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르포] ‘따뜻한 아랫목’을 위해 영 차 영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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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르포] ‘따뜻한 아랫목’을 위해 영 차 영 차 !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1.2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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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너레이션 워십, 연탄 배달하다

▲ 뉴제너레이션 대표 천관웅 목사(오른쪽 아래)는 연탄 한 장, 한 장을 던질 때마다 "영~차! 으~샤!"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전달받은 자원봉사자들은 "할, 렐, 루, 야!"하며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옮겼다.

찬양의 뜨거움을 연탄 배달로 잇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낮기온 영하 8도, 입김이 허옇게 서리지만 걸쳐 입은 우비 속으로 하얀 김이 서린다. 높이 14.2㎝, 지름 15㎝, 무게 3.6㎏, 구멍 22개, 발열량 4,600㎉, 1가구당 하루 평균 소모량 4.5장, 가격 500~600원. 손에서 손으로 ‘검은 보석’이 날라진다.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인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그들의 집에 ‘검은 보석, 연탄’ 5천 장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풍경이다.


전국 31개 지역에서 독거노인•장애가정•실직자 등을 위해 연탄나눔사업을 하고 있는 연탄은행(대표:허기복)에 따르면 연탄을 사용하는 전국 25만 가구 중 15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한다.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연탄은행은 올겨울 3만 장을 후원받아 나눠줄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180만 장이 부족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에 뉴제너레이션 워십(대표:천관웅, www.newgeneration.co.kr)이 지난 15일 1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비량으로 마련된 연탄 5천 장(약 300만 원)을 들고 ‘사랑의 연탄 배달’을 나섰다.

약 40년 전만 해도 ‘국민 연료’로 꼽혔던 연탄을 때는 집은 많이 줄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20만여 가구 서민들 중에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있다. 그들 중에서도 겨울을 온전히 날 연탄 100, 200장을 한꺼번에 들이기도 힘들어 냉방에서 겨울을 나는 이웃들도 적지 않다.

“아이고, 연탄 한 번 만져보지도 않았을텐데 잘 쌓네. 덕분에 설까지 든든하겠어.”

“아이 한 장씩 날러. 두 장씩 하면 연탄 깨부실 지도 몰러.”

있어도 조심스러운 물건인 연탄. 불이 꺼지면 새벽에도 자다 일어나 연탄을 갈아야 하고, 실수로 구멍을 못 맞추기라도 하면 꺼져버리기 일쑤다.

“할머니,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집 외벽 한 켠에 가득 쌓인 연탄을 보는 할머니의 표정에 함박웃음이 핀다. 사는 게 이렇다며, 그래도 이렇게 연탄을 채워주러 오는 이들이 있어 매서운 겨울 추위도 버틸 수 있다는 할머니. 연탄이 다 날라지자 손자, 손녀같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연신 “아이고, 고마워”라며 인사를 전했다.

▲ 마지막 95, 96, 97, 98, 99, 100장째 되는 연탄들을 들고 자원봉사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중고등부, 권사와 집사는 물론 신혼부부, 휴가나온 군인, 회사원 등 연탄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김미혜, 나형란 권사(부천 오정교회)는 “사모하는 마음으로 오게 됐다”며 “젊은이들과 함께하니 즐겁고 힘도 난다”며 연탄을 날랐다. 하늘비전감리교회에서는 6명으로 구성된 찬양팀이 연탄 봉사에 손길을 더했다.

“찬양 공동체가 아닌 또다른 몸 동작, 발걸음으로 예배하는 것 같아 의미가 커요. 다음에 또 올 거예요.”

▲ 나는야 연탄녀, 연탄남. 연탄을 나르다보면 어느새 얼굴은 까맣게 변해 있다. 그래도 좋다.

뉴젠워십 천관웅 목사의 얼굴도 연탄을 나르다보니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연말연시에 다양한 형태의 기부 문화와 불우이웃을 위한 헌금이 사회와 교회 안에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재정적인 기부에서 멈춰 있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교회 안에서 음악으로 예배를 100번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으로 드리는 예배도 중요하다 생각해 연탄봉사를 나왔습니다.”

공간적인 예배에서 벗어나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섬김으로 전하고 싶다는 천관웅 목사.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자신들의 넉넉하지 않은 용돈을 기꺼히 기부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들이 직접 구매한 연탄을 자신의 손으로 배달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특하고 행복합니다.”

삶이 예배가 되기를 소망해 ‘연탄봉사’에 자원한 예배자들. ‘또 다른 기쁨’을 찾아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주머니도 털털 털어 연탄을 산 예배자들. 연탄을 나르다 지친 기색이 보인다 싶으면 찬양을 부르며 더 힘차게 연탄을 나르는 그들의 모습은 ‘검은 보석’보다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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