년들이 더 많은 교회가 될 것”이라고 최 목사는 말한다.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해오름교회는 ‘신혼공동체’를 새로 만들었다. 청년들이 결혼 후 3~4년 정도 아이를 낳을 때까지 신혼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임신과 출산 등 공통 관심사를 나누면서 생활하게 하기 위한 배려다. “이제 교회를 목회자의 설교로만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나눔과 피드백, 교제를 통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친구가 되게 해야 한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마커스의 공연도 벌써 8년째 접어들었다. 시작할 때의 10배 부흥이 됐다. 교회 내부 찬양팀 또한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주일 오후 예배는 4대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면서 세대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찬양한다.

최낙중 목사는 ‘더불어’, ‘함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교회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당역 ‘우먼 톡톡’에는 이 시대와 사회의 아픔,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려는 해오름교회의 목회방침과 방향이 그대로 녹아있다.

최 목사는 말한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어둠을 몰아내는 곳, 병든 세상을 치유하고 절망에 처한 인생에 희망을 주는 곳이 바로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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