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가 높이다(Deeper Hig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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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가 높이다(Deeper Hig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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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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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사람이 없다 했으니 모름지기 이 가을엔 사람을 꽃으로 볼 일이다. 우리의 움켜진 추수 단에서 넉넉히 이삭을 흘리고, 쌓아둔 곡식 단 더미의 끝자락에서 헐벗은 자들을 덮어주고 허기진 자들을 품어주는 주의 날개가 아쉽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으니, 모름지기 사람을 아름답게 볼 일이다.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도량(度量)의 깊이가 인물의 높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때의 일이다. 어느 날 밤 신하들을 초치하여 연회(宴會)을 베풀었는데 취흥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등불이 다 꺼져버렸다. 그때 한 궁녀가 비명을 질렀다. 어둠을 타서 신하 중 한명이 그녀의 몸에 손을 댄 것이 분명했다. “폐하, 저에게 못된 짓을 한 자의 갓끈을 끊어서 지금 증거로 갖고 있사오니 빨리 불을 켜서 범인을 잡아주소서!” 순간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듯 냉기가 감돌았다. “아직 불을 켜지 말라. 지금은 짐이 주연을 베푸는 자리다. 누군가가 순간적으로 무례한 짓을 하였다한들 그 허물은 전적으로 짐에게 있노라. 나의 신하 중 어느 누구도 수치를 당하는 것은 결코 짐의 뜻이 아니니라.” 왕은 준엄하게 명령했다. “잘 들으시오. 모든 대신들은 지금 자신의 갓끈을 끊어 버리도록 하시오. 만약 갓끈을 끊지 않은 자가 있으면 내 그를 엄히 다스릴 것이오.” 신하들이 일제히 갓 끈을 다 끊어버린 후에야 왕은 비로소 불을 켜도록 명했다. 사려 깊은 관용과 배려에 감격하여 그날 밤 모든 신하들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충성을 맹세하였으리라.

얼마 뒤 초나라가 진(晋)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는데, 치열한 격전임에도 굴하지 않고 한 장수의 목숨을 건 용전(勇戰)으로 초나라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혁혁한 전공(戰功)을 세운 그 장수를 불러 후한 상을 내리려 하자 그 장수는 극구 사양하면서 말했다. “폐하, 저의 목숨은 지난번 주연이 있던 날 이미 죽었어야 마땅합니다. 그날 밤 폐하께서 저의 목숨을 살려 주시지 않았다면 이번 전장에 나설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세운 공은 마땅히 폐하의 몫인 줄로 아옵니다.”하고 큰절을 올렸다고 한다.

절영지회(絶纓之會:갓끈을 끊은 연회)의 고사(古史)는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리더십의 덕목과 심성을 적시(摘示)해주고 있다. 모두가 백향목처럼 남들 위에 우뚝 솟은 큰 나무는 못되어도, 비록 못나고 작은 굽은 나무라 할지라도 다른 나무와 더불어 숲을 이루고 산을 지키는 거룩한 그루터기들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경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십자가에서 확증해주셨다고 했다.(롬5;8)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시고 보여주시고 확증하신 피의 현장이다.

스타덤(stardom)과 팬덤(fandom)에 현혹되어 위만 바라보며 열등감에 빠져서도 안 되고, 아래만 바라보면서 교만해져도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삶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영적 전쟁터이다. 덮어주고 품어주면 사람들은 모인다. 외연(外緣)을 넓히면 지경은 확장된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인 사람들이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면 모두들 다 밥통들이 된다. 사람과 나무의 크기는 누워 보아야 안다고 했다. 아름답게 보려면 아름답게 보이는 위치에 서야한다. 넓고 높음을 뽐내지 말고 허실과 얕음을 보전(補塡)해야 한다. 하나님은 뭔가 달라야 다른 일을 맡기시고 쓰신다(민14:24).

깊이가 높이다(Deeper Hig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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