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올해에는 제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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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올해에는 제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3.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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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못하는’ 크리스천 청년들, 교회가 나서야

모태신앙으로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A씨(여·35세)는 매 주일마다 교회를 나가고 교회학교 선생님으로도 섬기며 분주하게 생활했다. 혼기를 훌쩍 넘은 A씨는 언젠가는 ‘믿음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작은 교회에 다니면서 배우자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 결혼을 위해서라도 교회를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E씨(남·36세)는 결혼이 자신에게 사치라고 생각한다. 비싼 집과 막대한 결혼 비용을 생각하니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워졌다. 혼자 살면 충분히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연봉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아내와 자녀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혼을 포기한 교회의 형제, 자매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찾아왔다. 겨울이 냉기가 움츠러들고 따뜻한 햇살이 서서히 비취며 만물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3월이 시작되면서 반가운 지인들의 소식과 함께 어김없이 청첩장이 날아온다. 때가 되면 남들 다 하는 결혼이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요즘 청년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치솟는 물가와 장기적인 경제 불황, 높은 청년 실업률까지…. 청년들의 미래가 이렇게 암담한 때도 있었을까. 거기에 막대한 결혼비용을 생각하면 결혼 하지 않는 것을 청년세대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교회의 많은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는 이유로 ‘여초현장’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 교회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성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 국내에 몇몇 대형교회의 사역자들은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대부분 7:3에 이르며, 심지어 주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8:2에 이른다고 귀띔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기 원하는 크리스천들의 결혼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회에서 짝을 찾지 못한 여성의 경우 ‘신앙이 다른 남성과의 결혼’과 ‘독신’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 그로인해 나이 많은 미혼 청년이 점차 증가하면서 청년부 고령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해 몇몇 대형교회의 경우 청년 부서를 연령별로 세분화 해 운영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담임:이찬수 목사)는 대학1·2·3부는 26세 이하, 청년 1·2부는 27~32세, 청년조이스 33세 이상으로 구성됐다. 서울광염교회(담임:조현삼 목사)는 △20~26세(청년4부) △27~32세(청년3부) △33~39세(청년2부) △40세 이상(청년1부)으로 총 4부서로 청년부를 운영하고 있다. 광염교회 청년 2부 이상민 목사는 “교회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마음은 열어두고 있지만, 환경적인 어려움과 높아진 기준으로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청년부의 연령층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출석 교회의 성도 수가 많다면 다행이다. 지난해 10월까지 경기도 양주의 200여명 성도의 작은 교회에 출석했다는 A씨(38)는 “결혼을 확신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있는 것뿐인데 교회에 가면, 보는 사람마다 왜 결혼을 안했느냐는 핀잔을 준다”며 “청년부도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 최근 청년부가 많은 대형교회로 교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의 사례처럼 소형교회의 미혼 청년의 경우 교회 생활 속에 고립감을 느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 꼭 해야 할까?

그렇다면, 결혼하기도 아이를 양육하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결혼은 꼭 해야 할까. 하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결혼을 미루고 독신 생활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크리스천 청년들이 편승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인간 창조 이후 첫 명령으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1:28)”고 하셨기에, 독신에 대한 특별한 부르심 없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는 것은 성경적 가치관이 아니라는 것.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결혼하지 않으려는 것은 성경적인 가르침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기독교인들은 ‘믿음의 가정’을 만드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해서 성급하게 결혼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결혼할 상대로 단순히 조건에 부합하는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게 맞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급한 마음은 믿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혼 관련 사역자들은 “믿지 않는 자와의 결혼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결혼 후보에 아예 넣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웨딩 칼럼니스트 김재욱 씨는 “남성들은 결혼을 위해 믿겠다고 답하지만 끝까지 믿음이 없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매들 중 결혼과 신앙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결혼을 하더라도 충분한 신앙생활 후에 결혼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자를 위해 꾸준히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무작정 많은 기도제목을 나열하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가 책임 나눠야, ‘커플 매칭 프로그램’ 눈길

교회 안에서 결혼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함께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교회 차원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해 성서적 의미를 부여하지만, 결혼의 여부에 대해서는 사적인 영역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 한은경 권사는 “교회에서 가정 사역을 더욱 강화하고, 부모 세대들이 결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구원받은 성도들이 가정을 일구고 어떻게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갈수록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이를 놓치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한 권사는 “큰 교회에서 ‘매칭 맺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작은 교회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미혼 청년들이 무작정 이성을 찾아 교회를 옮기기보다, 새로운 상대를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교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11월 영주제일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공광승 목사는 결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미혼 청년들을 이어주기 위한 ‘싱글매칭학교’ 사역 프로그램을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엄격한 조건 속에서도 높은 참가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평균 매칭 비율이 50%를 넘는다. 공광승 목사는 “결혼을 위해 기도를 하는데 응답이 없다는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기도하는 중에 이들을 서로 만나게 하라는 응답을 받고 이 사역을 시작했다. 결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많은 교회들이 연대해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와 환경을 제공하면 보다 더 많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 시대에 돌입하면서, 크리스천들 데이트를 돕는 ‘앱’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큐티네트웍스(대표:송유창)가 개발해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 출시한 ‘크리스천데이트’ 앱은 현재까지 5만7천여 명이 다운받았고, 5천172커플이 이 앱을 통해 만나 교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교제가 자칫 가벼운 만남으로 끝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식적으로만 115커플의 성혼이 이뤄졌다. 

가입자의 신원과 출석 교회에 대한 확인을 거쳐야 하는 회원가입 절차에 따른 안전성과 높은 신뢰도 확보가 앱 성공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송유창 대표는 “다른 교회의 청년을 만날 기회가 없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안전한 소개팅을 주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제는 앱을 넘어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서도 크리스천 데이팅을 위한 다양한 코칭 및 캠프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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