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감격 메말라버린 이들에게 선물해줄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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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감격 메말라버린 이들에게 선물해줄 ‘십자가’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2.1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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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박힌 십자가로 묵상하는 사순절
▲ 십자가에 박힌 못들은 우리의 죄를 의미한다. 조병곤 집사는 못 박힌 십자가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통을 체감하며 점점 메말라가는 구원의 감격을 사람들이 회복하기를 바라며 일하고 있다. 무려 4만여개의 못으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한 달 넘게 걸렸다.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하는 붉은 십자가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조 집사는 크리스천 선물 문화의 수준이 더 높아지는데 일조하겠다는 소명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선물+공방주인 조병곤 집사

올해 사순절이 오는 18일 성회수요일부터 시작된다. 사순절 묵상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 중에 하나는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이다. 저주 받은 나무였던 절망과 수치의 십자가가 오늘날 소망과 위로를 주는 십자가가 됐다. 도대체 십자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십자가를 묵상하다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깊이 적셔지게 된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유익을 주는 십자가라는 상징이 너무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고착되어가다 보니 이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병곤 집사가 만들어온 십자가들은 점점 갑각류처럼 딱딱해져가는 신앙의 껍질을 깨버린다. 다양한 십자가의 이미지를 통해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 밋밋해지고 고사되어버린 감격을 일깨워준다.

그의 십자가 작품들은 주로 건축용 타카못 등 다양한 못들을 나무에 박아 십자가의 형태나 성경구절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그리스도의 고통을 공감하게 한다. 그의 작품 어떤 것은 무려 4만개의 못이 나무에 박혀 십자가를 만든 것도 있다. 그 정도면 나무는 견디지 못한다.

 

틀에 박힌 십자가에서 탈피

으깨지고 부서진 나무에 또 못을 박는다. 갈라지고 찢어진 나무의 살에 또 못을 박는다. 어쩌면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소리 없는 비명을 나무에게서 듣는다. 거기서 고난 당하시는 예수의 절규를 듣는다. 그 고난의 원인이 내게 있음을 깨닫는다. 그 십자가 앞에서 전율을 느낀다. 4만여개의 못은 곧 나의 죄의 목록이다. 못 박힌 십자가 앞에서 내 죄를 응시한다. 주님의 은혜 앞에 항복할 수밖에 없다.

“십자가는 우리 신앙의 핵심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접했던 십자가들은 사실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어떤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십자가 작품을 통해서 예수님이 정말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말씀이 생생하게 들리고 체험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서 십자가를 만든다. 들판에 있는 대나무 뿌리, 산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 물가의 조약돌들이 십자가가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종이나 박스, 색실, 클립, 한지, 오래된 자들, 연필들이 십자가로 엮어진다. 못이나 볼트, 너트 등 각종 철물들, 타일과 벽돌 같은 건축자재들이 십자가를 이루기도 한다.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난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그것을 보는 이에게도 신선한 영감을 준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십자가를 묵상합니다. 제 신앙에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저희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십자가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하십니다. 저는 전혀 새로운 십자가들을 보면서 우리의 십자가 신앙이 혁신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 4만여개 못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크리스천 선물 문화의 향상 꿈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나와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하던 그는 모든 껍데기를 지난 2010년에 다 털어냈다.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일을 감행했다. 그 꿈은 일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삶과 신앙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것이었다. 바로 공방. 워낙 손재주가 있어 그전부터 지인들에게 공예품 같은 것을 만들어 선물하기 좋아했던 그는 오래된 친구와 뜻을 모았다.

“오래된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기독교 상품 시장이 너무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다들 교회를 다녔거든요. 교인들 간의 교제와 교회 행사에 필요한 선물을 구입하면서 품질과 다양성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회에서 받은 선물들이 서랍이나 뒷방에 처박히는 일이 없도록 좋은 선물을 만들어서 크리스천 문화를 한 단계 높이자는데 뜻을 모았죠.”

그는 지난해 말까지 한남동에 선물+라는 기독교기념품 가게를 운영했다. ‘선물’은 하나님의 은혜로 주신 구원을, ‘+’는 십자가를 의미한다. 십자가로 이뤄진 구원이 곧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간판으로 서울시에서 상까지 받은 이 가게는 기존의 ‘기독교백화점’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와 제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수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상품 보다는 작품의 성격이 강했고 대중적인 경로로 판매하기가 곤란했다. 기독교 문화의 발전을 위해 고급스러운 선물을 선택하는 기독교 소비자의 의식도 아직 미약하다. 결국 임대료 등의 어려움 때문에 잠시 가게 문을 닫고 지금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이다(그의 블로그 blog.daum.net/bgony).

“홍보가 아직 덜 돼서 아시는 분들만 알음알음 찾아오시죠. 한번 사용하셨던 분은 만족도가 높으니까요. 십자가가 예배당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다 보니 교회에서도 종종 남다른 조형미를 갖춘 십자가를 주문하시곤 합니다. 물론 아직 경제적이지 못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사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입니다. 판매가 주목적은 아니었습니다.”

▲ 조병곤 집사가 만든 다양한 십자가들

고통 가운데 주시는 은혜의 선물

경복고등학교 시절에 그는 근처 광화문에 있던 덕수교회를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 따라 교회 가는 수준이었다. 군대 갔다 와서 결혼 할 때까지는 교회를 떠나있기도 했다. 신앙을 가진 아내와 결혼하면서 다시 십자가 앞에 서게 되었던 그는 교회에서 사회봉사위원회를 맡아 장애인 시설들을 다니며 새롭게 거듭났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 시설들이 참 열악했습니다. 그 시설에 가서 봉사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어요. 초신자들이 거기 가서 봉사하면서 눈물, 콧물, 다 빼고 오곤 했습니다. 봉사하러 가서 다들 한결같이 ‘은혜 받고 왔다’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들을 섬기며 고통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보람은 더 컸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요, 죄송함도 감사함도 경험했어요.”

그 후로 그가 붙들고 사는 말씀은 십자가의 정신이 녹아져 있는 말씀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오늘도 그는 나무를 자르고, 깎고, 뚫고, 못을 박으며, 이 말씀들을 묵상한다. 나의 죄가 박히면서 나무는 으깨지고 갈라진다. 우리가 값없이 얻었다는 구원, 그래서 선물로 받은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 예수는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셨는지, 십자가가 묵묵히 말해준다. 그는 그가 만든 십자가를 통해 많은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이 주신 구원의 선물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그 감격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나무에 박힌 못은 나의 죄를 상징한다. 조병곤 집사는 자신이 만든 십자가를 통해 점점 메말라가는 구원의 감격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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