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경쟁 사회로 내몰리면 복음도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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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경쟁 사회로 내몰리면 복음도 상품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6.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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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대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 ‘제8회 정기 세미나’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도시사회에서는 교회간 경쟁과 함께 ‘복음의 상품화’라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대형화를 추구하는 교회들은 상업화, 기업화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가 지난 5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원규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는,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 사회에 나타난 변화와 문제점들이 한국 교회에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교회 또한 코이노니아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선 한국 교회의 약 70%가 규모가 작고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대부분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교회의 성장과 대형화라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세계 10대 교회 중 5개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외에도 수많은 거대 교회들이 출현한 것은 물론, 교회의 조직과 기구, 행사와 집회까지도 대형화되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시의 교회들이 성장제일주의 혹은 양적 팽창주의에 빠지면 교회의 영적 성숙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사랑 실천의 책임을 간과할 위험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것. 그 결과 “교회가 우리 사회의 문제인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과오를 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도시사회에서는 ‘복음의 상품화’라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회학자 피터 버거(Peter Berger)의 말을 인용한 이 교수는 “현대 사회는 여러 종교와 분파, 교회가 공존하면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다원주의 상황”이라고 정의하고, “도시에서 종교간, 교회간에 신도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결과 ‘시장 상황(market situation)’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시장 상황이 되면 권위 있게 부과될 수 있었던 종교적 전통들을 이제는 시장에 내놓고, 더 이상 ‘구매’하도록 강요 받지 않는 고객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논리다.

“교회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경우 그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이제 사람들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처럼 자신이 원하는 종교와 교파, 교회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됐다”고 이 교수는 말하는데, “도시의 소비자 시대에 걸맞게 이제 복음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는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도시 교회들이 교세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 경영 방식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시장에 내놓고 청중을 끌어들여야 하는 하나의 상품 내지는 생산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숫자가 성공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을 넘어 도시의 교회, 특히 대형화를 추구하는 교회들은 상업화, 기업화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종 교수(서울신대. 종교사회학)도 1960~70년대의 한국 개신교의 성장은 “도시로 이주해 뿌리를 잃고 새로운 정체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정체성과 공동체성의 새로운 뿌리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감리교가 행한 역할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 변동의 시기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필요로 하며, 이 시기에는 세속화의 예외로서 종교적 부흥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1950~60년대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이후의 경제 발전기와 본격화된 서울의 강남지역 개발, 한국의 산업화 현상, 그에 따른 도시화, 그리고 이와 관련된 ‘내부적 이민(internal migration)’에 힘입어 한국 교회에도 메가 처치가 등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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