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기도 10년, 사모들과 함께 울고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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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기도 10년, 사모들과 함께 울고 기도하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4.29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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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교회, 미자립 교회 사모들의 기도 모임 ‘한나기도회’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 한나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사무엘상 1장 10~15절).

# 전국에서 모여드는 사모들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아침이면 서울 동쪽 끝자락 마천동엔 낯선 사람들이 어김 없이 모여든다. 잰걸음을 놀리는 모두들 다른 억양. 여기저기서 들리는 억센 억양은 이들이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이 찾아 들어간 곳은 이레교회(담임:이성원 목사). 목회자 사모들만이, 그것도 개척 교회, 미자립 교회 사모들만이 아는 기도 모임인 ‘한나기도회’(회장:김은혜 사모 http://cafe.daum.net/han0091) 때문이다. 떠들썩하지 않게, 소문 없이 숨어서 하는 기도 모임. 목회자 뒤에서 묵묵히 기도로 내조하는 사모 그 자체를 닮은 기도 모임이다.

“기도회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모님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어요. 소문을 내거나 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기도에 갈급해 하는 사모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처음 시작해서 5년이 될 때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또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회원이 1,100여 명. 모두가 기도에 갈급한 심령을 가진 사모들이다. 모여보니 모두 같은 생각,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성도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사모들만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가슴속 이야기를 끄집어 낼 때면 모두 함께 울어주었다.

# 10년, 120번의 기도 모임

김은혜 사모는 사모들을 만나고 많이 놀라기도 했단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해서 기도하는 것 말고는 따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는 대답 때문이었다. 큰 충격이었다. 기도하지 않는 사모들이 의외로 많았다. ‘우리 교회만 어렵다’, ‘우리 교회만 부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모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어렵게 끌어왔다. 한 달에 한 번 모이기를 벌써 10년. 120번 모여서 함께 기도했다.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자 사모들이 변했다.

“지금은 사모님들이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요. ‘내 남편도 크게 들어 쓰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모님들도 계시고요. 이게 가장 반가운 변화랍니다.”

기도회 참석 이후 사모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었다. 비록 작은 교회지만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가 됐다. 새벽기도 외에는 기도하지 않던 사모들이 별도의 시간을 쪼개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성도 수도 묻지 않고, 교파도 묻지 않고, 교회가 부흥하는지, 사례비는 얼마나 받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도회지만, 이런 소문들이 나면서 지금은 출석 성도가 4천 명이나 되는 교회의 사모도 참석하는 기도회가 됐다.

교회 모임 중에서 가장 생명이 짧다는 기도 모임. 그러나 김은혜 사모는 이 기도 모임을 10년 동안 이끌었다. 한나기도회라고 위기가 없었겠는가. 많은 고비를 넘었고, 경제적인 압박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모들의 기도가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도회는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불어넣어 주셨다. 김은혜 사모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기도회였다. 이런 강한 의지 때문일까. 사모들은 김은혜 사모에게서 넘치는 에너지를 본다. 그리고 위로를 얻고 돌아간다.

‘기도해야 한다’는 강한 믿음과 기도가 사람들을 움직였다. 10년 전 6명에서 시작한 기도회는 이제 1,1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기도 모임으로 성장했고,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정기 기도회에는 80여 명의 사모들이 전국에서 참석한다.

# 든든한 버팀목 이성원 목사

“‘우리 교회처럼 작은 교회가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러나 ‘너는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힘을 냅니다.”

한나기도회 회장 김은혜 사모와 남편 이성원 목사.
이런 김은혜 사모를 든든히 후원하는 이가 있다. 남편 이성원 목사. 하얀 피부의 이 목사는 언뜻 보기에 왜소해 보인다. 더군다나 큰 교회 목사도 아니다. 그런데도 10년 동안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한나기도회를 후원했다. 특별한 후원자 하나 없는 한나기도회를 지금까지 끌어오게 한 든든한 버팀목이요 그림자가 같은 인물이다.

“남편에게 너무 감사해요. 돈이 없으면 마이너스 대출까지 받아서 아낌 없이 후원해 주는 사람이에요. 가끔 부흥회를 인도하고 오기도 하는데, 사례비에서 일정액을 떼 19일에 있을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위해서 적립까지 하고 있을 정도에요.”

그러나 이 목사는 “후원자가 아닙니다. 작은 동역자라고 생각합니다. 동역을 했을 뿐이지 큰 후원을 해 준 적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이 목사는 한나기도회를 위한 목우회를 만들었다. 한나기도회에 참석하는 사모들의 남편들이 회원이다. 매 번 만나다 보니 이제 같이 기도하면서 목회 정보도 나누고 함께 휴가도 같이 가는 사이가 됐다.

이 목사는 10년 전 사모들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극과 극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 받기 위해 왔던 사모들이 이제 문제를 안고 기도하기 위해 오는 사모들의 멘토가 되어 아픔을 함께 나누고 보듬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한나기도회를 유지해 가는 힘입니다.”

# 캐나다 ‘벤쿠버 한나기도회’ 조직

좋은 소문은 멀리 퍼지게 마련. 캐나다에까지 소문이 퍼져나갔다. 사모 6명이 모여 지난 4월 ‘벤쿠버 한나기도회’를 만들었다. 이것 때문에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1일까지 자비량으로 벤쿠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벤쿠버 한나기도회는 갈멜산기도원 박명순 사모가 회장으로 이끌어간다.

한나기도회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는 사모들도 끌어안았다. 자녀들의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벌써 신학생 3명을 배출했고, 이들이 총신대와 장신대 대학원에 진학해 예비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고 한나기도회에 뭉칫돈을 내는 후원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개미군단들이고, 작은 후원자들이다. 대부분 미자립 교회, 개척 교회 사모들이다 보니 큰 돈을 내놓을 수도 구경할 수도 없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파킨슨병 환자가 10만 원, 시골 교회 사모가 3만 원, 명동 횃불미용실에서 5만 원 이런 식이다. 이런 돈들이 모여 한나기도회를 지탱하고 있다. 5주년, 100회, 10주년 기념 세미나 등 수천만 원의 경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세미나도 이런 식으로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후원은 이처럼 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들어와요. 하나님이 끝까지 후원을 위해 기도하게 하고, 또 기도한 사람을 통해 기도회를 섬기게 하시는 것을 볼 때, 한나기도회는 기도로 끌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김은혜 사모는 요즘 새벽 3시에 일어난다. 그때부터 기도한다. 19일에 있을 ‘10주년 기념 세미나’ 때문이다. 120번 째 기도회요 1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와 세미나가 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하려고 한다. 선물도 더 푸짐하게 하고 싶고, 더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더 편안한 잠자리에서 더 좋은 것을 즐기면서 사모들을 쉬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10주년에는 사모들뿐 아니라 남편도 함께 초청했다. 부부 동반이다. 100쌍, 2백 명으로 한정했지만 언제나 참여 인원은 넘쳐났다. 올해도 예상 인원보다 더 많이 올 것이다. 그래서 준비도 더 넘치게 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기도도 더 해야 하고, 준비도 더 철저해야 한다. 이게 김은혜 사모를 더 기도하게 하고, 기도하지 않고는 일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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