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아쉬움을 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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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쉬움을 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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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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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꿈의교회)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우리들은 항상 마음이 허전해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허전한 기분이 들 때 우리들은 이 기분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술집으로 달려가거나 노래방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시라도 그 허전한 감정을 무마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면 속에 있는 허전한 감정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이 한해를 보내면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이 허전한 기분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넉넉한 감정을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좋은 감정 중의 하나가 바로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좋은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지금의 허전한 감정이 상쇄됩니다.

울적한 마음을 그리운 마음으로 연결시켜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인간은 추억을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지금 30-40대의 분들에게는 초등학교라는 용어보다 국민학교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것입니다. 지금처럼 차가워지는 초겨울이면 떠오르는 추억의 먹거리가 있습니다. 등하교 길에 연탄불 하나 놓고 국자에 설탕을 넣고 녹인 후 소다를 넣고 부풀려 식힌 다음, 그 위에 우산이나 장화 십자가 모양의 도장을 찍어 아이들에게 팔던 ‘뽑기’가 추억 속에 떠오릅니다.

‘뽑기’라고 불린 이유는 그걸 부숴뜨리지 않고 잘 뽑아내면 다시 하나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뽑기’란 지금 주면 먹기도 그런 설탕 덩어리일 뿐입니다. 불량식품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에 우리들은 뽑기를 기억하고 때로는 그리워합니다.

모든 인간들 내면에는 추억이 큰 자리를 차지하기에 때때로 지나간 유행이 시간을 지나서 다시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전에 유행하던 촌스러운 춤이 유행하고 투박한 악세사리가 등장하는 등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향한 마켓전략이 언제나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추억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좋은 것, 나쁜 것 가릴 것 없이 그리움이나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고 고팠던 것들도 그것이 추억이 되는 순간 한 번쯤은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그리운 기억이 되어버립니다.

추억의 얼굴은 다양합니다.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것도 있지만 아름다운 것도 있습니다. 잊혀 지지 않는 이름, 잊혀 지지 않는 얼굴에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것도 있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경험이나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추억이란 단어를 사용 할 때에는 무서운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일이나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아름다웠던 것들을 위주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추억은 각자의 가슴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뿌리내린 추억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 나가는데 무시 할 수 없는 에너지가 됩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그리움이 솟구칠 때 생각나는 이름이나 얼굴이 있다면 그 이름은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름입니다. 때로는 고달픔으로 다가오는 기억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긴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은 더러워진 것을 걸러내어 깨끗한 물로 정화시키는 넓은 바다처럼 우리의 삶을 걸러줍니다.

지나간 아름다웠던 시간과 경험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며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희망의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은 한해의 마감을 서운해 하는 우리들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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