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삶의 현실과 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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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삶의 현실과 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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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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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빨리 여기서 도망쳐요!”
프란시아가 부엌에서 뛰쳐나오며 선린을 향해 소리쳤다.

“왜 그러니?”
“젊은 나이에 저는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난 어떻게 해요?”

선린은 마당 구석에서 죽어있는 강아지를 보았다. 강아지는 소화하지 못한 음식물을 그의 옆에 토해낸 채 죽어 있었다. 안방, 부엌, 마당 등 집 여기저기에서 주검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푼자마을은 도시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문화적 혜택이 전무한 마을이었다. 사람들의 삶은 자연을 극복하는 삶이 아니라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태어나고 죽는 것 같았다.

프란시아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콜레라에 감염되어 같은 날 사망한 후 그의 어린 여동생에게 부모의 역할을 하며 살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서 떠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네. 자네도 저 사람들처럼 될지 모르지 않는가?”
“저는 저렇게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 죽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까?”
“신에게 책임을 묻지 마라.”
“그럼 어떻게 해요?”
“실상을 파악한 다음에 결정할 일이야.”
“선생님께서 의사라도 됩니까?”
“의사가 없는 곳에서는 누구라도 의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선린은 그의 짐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한 후 프란시아에게도 착용토록 한 후 살충제로 옷을 소독했다. 선린은 방역 검사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녔다. 프란시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옆을 따라다녔다.

선린은 안방, 부엌에 있는 시체로부터 공통적으로 열이 발생한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들이 입은 옷은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안방에서 죽은 아이의 엄마의 입에서는 출혈 현상을 나타내었고 죽은 아이의 왼쪽 얼굴에는 모기에 물린 상처가 있었다. 또한 죽은 남자의 바른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였고 그의 왼손은 어딘가 상처를 긁어 핏자국이 그의 손톱에 끼어 있었다.

“선생님, 무엇을 좀 알아 내셨어요?”
프란시아가 의심에 찬 눈길로 선린을 향해 물었다.

“이상하네?”
“뭐가 말입니까?”

선화리 소재 소생언에서는 매년 봄마다 한의사를 초빙해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받게 했다. 선린은 한의사가 소지한 의학서에서 각종 질병에 대한 원인, 증상, 치료, 예방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소생언에서는 항상 기본적인 한약재를 비치하고 있으면서 응급시마다 한의사가 없이도 응급처리를 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발생하기 쉬운 소화불량에 대한 치료제로서 꿀풀, 노간주나무, 발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구리밥, 간질 발작을 위해서는 앉은부체, 처남성, 쥐오즘풀, 지혈시킬 때를 위한 고비, 골무꽃, 동백나무, 쇠뜨기, 엉겅퀴, 보비, 측백나무. 팔, 다리가 쑤시고 아픈 데 복용하는 무릇, 불면증, 불안감, 히스테리를 진정시키는 쥐오줌풀, 치통, 관절통을 다스리는 가막사리, 안명통증과 온갖 통증을 진정시키는 구릿대, 팔다리가 쑤시고 저린 통증에 두총, 치통, 뱀독을 위해서 도꼬마리, 진정작용이 강한 온갖 통증에 효험이 있는 민족도리풀등이 항상 보관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자격증이 없는 의사시군요.”
“그렇지, 나는 돌팔이 의사야. 그래도 내 처방에 나은 사람이 많거든.”
“선생님, 이 집 사람들이 죽은 원인을 찾으셨나요?”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럼 어떻게 해요?”
“나는 두 가지 추정을 하고 있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첫째,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6-7일 만에 사망하여 온 세계에 비상사태가 된 에볼라(Ebola, Marburg viral deseases) 출혈열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둘째, 콜레라(Cholerar)나 페스트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네.”
“좀 알기 쉽게 말로 해주세요.”
“간단히 말하면 지난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댕기출혈열이나 또는 황열병이 아닌가 증거를 찾는 중일세.”
“우리까지 죽을 병인가 아닌가만을 말씀해주세요.”
“그걸 위해서는 2차 조사가 필요합니다. 우리 이젠 다른 곳으로 갑시다.”

선린은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현장 사진을 찍고 그곳을 떠났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길을 걸으며 프란시아는 선린을 향해서 말했다.

“선생님은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한 사람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네.”
“그놈의 약속 때문에 이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군요.”

둘이서 2시간 도보를 걸은 후 작은 개울가에 있는 민가를 발견하였다. 일행이 민가 앞으로 다가가자 개 한 마리가 그들을 향해서 짖어대고 있었다. 잠시 후 민가에서 한 소녀가 나와서 주위를 살피다가 선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로!(Allo, 여보세요)”
프란시아가 소녀를 향해 소리쳤다.

“끼 에쓰?(Qui est-ce,누구세요)”
소녀가 프란시아를 향해 말했다.

“위 즈 쒸 뚜리스뜨(Oui, je suis touriste, 관광객입니다.)”

선린 일행이 소녀 가까이 가자 소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프란시아가 자신이 마다가스카 청년이라고 말하고 소녀를 안심시켰다. 그는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소녀에게 물었다. 프란시아는 소녀가 한 말을 한 참 듣고난 후 선린에게 설명했다.

소녀의 말에 의하면 7-8일 전 태풍으로 폭우가 있은 후 마을 사람들이 2-3일간 발열이 계속되었고 두통, 근육통, 식욕부진 증세가 있었다고 하였다. 소녀의 아버지도 3년 전 같은 증세로 출혈을 하면서 사망하였다고 하였다. 이 마을에서 같은 증세로 앓던 사람 중 출혈이 있었던 사람은 다 사망하였고 출혈 증세가 없었던 사람은 아직까지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제 좀 이해가 되는구먼.”
선린은 프란시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프란시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선린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발생한 병은 댕기증후군과 같은 증상이네.”
“그러면 우린 어떻게 됩니까?”
“증상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저는 어떻게 됩니까?”

선린은 프란시아에게 댕크-쇼크증후군(Dangue fever)을 설명해 주었다. 같은 증후군이라더라도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와 비출혈의 경우가 있고 출혈의 경우 사망률이 높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선린은 프란시아에게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소녀에게 물어달라고 말했다.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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