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주일성수로 복받은 떡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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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 주일성수로 복받은 떡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4.01.29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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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 5부자로 유명한 경기떡집 최길선 장로
▲ 이른 새벽마다 희망을 빚는 최길선 장로. 절망적인 태생을 충직한 믿음생활을 통해 희망의 아이콘으로 바꿔버렸다. 그래서, 그의 떡은 마음까지 배부르게 한다.

설날, 세상살이 아무리 팍팍해도 떡 한 점 오고 가며 덕담 나누는 명절이다. 거친 밀이 소담스런 떡이 되기까지, 벗겨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짓이겨지는 고난의 떡 반죽을 거치듯, 그렇게 살아온 최길선 장로. 고아원에서 자라나 소설 몇 권 넉넉히 나올법한 인생역정을 헤쳐 나와 오늘, 잘나가는 ‘경기떡집’을 세웠다.

셋째 아들이 떡 명장이 된 일로 KBS ‘인간극장’에 나간 후, 더욱 유명해진 망원동 떡집 5부자. 얼마 전에는 유명한 모 백화점에서 입점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주일성수 못한다고 퇴짜를 놓을 만큼 대찬 망원동 떡집 4형제. 도대체 뭘 믿고 그러나 했더니, 믿는 게 제대로 있었다. 아버지 최 장로는 ‘엄청나게 복을 받은 비결’을, “주일성수와 십일조 신앙”이라며 이렇게 풀어 놓는다.

피눈물 나도 십일조 했다
“보육원에서부터 신앙은 제가 좀 있었나 봐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겨울 새벽에 빨래비누로 목욕재계하고 예배당에서 하나님께 기도드렸으니까요. 울면서 회개하고 그랬죠. 그러다 17살 때 보육원을 도망쳐 나왔죠. 다들 그렇게 떠납니다. 서울에 와서 처음 취직한게 낙원상가 방앗간 국수공장이었죠.”

13년 일한 끝에 인수한 국수공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분식장려 정책을 타고 신나게 돌아갔다. 이때 보육원 후배인 아내 김영애 집사를 만나 결혼도 하고, 첫 십일조 생활도 시작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동업이 화근이었다.

“청파동에 5명이 동업해서 국수공장을 차렸어요. 그런데 매일 서로 싸우는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그냥 손 털고 나와서 마장동에 풍년방앗간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내리막 길이에요. 하나님께서 저를 낮추신 거지요.”

한 달에 5백만 원 벌어도 되레 1백만 원 밑지던 시절이었다. 여기 저기 갚아야할 돈들이 지뢰처럼 깔려있었다. 5만 원 하던 아이들 학원비마저 끊고, 옷 한 벌도 제대로 사주기 힘들 때였다. 그래도 50만 원 십일조하고, 5만 원 감사헌금하고 또 선교헌금도 따로 떼어놓았다. 피눈물 나는 십일조였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고, 네 아들 모두 어렸을 때부터 십일조 생활을 했다. 첫 수입을 하나님께 바치고, 군대 급여에서도, 아르바이트 벌이에서도, 꼬박꼬박 십일조를 뗐다. 지금 그 아들들이 매달, 자기 또래 아이들이 보통 한 달 벌 액수를 십일조로 바친다.

▲ 회사원인 둘째 아들만 빠지고 다 모인 가족. 최 장로는 많은 복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믿음 좋은 착한 아들들이 가장 귀한 복이다.

망할 각오로 주일성수 했다
마장동 시절, 주일이면 보통 4부 예배를 참석했다. 아침에 떡 배달해주고 가면 딱 맞는 시간. 그러던 어느 설날, 손님들이 한없이 몰려왔다. 이미 1시 예배는 물 건너갔고, 3시 예배도 위태로웠다. ‘내가 예수 믿는 사람 맞나’ 하는 자책감 속에서도, 손님을 쫓아낼 순 없었다. 결국 마지막 예배인 7시도 넘겼다.

“그때 여의도순복음교회에 8시 국민일보 예배가 있는 것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둘이 옷도 못 갈아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죠. 오토바이 타면 영하 20도예요. 바지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으로 성전에 들어가니 막 설교가 시작됐는데, 너무 따뜻한 거예요. 잠을 이길 수가 없었어요. 눈 떠보니, 예배가 끝난 거예요. 둘이 얼굴은 벌게져가지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예배였는데, 몇 년 전 지역장으로서 예배에 대한 성경공부를 준비하다가 퍼뜩 그때가 떠올랐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최 장로야, 네가 지금까지 드린 예배 중에서 그날 예배가 제일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중심,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꼭 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충심을 알아주신 것이다.

