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10분 지각, 습관의 고리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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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10분 지각, 습관의 고리 끊어라
  • 승인 2003.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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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시작된 지 10분, 뒷문이 빼꼼히 열리며 뒷자리에 와 앉는 교인을 보는 목회자들의 착잡한 심정은 헤아리기 힘들다.

“뭐라 야단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습관적이서 참 얄밉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설교를 앞두고 있는 순간인데도 맥이 탁 풀립니다.”

서울에서 7년째 목회한다는 정상현목사(43. 신목교회)는 습관적으로 예배에 늦는 교인들을 보는 심정을 ‘맥이 탁 풀린다’고 표현했다. 참자니 습관적인 것 같고 이야기하자니 상처를 받을 것같아 난감하다는 것이다.

‘10분 늦게’에 익숙한 일부 교인들에게 ‘10분 일찍’을 말하는 것은 소귀에 경읽기, 실현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체념투의 말로 분류되지만, 이제 10분 일찍을 말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강하게 일고 있다.

갓피플닷컴이 교인들의 이런 시간 개념과 예배 시간에 지각하는 풍조를 뿌리뽑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예배 지각 안하기 캠페인’. 갓피플닷컴은 지난 2월6일부터 ‘예배 지각 안하기 캠페인 포스터’(대형과 소형 2종류)와 ‘예배 지각 옐로카드’를 무료로 배포, 목회자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하는 교회들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갓피플은 인터넷을 통해 ‘나의 지각 지수’를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했고, 설문조사 결과, 칼럼과 만화 등의 자료를 함께 실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캠페인은 갓피플닷컴의 교회부흥캠페인과 규장 25주년 기념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것. 갓피플닷컴은 “처음 예수를 믿고 예배의 감격을 누리던 것을 잊어버린 결과가 일차적으로 예배에 지각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며 “하나님과의 만남인 예배가 부흥하기를 소망하면서 ‘예배 지각 안하기’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의 응답자가 ‘예배에 지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교인들의 예배 시간 준수에 대한 개념이 희박함을 보여주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예배 시간에 지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50.2%가 ‘없다’고 대답한 반면 나머지는 ‘1번 이상 지각’했으며 열 명 중 1명 이상은 ‘매주 지각하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

그렇다면 예배에 습관적으로 늦는 이유는 무엇일까? 28.9%가 ‘교회 갈 준비를 하느라’고 지각한다는 어이없는 대답을 했다.

이에 대해 김상구목사(52. 권세교회)는 “준비는 말 그대로 온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한 움직임을 말하는데 ‘예배에 늦지 않기 위한 서두름’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하고 “교회 갈 준비로 인해 예배에 늦는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예배에 지각할 정도의 준비가 과연 예배를 위한 바른 준비라고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고 반문한다.

응답자들은 또한 ‘늦잠 때문’에(24.3%), ‘교통난’(8.9%), ‘먼 거리’(7.3%)를 지각의 이유로 들었으며, ‘습관적’이라는 응답이 15.7%를 차지해 적지 않은 빈도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각이 심한 응답자들은 ‘설교 시간 전에만 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지각을 한다고 응답해 예배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을 정도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반면 77.5%의 응답자가 ‘지각하는 것이 예배에 많은 방해를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각의 폐혜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예배 외의 모임에 대한 인식에서도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었다. 설문 결과 24.8%가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교회 모임에 늦게 갈 때가 있다’고 응답, 습관적으로 모임에 지각하는 일부 부류 외에도 상당수가 이같은 핑계로 모임에 늦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늦게 온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교회 모임을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43.25%가 ‘그렇다’, 38.2%가 ‘가끔 그렇다’고 응답해 지각자들로 인해 교회 모임 등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의 결과에서 보듯이 예배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이 점차 개인화 또는 자기합리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예배와 모임의 중요성이 희박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일선 목회자들은 예배의 중요성 못지않게 그 준비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하는데, “‘10분 일찍’이라는 개념의 보편화 현상이 한국교회에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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