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특집] 당신의 ‘죽음’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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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특집] 당신의 ‘죽음’은 안녕하신가요?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4.1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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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영성’으로

‘오늘 엄마가 죽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L’Etranger)’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죽음’에 대해 심드렁하게 말한다. 그가 생각한 엄마의 죽음은 과연 심드렁하게 말할만한 것이었을까.
죽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론적 문제이며, 생명을 가지고 있는 한 누구나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인간 앞에 평등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죽는 때를 알지 못한다. 특히 한국은 ‘죽음’에 관한 문화나 분야가 활발하지 않아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와 항상 가까이에 있다.

우리의 삶 익숙했던 죽음 … 의미 되찾아 바른 죽음 알려야
죽음 이긴 예수의 부활 신앙으로 죽음의 본질 되새겨야

대학생 박예은 양은 유럽여행을 하던 중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쳤다. 한국의 공동묘지와 다르게 정원같이 꾸며져 있던 그 나라의 공동묘지는 평소 알고 있던 공동묘지와 전혀 다른 분위기, 모습이었다.

한 가정은 도시락을 싸와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은 자유롭게 무덤가를 뛰며 놀았다. 그 모습에 예은 양은 ‘죽음이란 꼭 으스스한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에서는 학교에서 ‘죽음 교육’을 실시한다. 삶 속에서 나타난 죽음 과정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며 일상속에 ‘죽음’이 평범하게 존재함을 알려준다. 현대 사회가 환자, 노인, 자살, 안락사 등 죽음 현상에 대해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알게 하고, 토론을 통해 죽음에 대해 창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또 간호학, 의학, 철학, 문학, 종교학 등 여러 분야를 통한 다양한 해석을 도출한다. 기독교가 말하는 예수님의 죽음 후 부활에 대해서도 죽음을 조명한다. 죽음에 대해서 신비롭게만 생각하거나 비판적,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종교학자 정진홍 박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는 “기독교인은 죽음을 죄에 대한 결과로 이해하기 때문에 강박감을 쉽게 느낀다. 하지만 죽음은 단순한 저주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죽음이 있어 부활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관을 지니지 못해 엉망이 되어가는 삶이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누구나 살면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행복하게 죽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내일을 더 뜻깊게 살고자 하지만 인생이란 마음 먹은대로 되지만은 않기에 우리는 자주 넘어지며 좌절하기도 한다. 죽음을 쉽게 생각하고 삶의 가치 또한 하찮게 여길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그 죽음이 나만의 죽음이 아닌 남겨진 자의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힘들어도 행복하고자 더 노력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삶 속의 죽음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도 전통 상례행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낮은 울타리 너머로 상여를 매고 지나가는 모습을 때때로 쉽게 볼 수 있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뒤를 좇기도 했다. 마을의 축제와도 같았던 상여행사는 누구에게나 ‘죽음’을 가까이하게 해주었고 거리낌없는 것이었다. 삶의 한 부분이었다. 가난한 마을의 교회 목사는 성도 불문하고 가난한 초상집에 염을 해주고 기도를 해주러 다니기도 했다.

죽음은 삶 속에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운, 어렵지 않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삶이 바빠지면서 죽음에 대한 문화와 담론들이 상대적으로 금기시되며 입에 담기 불편한 것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노인에게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부정적인 일, 말기암 환자에게도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도 꺼려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장례와 관련된 각종 보험상품과 상조회사의 판매율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죽음에 대한 기존 태도와는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인부터 청소년까지, 자살률에 있어서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1위를 매년 차지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이해를 다르게 하면 어떨가? 죽음에 대해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더 나은 삶과 죽음을 맞을 수 있다. 모든 세대가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자살 예방 효과는 물론 남은 인생의 긍정적 가치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죽음을 잘 이해한 것이고 삶 속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사)하이패밀리(대표:송길원 목사)는 죽음의 문제를 부활 신앙으로 연결시켜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을 넘어선 웰리이빙(Well-living & leaving) 스쿨을 개발했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놓쳐온 ‘죽음과 생명’에 대한 교육이다. 리이빙은 살다(Living)과 떠나다(Leaving)를 합성한 것으로 ‘잘 살다 잘 떠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종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송길원 목사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은 더 이상 화장실문화연대의 구호가 아닌 영성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며 “교회가 임종의 영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의 영성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패밀리는 ‘해피엔딩’ 노트를 개발했다. 송 목사는 “스위스의 미학자 아미엘의 ‘일기는 고독한 인간의 위안이자 치유다. 일기를 쓰는 행위는 펜을 든 명상’이라는 말처럼 일기 쓰기는 내 영혼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피엔딩 노트에는 △나의 인생 그래프 △하늘나라(천국)에 낼 이력서 △나의 발자취 △사진으로 쓰는 자서전 △버킷리스트 △다시 세워보는 인생 설계 △사전 의료, 장례, 기부 의향서 △나에게 쓰는 편지 △자녀 혹은 남은 자에게 남길 명언 △추모글 받기 등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쪽에는 영정사진처럼 꾸민 거울종이가 있다. 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기본적인 바탕은 성경적 내용을 담았지만 비크리스천이라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실제로 송길원 목사도 해피엔딩 노트를 써본 후 삶의 질과 가치에 많은 변화를 느꼈다. 송 목사는 “죽음 앞에 놓인 나를 생각해봐을 때 자신 없었는데, 이젠 행복하다. 죽음에 대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일 이 세상을 떠난다 할지라도 영원히 살 것처럼 행복하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포이에마에서도 ‘영성일기’를 출시했다.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228면에 달해 기도 노트, 성경 필사용 노트로 사용할 수 있다. 부록으로 ‘맥체인 성경읽기표’도 실려 있다.

