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영웅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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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영웅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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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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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귀환은 화려했다. 라디오, TV 뉴스는 월남 투이 호아 전투의 영웅 김승원에 대한 기사가 실시간 보도되고 있었다.

파월 청룡부대 제2연대 1대대 1중대 소속 김승원 일병이 월남 투이 호아에서 세운 무공으로 대통령으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일간신문, 라디오, TV뉴스를 통하여 알려진 영웅의 카퍼레이드를 환영하기 위해 인도에는 많은 시민들이 발을 딛고,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김승원이 화환을 목에 걸고 오픈카에 승차하여 고향인 춘천을 향해서 차량행열이 지날 때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가 승차한 오픈카는 경찰 사이드카 6대가 앞뒤로 호위하면서 서행하며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김승원 일병은 차에서 기립자세로 그를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었다.

김승원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비룡산 바위 앞에서 장래의 꿈을 결심하던 날로부터 17년이 지난 후였다.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이 친히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할 때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의 귀에는 대통령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귀관이 해병대원으로서 용감무쌍히 싸워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것에 대하여 온 국민을 대표해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각하.”

그는 지옥과도 같은 터널을 지나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바로 며칠 전 피비린내 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아 있었다. 마치 하루 전 일처럼.

청룡부대 제2여단(여단장 이봉출 준장)이 캄란(Cam Ranh)지역과 투이 호아(Tuy Hoa)를 작전지역으로 월남에 파병되었다. 그 전술지역은 북위 17도 휴전선 남쪽 280Km, 사이공으로부터 540Km 떨어지 동부 해안지대, 남북횡단 1번도로 지역과 푸엔성 남부의 산악지역과 크고 작은 하천과 광대한 저지대로 논과 밭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었다.

투이 호아는 캄란으로부터 북쪽 120Km 떨어진 푸엔성의 성청 소재지로 인구 2,500명이 사는 시이며, 월남의 3대 곡창지대로 연간 110만톤 이상의 식량을 생산하며, 월맹과 월남의 남북을 연결하는 곳으로 전 국토의 허리와도 같은 요충지였다.

캄란지역은 프랑스가 월남을 통치할 때 프랑스군이 8차에 걸쳐 공격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그 후 월남군이 10년 이상 공격하였으나 함락시키지 못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청룡부대가 파월된 이후 청룡 제1호작전으로 청룡부대 1개 대대병력으로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월맹군 1개 연대병력과 맞선 전투로 월맹군 243명을 사살하고 전무후무한 전과를 올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오후 7시, 시청 뒤 NS호텔 레스토랑. 진선린, 이승룡, 이지헌은 소속부대로 복귀하는 김승원을 환송하기 위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웅 한 번 만나기가 힘드네.”

이지헌이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영웅을 만나는 것이 쉬운 줄 알아?”
이승룡이 말했다.

“그가 영웅이지만 우리의 친구야. 친구를 만나는 거라구.”
선린이 말했다.

30분이 늦어서야 김승원이 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해병대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상의 제복에는 훈장이 달려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네.”
“이인호 소령은 죽어서 영웅이 되었지만 자네는 살아서 영웅이 되었네.”
이승룡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

“훈장을 탄 소감부터 말해주게.”
지헌이 말했다.

“우리 부대원을 대표로 해서 내가 탄 것이네.”
김승원이 말했다.

“나는 자네가 영웅이 된 것보다 살아서 돌아와 줬다는 것이 더 기쁘다네.”
선린이 그를 보고 말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네. 그걸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이지헌이 김승원을 보면서 말했다.

“가만, 저길 보라구.”

TV뉴스에서 청룡부대 중대장이 대한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청룡부대의 추수작전의 결과로 월맹군 연대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궤멸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작전을 직접 지휘하신 중대장님과 대화를 통하여 승리하게 된 비결을 알아보겠습니다. 시청자 여려분 주목해 주십시요.”
“중대장님, 너무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1개 중대로서 어떻게 1개 연대와 싸워서 승리할 수 있었는지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청룡부대 용사들은 일당백의 용사들입니다. 또한 그 용사들의 전투력을 백분 발휘할 탁월한 전략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전략이란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군사기밀이라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장 용감한 사병 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중대장은 김승원 일병을 기자에게 소개하였다.

“저는 대한뉴스 김명선 기자입니다. 김승원 일병님께 승리를 축하하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요.”
“월맹군 1개 연대 약 2,500여 명이 침공해 올 때 그 1/10에 불과한 245명의 병력으로 전투에 임할 때 두려움이 많았을 텐데 그 때의 심정을 솔직히 듣고 싶습니다.”
“예, 저의 해병은 전투에 임할때 항상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정신이 물질의 3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신은 물질의 백배보다 더 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당 백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퇴각하는 월맹군을 마지막으로 추격한 것도 김승원 일병이셨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곰은 왜 사살하셨나요?”
“월맹군으로 오인하였기 때문입니다.”
“곰에는 웅담이라는 것이 있지요?”
“예.”
“그것을 어디에 쓰실 것입니까?”
“예, 대대장님께 허락을 구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위해서 불철주야로 노심초사하시는 대통령 각하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참 훌륭한 생각을 하셨습니다.”

TV뉴스가 끝났다.

“우리 영웅의 말을 들어 봅시다!”
이지헌이 김승원을 보면서 말했다.

“말하자면 길다네.”
“우린 들을 준비가 되어있네.”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투력만 우월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일세.”
김승원이 말했다.

“어서 말해 보게.”
선린이 말했다.

“정보, 전략, 전투력의 융합적 작용이 승리 비결이네.”
김승원이 말했다.

“월맹군이 진격해 올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승룡이 김승원에게 물었다.

아직 전투가 발발하기 전, 칠흑 같은 어둠 속, 참호 속에서 적막감에 휩싸인 김승원은 생각했다.

“이게 나의 생애의 마지막 순간일까? 젊은 나이에 이곳에서 죽어야 하나. 나는 명령에 따라 살고 명령에 따라서 죽어야 하는 해병이다. 나는 죽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렇다! 나라의 부름에 의해서 죽어야 할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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