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회적 고난의 위로자’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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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적 고난의 위로자’로 서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4.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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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대학생들 ‘성직자들이 참 목자로서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지 않다’고 인식
‘함께 살고 보듬어 가는 세상’ 만들어야 할 책임 기독교인들에게 있다


어쩌면 기독교는 ‘고난’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애굽의 압제에 시달려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활, 광야에서의 선지자들의 삶이 그랬다. 해산할 방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예수의 탄생 자체가 고난이었고, 돌아오는 길 또한 죽음과 맞닥뜨릴 수 있는 공포와 고난의 과정이었다. 짧은 공생애 사역 기간마저 머리 둘 곳 하나 없이 길 위에서 떠돌아야 했다. 예수의 삶 자체가 고난을 짊어진 생애였고, 이제 한국 교회는 고난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 교회-사회, 하나라는 인식 필요

선교 초기 이후 개인 구원과 복음의 확산, 성장에 주력하던 한국 교회가 “이제 ‘사회적 고난’에 더 깊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해방 이후,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1970년대 이후에나 본격화됐다. 불과 40~50년 전. 이때부터 교회와 사회는 둘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나마 일부 진보 교단과 목회자들이 민주화-인권운동의 중심에서 한 부분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율로 놓고 보면 피부에 와 닿는 수치는 아니다. 20여 년 전인 지난 1991년,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전국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교회 예산의 7.82%만 사회봉사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초대 교회 당시에는 교회 예산의 1/3이 가난한 사람과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됐지만, 사회봉사비의 수혜자가 비 교인(38.8%)보다 교인(39.7%)이 많다는 점은 내부지향적으로 사회봉사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국천주교노동사목전국연합회가 같은 해 전국 20개 공단지역 노동자 7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교회가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근로자 43%가 종교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7%는 ‘도덕성 회복’을 들었다. 교회가 노동운동 지원과 인권 옹호, 통일운동 등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는 80% 이상이 찬성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년-대학생층은 물론 전반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톨릭마저 응답자의 2/3 정도가 “몇몇 신부나 단체를 제외하면 노동문제에 힘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27%는 “성직자들이 참다운 목자로서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 노동자-외국인 근로자 문제 적극 개입

한국 교회가 민주화 운동 외에 사회적 고난과 함께 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영등포산업선교회’. 지난 1958년 창립된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힘써 왔다. 산업선교회는 활동 초기, 공장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서 시작해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독재 정권의 혹독한 탄압이 이어졌고, 관련자들의 구속과 함께 산업선교회에 출입하는 노동자들은 직장으로부터 해고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총회 분위기 또한 “관련자 제명”을 거론하는 등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교회가 노동자들을 끌어안고 사회적 고통을 함께 나누며 미래와 소통해야 한다는 역사적 인식을 꺾지는 못했다. 예장 통합총회는 지난 2010년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총회 역사 유적지 제8호로 지정하기도 했는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또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민주화 운동 기여를 인정해 ‘민주화운동기념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산업선교회는 이제 실직자와 노숙인을 위한 사업과 쪽방 선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햇살보금자리’ 운영을 통해 노숙자들에 대한 24시간 편의시설 제공과 일자리를 지원, 길거리 아웃리치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사회선교를 담당하던 기관들은 외국인노동상담소 운영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센터’는 지난 1996년 2월 개소한 이후 연간 1만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약 5천여 건의 노동 및 인권 상담과 10억여 원의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했다. 이 외에도 국제 결혼 피해 이주 여성들을 위한 법적인 문제와 생활, 육아, 가족간의 갈등과 폭행 등 직접적인 문제와 산재 사고자, 환자, 폭행 및 인권 피해자, 구직자, 출국 대기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 사회적 이슈 ‘공유-공감’

현재 한국 교회의 고난 껴안기는 ‘사회적 이슈’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한다. ‘밀양을 위해 기도하는 기독인’. 밀양에 들어설 765KV의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기독인들의 모임이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경태 목사가 중심이 된 이 모임은 지난 24일 오후 1시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장동마을에서 송전탑 저지를 위한 그리스도인 단식 기도회에 들어갔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이사장:신경하 목사. 이하 고난함께)은 ‘사순절/고난주간 절기 나눔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 땅에서 고난을 받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취지다. 죽음 없는 부활이 없듯이 고난이 없이는 신비도 없기 때문이다. 고난함께는 농성 2천 일을 넘어서고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재능교육지부 지지를 위한 ‘사순절 특별기도기간’을 선포하고 재능교육 단체협약 즉각 체결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무총장 진광수 목사는 “금년 고난주간에는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이 땅의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하고, “가난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린 우리 이웃과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추운 밤을 지새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 억울하게 감옥에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과 지하 교회 교인들의 순교적 신앙을 다룬 영화 ‘신이 보낸 사람’도 사순절 기간 동안 전국의 교회를 찾아간다. ‘찾아가는 영화관’. 제작사인 태풍코리아가 국민일보사와 함께 전개하는 이번 캠페인은 상영 신청을 받은 후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신청한 교회를 찾아가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국 교회는 물론 미션스쿨과 신학교, 신우회 등의 신청도 받는다.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사순절 연합새벽기도회’를 열고 있다. 사순절 기간 동안인 지난 3월 5일부터 4월 18일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30분부터 30분 동안 진행된다. 땅에 떨어진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기도를 한다. 이와 함께 종단을 넘어 이웃 종교와 국민들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선교 130년을 앞두고 2014년 사순절을 지나고 있는 한국 교회. 사회가 당면한 문제, 사회적 고난을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와 교인들의 문제로 인식하는 신앙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광수 목사는 “교회가 최근의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발생하는 병폐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구조적이고 불공정함에 따른 결과로 보고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동정과 시혜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바람직한 미래를 보려는 데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사회적 고난은 기독교인들의 세계관과 신앙의 문제다. 어떤 사회로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약육강식의 사회로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양심에 부합하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인데, “약육강식이 아니라 함께 살고 보듬어 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기독교인들에게 있다는 것 인식해야 한다”고 진 목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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