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왜 사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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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왜 사퇴하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8.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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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보여라” 의견 수용... 한교연과 ‘선통합’을 위한 특단의 조치

사퇴의사 직접 밝혔지만 새 대표회장 취임까지 임기 남겨놔
기하성, “한기총 해체보다 개혁이 해법”... 차기 대표 가능성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지난 12일 전격 사퇴했다. 차기 대표회장은 기하성에서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측되고 있다.

홍 목사는 지난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 최명우 목사와 동반 퇴진을 알리며 “교황 방한을 앞두고 한국 교회가 더 이상 교권과 기득권에 빠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다음달 2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선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홍재철 대표회장 전격 사퇴 왜?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의 임기는 2016년 1월까지”라고 장담한 홍 목사가 전격 사퇴를 결정한 이유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홍 목사 사임의 배경에는 한국 교회를 위한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원로들의 간곡한 권유, 그리고 한기총 안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형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여의도)’의 의견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하성 여의도순복음총회는 지난 5월 정기총회에서 “오는 10월까지 한교연과 한기총이 통합하지 않으면 한기총을 탈퇴한다”는 결의를 내놓았다. 지난해 총회에서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을 전제조건으로 한교연 가입과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했지만 두 단체의 통합이 지지부진하자 올 10월로 통합 기한까지 명시하면서 한기총을 압박했다.

올 초 대표회장에 연임된 홍재철 목사는 한교연에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교연이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자, 홍 목사는 교계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한기총과 한교연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하겠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두 기구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5월 초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 목사와 이만신, 지덕, 이용규 목사 등 한기총 전 대표회장들을 만나 통합을 위한 가교역할을 부탁하기도 했다.

당시 원로들은 ‘한국교회 대통합을 위한 원로들의 제안’이란 제목의 성명에서 “한국기독교선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대통합을 위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며 “한기총과 한교연은 총론에서 무조건 통합하여 하나가 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각론에서 상임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홍 목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로들은 “사표를 내지 않아서 못 믿는 모양”이라며 사퇴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기총 원로 이용규 목사는 “홍 목사가 연임이 됐고, 2016년까지 임기를 마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한국 교회를 위해 사퇴를 결단해달라는 말을 원로들이 간곡히 청해왔다”고 말했다.

# 기하성의 통합 압박에 부담

한기총과 기하성의 유일한 공감대는 ‘한교연과의 통합’. 한기총은 기하성이 직접 대표회장을 맡아 통합을 추진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하성에서는 한기총 부흥사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강영선 목사’가 단일 창구로 움직였다. 기하성도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가능하다면 중재에 적극 나설 의사가 있음을 알렸다.

기하성은 최근 열린 임원회에서 “지금 교계의 현실에서 하나의 연합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기총을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의 역사로 볼 때, 한기총을 해체하는 것보다 개혁하는 것이 대안이기 때문에 탈퇴는 하지 않겠다. 단, 개혁의 힘은 우리 기하성 총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더불어 “한기총이 창립 목적으로 돌아가 복음주의적 기독교연합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결국 한기총의 개혁을 위해서는 한교연과 통합을 통해 하나의 복음주의 연합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보수 기독교의 통합이 목적이라는 점을 임원회에서 확인했다.

임원회 토의 내용은 강영선 목사에게 전달됐고, 다시 한기총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했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홍재철 목사 주도의 통합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 전격 사퇴 후 새 대표회장 추대라는 시나리오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하성은 홍재철 목사의 사퇴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면 개혁에 적극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기하성은 조만간 교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 차기 대표회장의 과제는?

홍재철 목사의 사퇴 발표에도 불구하고 교계 일각에서는 “곧 반려될 것”이라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사표가 반려된 바 있고, 임원회 직후 발표한 성명서 등을 살펴 볼 때 계속 시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홍재철 목사는 성명서에서 “임기가 2016년 1월 말이므로 앞으로도 1년 5개월이 남았다. 그러나 한국 교회를 새롭게 변화하고 한국 교회 1,200만 성도가 무엇을 요구하느냐, 그 요구에 순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개혁을 하는 그런 마음으로 저부터 이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어려운 결단을 한다”고 밝히며 사의를 표했지만 “새로운 대표회장이 당선되고 취임하는 그날 저는 대표회장 직을 물러나겠다”며 최명우 총무 사임에 즉각 서리를 임명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새 대표회장 취임까지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임원들은 “선거 공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홍 목사에게 질문했다. 홍 목사는 “등록을 안 한다면 공동회장 중에서 대행을 세우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 임원은 “임원회에서 홍 목사의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워낙 사퇴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용규 목사도 “며칠 전부터 홍 목사가 조만간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말이 나오더니 12일에 임원회를 열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번 사퇴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를 발표하고선 붙잡는다고 다시 번복하면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냐. 이번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의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날 한기총에서 발표한 로드맵대로라면 16일까지 대표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입후보자는 1억 원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등록자가 없을 경우, 홍재철 목사는 공동회장 중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만일 새 대표회장이 선임된다면 한교연과 통합이 최대 과제로 주어진다. 또 한교연과 통합을 위해서는 ‘이단 문제’도 재논의 해야 한다.

차기 대표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하성 역시 한기총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하성 관계자는 “우리 교단이 밀알이 되어 한국 교회 보수 연합기관의 통합을 이뤄낼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냐”고 말했다.

이용규 목사도 “이단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당연히 재심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자타가 공인하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새롭게 조직하고 이단 의심자들이 재심을 받겠다면 다시 심사를 하는 것이 한기총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새 대표회장이 할 수 있다면 순리와 절차를 밟아 떳떳한 한기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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