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장소 아닌 ‘방법’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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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장소 아닌 ‘방법’에 집중하자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3.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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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로 떠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 성지순례, 이제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지난 달 이집트,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성지순례 중이던 한국인 세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명이 부상을 당했다.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후로 누리꾼들은 “또 위험한 곳에 들어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에게는 무고한 여행객의 죽음보다 당장 개신교가 정부가 정한 ‘여행제한구역’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더욱 커 보이는 듯 했다. 종교의 차이는 잃어버린 생명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듯 했다.

그들의 도 넘은 비난행위에 해당 교회가 소속되어있던 예장 통합총회는 과도한 비판을 삼갈 것을 요청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테러로 인해 이집트라는 나라, 그 민족까지 묶어 반감을 가져선 안 된다며 우려 섞인 성명을 전했다. 한 사건으로 인해 사람이 죽었고, 종교는 비판받았으며, 어느 나라는 주 수입원이던 여행객들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성지순례 어떻게 가는 것이 ‘잘’ 가는 것일까. <편집자 주>

정부가 ‘여행제한구역’으로 구분해 국민들의 출입 자제를 요청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에서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 국민의 출입국을 관리하는 외교통상부의 여행제한 조치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비판과 분명한 위험성 인지 없이 떠나는 무분별한 성지순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요르단을 거치는 루트에서 시나이반도는 대표적인 코스”라며 “시나이반도는 성경에서 모세가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 있으며, 모세가 애굽에서 탈출해 가나안 땅으로 나아갔던 출애굽 사건의 길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 교회의 성도들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시나이반도를 횡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시나이반도는 지난해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후 이집트 군부에 반발하는 세력이 집결하는 테러의 근거지로 불리는 아주 위험한 곳이다.
이스라엘에서 사역중이 모 선교사는 “이집트 중앙정부는 자스민 혁명 후 각 지역까지 영향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시나이반도 부근은 최근 여러 테러단체들의 근거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테러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는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여행제한구역’에서 ‘특별여행경보지역’으로 분류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지역 내 체류 중인 여행객들의 즉각 철수와 선교 목적 출국 등 여행 자제를 요청했다. 외교부 뿐 아니라 각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한 교단이나 단체도 선교사가 철수하거나 유의하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이전에도 한국인들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국민들은 시나이 반도를 위험지역으로 생각해 방문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한 번 이상 테러가 일어났던 시나이반도를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10여년을 이스라엘에서 머물며 사역한 김진산 목사(터치바이블 대표)는 “순례자들이 가게 될 곳에 대한 성경적 해석도 중요하지만, 현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여행 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며 “각 지역에 대한 충분한 설명(위험 인지 등)을 듣고 순례자가 직접 선택한 장소들을 둘러보면 그만큼 만족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지순례는 우리 크리스천들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있는 모습”이라며 “각자의 신앙의 삶을 고백하는 과정이므로 어느 곳을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다닐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특별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으로 밝힌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이집트 군부의 가장 큰 외화수입원 ‘관광사업’을 끊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정 성지순례에 임하는 한국 교회 성도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순례자들이 맞이하게는 성지순례 장소 중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곳들도 대다수”라는 성서고고학자들의 주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건국대 최창모 교수는 “순례라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목적지 중심의 순례에서는 길이 출발점과 목적지를 잇는 짧을수록 좋고 빨리 지날수록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는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순례란 길에 오래 머물며, 길 위에서 삶의 목적지 이상의 의미와 무게를 발견하고 길 위에서 해답을 찾는 행위”라고 조언했다.

잘잘못을 따져 누군 잘했고, 누군 죄가 없다는 식의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 문제의식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지순례가 성경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 보다 깊이 느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성숙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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