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냐 배교냐,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
상태바
순교냐 배교냐,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4.08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가상 국가 이스마르 리엠립 지역으로 기독교 선교 봉사 활동을 떠난 9명의 한국들이 선교지에서 찬양을 부르는 장면.

영화‘시선’으로 19년 만에 돌아온 이장호 감독, “나를 버리고 영화 만들었다”

이장호 감독이 19년의 공백을 깨고 영화 ‘시선’으로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낮은 데로 임하소서’, ‘바보 선언’ 등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은 그.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건, 그동안의 영화를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숙명적인 내리막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뜨겁게 만난 후, 지난 시절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를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장호 감독. “이전의 영화들은 관객들을 인질로 삼아 나의 이기적인 명예를 위한 수단이었다. 내리막길을 걸으며 변화한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미션’을 주셨다.” 미션, 그 사명의 첫 작품이 바로 영화 ‘시선’이다.

‘거듭난’ 이장호 감독에게 주어진 미션은 무엇이었을까? 이 감독은 “관객들의 시간을 죽이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의 영혼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시각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변화된 삶을 보는 시선, 세상을 보는 시선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영화 ‘시선’은 가상 국가 이스마르 리엠립 지역으로 기독교 선교 봉사 활동을 떠난 9명의 한국들이 이슬람 반군들에게 납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장호 감독은 그 안에서 드러나는 신자들의 거짓, 불신, 위선의 감정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세속적인 통역 선교사 조요한(오광록 분)과 8명의 기독교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 이렇듯 소재만 기독교일 뿐 종교 영화는 아닌 ‘시선’은 비기독교인에게도 메시지를 던지다.

“목사님, 순교보다 아름다운 배교도 생각해보세요.”

배교자였던 조요한이 다시 회심하면서, 위기의 기로에 선 목사에게 던지는 앞의 메시지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곱씹을 수 있는 내용이다. 순교와 배교의 기로에 선 목사를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 ‘시선’이다.

영화 제작에 앞서 이장호 감독은 기독교인 스태프와 연기자로 팀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기도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속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이 함께 하는 작업 방식이 오히려 더 좋았다. 촬영 현장에서 기독교인 스태프들이 과도한 종교적 신념에 빠질 뻔 했는데 비기독교인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필터 역할을 해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이 영화를 총괄하는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이미 많은 영화계 인사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영화 ‘시선’은 강우석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게도 많은 공감과 메시지를 주었다. 강우석 감독은 ‘시선’ 관람 후 그가 수장으로 있는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배급에 나서기도 했다.

“비기독교인 강우석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시선’이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며 배급을 맡겠다고 먼저 나서주었다. 강 감독의 주머니 돈을 털어 마케팅 비용이 마련됐고, 배급의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너무 감사하다. 크리스천이 아닌 관객들도 영화 ‘시선’을 보고 잃어버렸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또한 ‘시선’은 대중들에게 대통령 역할 전문 배우로 잘 알려진 고 박용식 씨의 유작이기도 하다. 영화 속 유승학 장로역의 그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비춰진다.

영화 ‘시선’은 자칫 2007년 있었던 경기 분당 샘물교회 피랍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원작대로 일본 개화기 가톨릭 포교를 소재로 다룬다면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제작비가 요구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 작가가 이 소설을 현대화시키자고 제안했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생각나 대입했다.

“생생한 연출을 하기 위해 샘물교회 피랍사건의 아픔을 재현하긴 했다. 피랍된 사람들의 리얼한 심리 상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선 샘물교회 피랍사건 당사자들의 사실적인 수기가 큰 힘이 됐다. 그 수기를 읽으면서 ‘사회가 사람들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피랍’이라는 위기의 순간에 순교와 배교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독교인의 모습을 담은 영화 ‘시선’. 교회 직분과 신앙보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을 외면하고 세속적인 모습을 보이는 기독교인과 순교까지 각오하는 기독교인, 신도 대신 먼저 희생을 선택하려는 목사 등 생생한 고통의 현장이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오늘을 사는 기독교인들은 이 영화를 어떤 ‘시선’으로 보게 될까. 개봉은 오는 17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