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잃으면 '대표 연합기구'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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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잃으면 '대표 연합기구' 무산
  • 승인 200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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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화모임이 상견례 수준을 넘지 못할 거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지속적인 대화를 위한 실무창구를 구성하는 등 진일보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한국교회가 하나로 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6월4일과 7월11일 두 차례 모임이 사실상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일단 두 기구 대화모임은 7월까지 탄력을 받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백도웅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길자연목사), 그리고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상임회장:한명수목사, 최병곤목사, 김진호감독회장) 중 어느 기구든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한국교회로부터 받을 따가운 질타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여론은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만나게 될 두 차례의 모임이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교회협이든 한기총이든 대화모임을 거부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표 연합기구 구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교회협의 경우, 75년의 역사를 포기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지켜 온 기득권을 쉽게 버리기 어렵다는 지적은 일단 설득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상근목사(교회협 일치위원장)가 무리한 기구통합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은 앞으로 대화모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대표 연합기구 구성에 한기총이나 교단장협이 주도권을 행사할 경우 교회협의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교회협의 조직 변화다. 현재 교회협의 정서를 담아내지 못한 채 두 기구 통합 논의에 적극적인 최성규대표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이면 끝난다는 것인데 임기 4년의 총무를 비롯해 대화위원들이 최 대표회장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어 향후 진로를 낙관하기 어렵다.

또 다른 난관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한기총의 최근 입장변화다. 교계 일부는 한기총의 입장변화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기총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두 기구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만약 두 기구가 통합될 경우 한국교회 최초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대표 연합기구의 대표자리를 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최성규목사(교회협 대표회장)는 자신은 대표자리에 욕심이 없다며 대표자리를 한기총에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언급해 왔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합운동의 원칙을 중시하는 교회협과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현 상황에서 두 기구의 통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란 고백마저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두 기구가 상견례 수준을 뛰어넘어 원론적인 합의를 찾기 원한다면 열린 마음과 진중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교단장협이 어떤 방안을 갖고 카이로스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조정자의 역할을 감당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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