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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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이유는 뭘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8.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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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향한 순수한 결단 불구 교회 내부 '색깔론' 의식한 행보 견해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이자,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여의도 측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지난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했다.

16일 등록 마감결과, 단독으로 치러지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영훈 목사가 ‘왜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하게 됐느냐’하는 부분이다.

기하성 총회 결의는 “10월까지 한교연과 한기총이 통합하지 않을 경우 한기총을 탈퇴한다”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개입이나 개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는 탈퇴가 아니라 직접 한기총의 중심부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단순히 홍재철 목사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라고 하기엔 이영훈 목사가 홀로 지고 갈 짐이 너무 무겁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면 '명예'가 아니라 '멍에'를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한기총의 상황은 예측이 어렵다.

# 홍재철 목사와의 사전 교감 어디까지?

일단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는 기하성의 단독 결정이라기보다 수차례 홍재철 목사와의 회동을 통해 굳혀진 결심으로 보인다. 홍재철 목사 사퇴 전에 수차례 만났고, 후보 등록을 마친 13일에도 두 사람의 회동이 이루어졌다.

홍재철 목사는 대표회장에 당선된 후 한교연과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올 초 교계 원로와 각 교단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했다. “갈라진 한국 교회는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교연과 통합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한교연을 통합의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았다.

한기총은 “복음주의 연합기구가 하나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한교연은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한기총이 7.7정관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통합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직 교계 인사들은 “이단 문제의 선 해결”을 주문했고, 일부 원로들은 “조건 없는 통합”을 지지했지만 안타깝게도 한기총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통합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은 복음주의 유일의 대정부 통로로서의 역할도 상실했고, 대외적 위상은 점점 추락해갔다. 한마디로 ‘구원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기총이 기댈 곳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뿐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기하성 총회는 사실상 한기총 사업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었다. 한기총의 태동에 조용기 원로 목사의 기여가 있었고, 한기총 역시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조용기 목사 관련 구설이 터질 때마다 ‘성명’을 내며 전면에서 방어전선을 구축해 주곤 했다.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것.

이번에도 홍재철 목사는 이영훈 목사를 직접 만나 설득했고, 교계 원로와 교단 내부의 적극적인 지지까지 이어지자 ‘결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교단 관계자는 “지난 9일 임원회에서 한기총의 개혁과 복음주의 연합기구의 통합을 위해서는 목사님이 나설 때가 됐다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이영훈 목사, ‘진보’ 색깔론 부담됐나?

이영훈 목사의 결단은 한국 교회를 위한 순수한 결정으로 보인다. 여러 종단 중 기독교만 단일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사회적 활동에서 영향력이 점차 감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를 향한 안타까움이 극대화 됐다.

그러나 복음주의적 색채를 강화해야 하는 교회 내부의 말 못할 사정도 감지된다. 이영훈 목사가 에큐메니칼권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교회 안팎에서 진보성향에 대한 '색깔론'이 계속 제기된 것.

기하성 여의도 소속 교회들 가운데 보수적 성향을 띤 일부 교회들은 이영훈 목사의 WCC 참여 이후 탈퇴를 공론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영훈 목사가 교회협 회장으로 활동했던 이력과 더불어 에큐진영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문제 삼으며 불만이 터트려 왔다.

실제로 이영훈 목사와 교회협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기독교역사문화관’, ‘연세대 대책위’ 등 교회협의 주력 사업에는 항상 이영훈 목사가 중심에 포진되어 있었다.

지난 7월 열린 교회협 실행위원회 재정보고에 따르면 이번 회기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후원한 금액은 9천600여만 원에 달했다. 교회협이 받는 후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역시 전체의 1/3가량을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서명으로 채웠다.

교회협의 요청을 받은 이영훈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서명을 독려했다. 이렇게 받아낸 서명이 1만4천 명에 이른다.

최근 장로그룹에서 이영훈 목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이 목사로서는 ‘진보적 색채'가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와 동시에 에큐메니칼 진영과 거리두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교회협 회원 교단들 중 누구도 “한기총 출마”에 대해 들은 바 없고, 에큐 진영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이 목사의 독자적 결정은 곧 교회협 ‘탈퇴’ 혹은 ‘행정보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선 WCC와의 연관성을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영훈 목사로서는 WCC총회 준비위 상임회장 및 교회협 회장 경력을 희석시킬 장치가 필요했던 것. 결과적으로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색깔론’을 떨쳐 버릴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 한기총 개혁? 두 가지 난제가 가로 막아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는 것이 ‘명예’가 아니라 무거운 '십자가'가 될 수 있다는 교계의 우려는, 한기총의 현재 조직이 그만큼 혼란스럽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국 교회 주요교단 중 한기총 탈퇴 및 임의탈퇴, 행정보류를 선언한 교단은 합동, 통합, 백석, 대신, 침례, 기성, 예성 등 총 15개에 이른다. 현재 한기총 내부에는 기하성을 제외하고는 주로 군소교단만이 남아 있다. 여기에 기존 교단과 통합 또는 합병을 통해 신분을 세탁한 교단들 등, 이영훈 목사가 한교연과 통합논의를 시작하거나 한기총 내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원권 문제를 짚고넘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기총 개혁의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한교연이 원하는 대로 7.7정관 이전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회원교단의 복귀와 재가입이 시급하다.

기하성 내부에서는 “이미 몇몇 교단의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교단 관계자는 한기총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영훈 목사의 폭넓은 인맥과 그동안 쌓아온 공로 등에 비추어 볼 때, 여러 교단에서 지지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에 소속된 교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7.7정관 이전으로 복귀를 위해서는 이단성 문제가 우선 정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단성에 대한 재심이나 제명은 이영훈 목사에겐 상당히 무거운 짐이다. 재심을 위해서는 전체 교단들이 공감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아닌 연합회가 이단을 판정하는 것에 대한 불신과 논란은 계속 남게 된다.

제명은 더욱 어렵다. 홍재철 목사가 창립한 교단이 한기총 회원으로 있고, 이미 활동하는 교단들이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에 있기 때문이다.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홍재철 목사를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할 뿐만 아니라 기존교단들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의혹을 받았던 교회들이 이영훈 목사를 통해 한 번 더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된다. 결국 이런 논란을 안고 간다면 이영훈 목사에게도 신학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득’과 ‘실’을 함부로 따지기 어려운 난해한 상황에서 한기총에 뛰어든 기하성과 이영훈 목사를 두고 교계는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중용’적 이미지의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을 넘어 한교연까지 통합하는 복음주의 연합의 숙원사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한기총 내부의 복잡한 문제를 너무 만만히 봤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으로 지난 5년의 시간을 지켜본 교회 관계자들은 “섣불리 불리한 싸움에 뛰어드는 분이 아니다”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행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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