포이에마 관계자는 “기독교 전통에서 ‘영성일기’는 그리스도인의 생각과 삶을 하나님의 뜻과 조율하는 데 매우 유익한 도구로 사용되었다”며 “기도일기, 묵상일기라고도 하는 ‘영성일기’는 영성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적는 것을 말하는데, 성경을 읽고 묵상한 바를 기록하고, 감사할 제목과 간구하는 내용을 솔직하게 기록, 그날 있었던 일 중 특별히 주목하고 곱씹어야 할 일들에 대해 성령의 조명하심을 구하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들은 추모사에서 전해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네덜란드의 상조회사 DELA에서는 “너무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라(Why wait until it’s too late? Say Something wonderful today)”는 캠페인을 벌였다.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살아있을 때 전할 수 있게 돕는 참여형 캠페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진정한 사랑과 감동을 전할 수 있게 도왔다. 죽음에 앞서 삶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모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죽음을 너무 모른 척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죽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삶을 허망하게 보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어떤 두려움, 원망도 하지 않았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죽음 앞에 언제나 서 있는 우리의 영혼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으로 거듭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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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의 날, 求四一生!

“맹자의 어머니는 처음에 장의사 근처로, 다음엔 시장 근처로,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맹자의 어머니는 대단한 교육 철학자였다. 죽음이 뭔지 가르치고, 삶이 뭔지 가르치고, 그다음에 비로소 학문을 가르친 셈이다. 그동안 한국인은 너무 오래 죽음을 잊고 살았다.”

기독교NGO ‘행복발전소’ 대표 송길원 목사는 만우절인 4월 1일을 ‘유언의 날’을 바꾸고, 그날 하루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고 선언했다. 구사일생(求四一生). ‘아홉 번 죽고 한 번 산다’는 구사일생(九死一生)을 뒤집어 ‘4월 1일에는 죽음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자’는 의미로 바꾼 것이다.

지난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언의 날’ 제정을 위한 발기인 대회에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6000달러를 넘었는데도 국민의 행복도는 최하위권”이라고 꼬집었다.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이 너무 욕심을 부리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돈과 권력을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언장을 쓰는 것은 좀 더 성숙한 국민, 성숙한 사회로 만들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송길원 목사는 “유언장을 쓰면 유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남은 삶을 어떻게 더 잘 사용할지 생각할 기회가 되어 좋다. 가끔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덧붙엿다.

유언의 날, 우리가 해야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어도 좋고, 장례식장이나 묘지를 찾아도 좋다. 주위 사람들과 죽음에 대한 영화를 보고 토론하거나 미리 유언장 쓰기 등 집도 한번 정리해볼 만하다.

책 읽기는 기독교 3대 고전으로 꼽히는 ‘천로역정’, ‘그리스도를 본받아’, ‘고백록’과, 이미 영성일기의 고전이 된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 ‘데이브레이크로 가는 길’ 등도 묵상과 기도에 도움이 된다.

유언장을 쓰는 일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 외에도 불필요한 소유물을 정리하는 생활다이어트 운동, 유산 기부를 통한 나눔문화 확산 등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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