“마장동에서 나와 합정동에 1억 빚을 내서 떡집을 차렸어요. 시작하기 전에 큰 아들 데리고 기도원에 올라가서 기도하는데, 주일성수에 대한 압박을 주시는 거예요. 지금은 주일날 많이들 쉬지만 20년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주일날 장사해서 먹고 살았어요. 3일 내내 야곱처럼 하나님과 씨름했어요.”

내려오는 날,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주일성수를 결심했다. 한편으로는 이판사판의 마음도 있었다. 합정동에 새로 연 떡집을 운영하려면 매달 5백만 원은 벌어야 했는데, 계산상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망할 거라면, 신앙이나 제대로 지키고 망하자, 이런 심산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떡집 건물 주인은, “재수가 없어서 예수쟁이를 얻었다”고 투덜거렸고, 주변 친구들은 “저거 까불다가 망하지”라고 수군거렸다.

“그 누가 뭐라 해도, 그땐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말씀만 레마로 들렸어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주일날 쉬는 만큼 더 채워주셨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한번은 어떤 권사님이 찾아오셔서 최고급 쌀을 연결시켜주셨어요. 그때만 해도 떡 기술이 부족했는데, 재료가 좋아서 잘 팔렸죠. 매달 빚 갚아가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일이 착착 되가는 것이 눈에 보였죠.”

쩨쩨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제 코가 석자’였던 시절에도 쩨쩨하게 굴지 않았다. 얼굴 한번 못 본 위층 교회 목사님이 “보증금 때문에 멱살 잡히게 생겼다”는 말에, 빚 갚아야 할 돈을 뒤도 안보고 주고 나왔다. 이상한 계약조건 때문에 억울하게 가게를 비워야 했을 때도, 악다구니로 싸우면 보증금의 절반이라도 건질 수 있었다. 20년 전에 3천만 원이 어디 작은 돈인가. 그러나 군말 없이 나왔다. 묘하게도 그 상가에서 가게 주인과 최 장로만 기독교인이고 다른 이들은 모두 불교 신자. “하나님의 영광 가릴까봐”, 손해 보고 나와 시작한 것이 오늘 ‘경기떡집’의 모태가 된 합정동 떡집이다.

해마다 수십 가마의 쌀을 불우이웃에게 기증하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사는 최 장로는 지금까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의’를 지키려고 애써왔다. 구원은 믿음으로 받지만 복은 행위로 받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대로 지금 ‘엄청나게’ 복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복은 아버지 못지않게 믿음 좋은 4형제.

연세대를 나와 멘사 회원일 정도로 머리가 좋은 큰 아들 ‘대로’는 북창동에서 자기가 창업한 ‘소담카페’와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면서 아버지의 일을 돕는다. 둘째 ‘대현’은 미국 UCLA대학을 나와 현재 건실한 기업의 회사원. 셋째 ‘대현’은 해병대에서도 선임을 두들겨 팰 정도로 배짱과 주먹을 가진 ‘의리의 쌈꾼’이었다. 자칫 딴 길로(?) 갈 뻔 했지만 믿음의 아들이 어디 가겠나. 아버지 따라 새벽마다 떡을 열심히 만들더니 지지난해 덜컥, 떡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나님이 도우신 일이었다. 현재 경기떡집 대표인 막내 ‘대웅’은, 딸 없어 섭섭한 엄마의 귀염둥이로, 형들을 뒤에서 몰고 다닐 정도로 살가운 막둥이. 이 넷이 뭉치면 뭐가 두려울까.

“이게 크고 비밀한 일이죠. 네 아들이 우애가 깊어요. 다 효자들이고요. 믿음도 저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그 유명한 백화점에서 들어오라고 해도 아들들이 거부했어요. 주일성수 못한다고요. 그 어려운 시절에 정말 주일성수, 십일조 철저히 하려고 발버둥 쳤을 때에, 하나님께서 약속해주셨거든요. ‘네 아들들이 너보다 더 잘될 것이다.’ 그 약속이 이뤄진 것 같아요.”

생각난다. 기도원에서 내려와서, 주일날 장사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넉넉하게 채워주시던 그때, 매일 매일 살맛났다. 서초동으로, 말죽거리로, 폭주족처럼 사방팔방으로 떡 배달을 다니는 바쁜 날에는 오토바이 위가 기도 자리였다.

어느 날인가. 기도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울컥,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나 같은 놈을 하나님이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지? 왜 이렇게 사랑해주시지?’ 힘들었던 시절, 하루 4시간 자고 내리 20시간 일해야 했던 고단한 나날에도, 보육원 출신의 이 부부는 마냥 행복했었다. 그 느낌 아니까, 크고 비밀한 하나님의 사랑이 이제 펼쳐지듯 눈에 환히 보이는 느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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