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전셋집은 못해줘도 총회관은 지어야죠”
상태바
“아들 전셋집은 못해줘도 총회관은 지어야죠”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4.10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립 부지 확보한 백석 총회관, 아름다운 사연으로 가득…“하나님 기뻐할 일부터 한다”

교단의 미래를 위해 총회관을 건립하겠다고 결정한지 5개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총회장:장종현 목사)의 총회관 건립 추진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백석총회는 지난달 25일 총회관 건립 부지를 매입하고 구체적인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약 200억 원의 예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총회관 건립에 약정헌금만 1백40억 원이 모였고, 납입 헌금도 60억 원 이상 모아지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큰 교회의 헌신과 작은 교회의 섬김이 백석의 미담으로 떠오르면서 총회관 건립은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을 넘어 ‘백석인’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이는 화합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 아들 전셋집 대신 총회관에

경기동노회 소속 주사랑교회 최현기 목사는 총회관 건립에 써달라며 1억 원의 헌금을 납입했다. 지난해 10월 총회관 건립 소식을 듣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최현기 목사가 낸 1억 원의 헌금은 교회 재정이 아닌, 개인이 아끼며 모아놓은 아들 결혼자금이었다.

“백석 총회에 온지 십수 년입니다. 그동안 다른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섬기기도 했습니다만, 총회관이 없는 교단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교단이 총회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위상인지 몸소 느끼고 있었지요. 그런데 총회장께서 후배들을 위해, 다음 세대 백석의 미래를 위해 총회관을 세우겠다고 하셨어요.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총회관 건립은 하나님의 계획이자 큰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최 목사 부부는 검소하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적이 거의 없다. 재활용센터에서 옷을 사입고, 5천 원짜리 동네 목욕탕에 가는 것도 아낀다. 그런 그가 1억 원이라는 목돈을 모아 놓은 것은 결혼한 아들 전셋집이라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10년 전에 결혼한 아들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최 목사는 한 달에 25만 원만 보내주었다. 한국에 들어온 아들 부부와 작은 빌라에서 함께 살면서 불편을 느낄 며느리를 생각해 전셋집을 하나 구해주려던 차, 총회관 건립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자식들은 자기들 앞가림을 할 수 있으니 어려워도 스스로 꾸려 나가겠죠.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나에게 총회 본부는 큰집이에요. 총회가 없이 어떻게 우리 교회, 우리 목사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총회관 건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백석 총회를 만들어 너울너울 춤추는 날이 오길 기도할 뿐입니다.”

# “믿음의 사고 쳤습니다”

아름다운교회 임인기 목사는 백석 세계선교위원회 총무다. 직함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선교에 푹 빠졌다.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만 10가정. 매달 선교헌금만 1천800만 원이 나간다. 5년 전 교회를 건축해 아직 대출금도 남아 있는 상황. 그러나 어렵다고 총회관 건립을 못본 척 할 수 없었다. 총회관 건립 목적에 ‘세계 선교’를 향한 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돈 쓸 곳이 많다고 생각하면 어디 한두 곳이겠습니까. 빚이 있다고 걱정만 하면 하나님의 사역을 할 수가 없죠. 총회관 건립 소식을 듣고 기도를 하면서도 마음이 내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용기를 주더군요. 아들도 힘을 보태주고 말이죠.”

새벽기도를 마친 임 목사는 아내와 총회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아내는 임 목사에게 “당신은 매번 믿음의 사고를 잘 치는데, 왜 지금은 고민을 하느냐”며 “당신이 낸 사고는 하나님이 수습하신다. 총회관 건립을 위해 믿음 가는대로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SNS를 통해 유학중인 아들에게 총회관 조감도를 보냈다. 아들 역시 아버지를 지지했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 뒤를 이어 백석의 목사가 될텐데 아버지가 밀알이 되어주시면 저도 힘이 되겠어요.”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을 얻은 임 목사는 즉시 1억 원을 약정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며 백석 총회관에 자부심을 실었다.

# 사고 보상금도 건립헌금으로

충남노회 초대교회 이덕희 목사는 최근 속상한 일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이준형 씨가 군 복무 중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은 것. 이준형 씨는 논산훈련소 중대장으로 근무했다. 훈련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고 군에서는 보상금으로 6백67만 원을 지급했다. 손가락을 잃은 대가로는 너무 작은 보상이었지만 넉넉지 않은 교회에 지원하면 큰 힘이 되는 금액이었고, 결혼을 앞둔 아들이 직접 사용한다면 더 유용할 터였다.

하지만 이덕희 목사와 아들 준형 씨는 기도하며 사용처를 하나님께 구했다. 그 때 총회의 미래를 위한 보금자리 건립이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흔쾌히 총회관 건립 헌금으로 사고 보상금 전액을 보내왔다.

이덕희 목사는 “내 아들도 백석신학을 통해 목회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우리 아들의 미래를 위해 백석에서 사역할 후배 목회자들을 위해 멋진 총회관이 지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크고 작은 섬김 이어져

용인 찬양이넘치는교회 김향주 목사는 총회 현황판을 보고 헌금을 약정하게 됐다. 지난해 교단 통합으로 백석인이 된 김 목사는 총회에 서류를 떼러 갔다가 건립 약정 현황판을 보았다. 수천 개 교회의 이름이 빼곡이 적힌 현황판에 찬양이넘치는교회는 없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지금은 사회복지도 함께 하고 있어요. 목사가 되기 전 크게 유치원을 시작했습니다. 참 잘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일에는 인색한 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유치원을 팔아 3억 2천만 원의 헌금을 하나님께 드렸어요. 그 후 8년 만에 목사가 됐고, 용인에 32억 원 규모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꼭 10배로 채워주신 하나님이셨어요. 우리의 정성을 보시고 모자란 것은 채워주시는 하나님임을 아는데 망설일 것이 없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열두광주리가 차고 남음이 있을 거예요.”

김향주 목사는 이러한 믿음의 고백과 함께 3천만 원을 약정했다.

이처럼 백석 총회관 건립에는 아름다운 사연과 섬김이 가득하다. 뒤늦게 교회 건축에 나섰던 교회들은 대출금에 허덕이고, 오랜 경기불황으로 성도들의 헌금도 예전 같지 않다. 누구도 선뜻 큰 헌금을 약정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백석 총회는 ‘미래’를 세운다는 믿음 아래 모두 한 마음으로 총회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총회관 부지 건물 매입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교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총회관을 세우는 일에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