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배타성 넘어 ‘포용적 태도’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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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배타성 넘어 ‘포용적 태도’ 취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1.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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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학회, 제43차 정기학술대회서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그레그 스털링 강연

“우리는 편협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을 자연스러운 신앙적 태도로 받아들이면서 세상에 대한 소통의 ‘복음’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종교적 분쟁이 세계 속에 발생하고 있는 이 때 ‘포용적 자세’가 지혜로운 복음 전파를 위한 신앙인의 태도로 요청됐다.

▲ 한국기독교학회 제43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그레그 스털링(Gregory E. Sterling) 박사가‘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유석성) 제43차 정기학술대회가 ‘평화’를 주제로 지난 31일부터 11월 1일 양일간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그레그 스털링(Gregory E. Sterling) 박사가 주제강연에 나섰다.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라는 제목으로 그는 “너무 많은 상황에서 종교인들은 폭력의 참가자가 되어왔다”며 “이는 단순히 이슬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대다수의 종교인들의 문제”라며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종교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스털링 박사는 “자신의 종교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타종교에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슬람뿐만이 아니며, 불교인, 기독교인, 힌두교도, 유대교인 그리고 무슬림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계 속에 발생하는 많은 종교적 분쟁들에 대해 자칭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기독교인들 역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교적 충돌과 분쟁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그는 “다른 종교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그리스도에게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공언하도록 허용해주는 하나의 기독교적 이해를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배타적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의 경우 자신의 종교적 확신을 정치와 연결시킬 때, 타인에게 종교를 폭력적·정치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털링 박사는 종교와 관련된 정치적 폭력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정치와 종교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의 경우, 다른 종교의 타당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믿음에 충실할 수 있을까. 스털링 박사는 사도행전 17장에서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나갔다.

그는 “이 설교 분문은 스토익과 에피쿠로스라고 하는 두 경쟁하는 철학 유파들과 철학적인 교류를 하는 바울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며,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에서 포함된 기본 주장과 희랍철학과의 유사성을 밝혔다.

바울의 주장으로는 △신은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창조자이시며, 그 자체로 완전하다 △‘신을 찾는 것’이 인간의 목적 혹은 인생의 목적이다 △신을 우상의 형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인 회개로의 요청 등 네 가지가 제시됐다.

스털링 박사는 “이는 희랍철학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동일한 주제”라며, “결국 이는 그들의 알지 못하는 신을 알게 하는 도구로서 희랍철학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 더한 어떤 것의 서론을 위한 논증”이라고 설명했다. 바울이 인용한 희랍철학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한 형태로 보인다는 것.

또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로 그는 “이는 기독교의 배타적인 본질에 대해서 강하게 강조하는 사도행전의 다른 본문들과는 확실히 다른 본문”이라며 “하나님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희랍철학의 정당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교적 포용주의 입장에서의 배타성이 다른 종교인들의 충실성을 거절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종교들의 가치에 대해 상대적인 판단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스털링 박사는 “본문은 충분한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아레오바고 설교는 다원주의적이라기보다는 포용주의적”이라며, “다른 종교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공언할 수 있다는 기독교적 이해를 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스털링 박사의 주제강연 후에는 공동주제 학회별 발표 16개, 자유주제 학회별 발표 14개가 진행됐다.

한국기독교학회는 13개 소속 학회와 2,000여명의 회원을 가진 신학자들의 모임으로 매년 한국 사회와 교회, 더 나아가 세계 교회와 인류사회의 복음 전파를 위한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담론을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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