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하면 눈물 나, 예수 믿고 눈물이 흔해졌어"
상태바
"뻑하면 눈물 나, 예수 믿고 눈물이 흔해졌어"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3.11.20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픈 다리 덕분에 예수님 만나 … 고난도 지나고 보면 감사

▲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구봉서 장로.
코미디언 ‘막둥이’ 구봉서 장로의 추수감사절

최근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장로(88)는 바쁘다. 기자가 그를 취재하고 있는 사이에도 방송국 기자들이 그를 만나러 찾아왔다. 얼마 전 중구문화원에서 ‘구봉서의 코미디인생 60년’ 전시회를 열었던 것 때문인지, 요즘 그의 코미디 인생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45년 악극단 희극배우로 시작해서 데뷔 67년이 되는 그는 그 동안 무려 400여 편의 영화, 980여 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과거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남겼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코미디는 지금도 ‘전설의 웃음’으로 회자되고 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숨쉬는 것부터 일거수일투족 모든 게 감사하다”고 밝히는 구봉서 장로. 항상 인상 좋게 웃고 사는 그의 얼굴에서 평탄한 인생을 읽게 되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들 잃은 고통에도 웃겨야 했다
“가장 잊을 수 없이 힘들었던 때는 둘째 아들이 돌 안되서 하늘나라로 갔을 때지요.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런데 저는 밖에서는 또 웃기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참 괴로웠지요. 그래도 안할 수가 없었어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냐고요? 에이,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하나님이 데려가셨는데요, 뭐….”

밖에서는 열심히 남을 웃겨야 했지만 혼자서는 속울음을 울어야 했던 그의 희비극은,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귀중한 선물들로 조금씩 위로되었다. 아들 하나를 데려가신 하나님은 그 후로 아들을 하나, 둘, 셋, 더 주셔서 구 장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 것이다. 그가 인생의 초입부터 이렇듯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좀 삐딱했다.

“교회는 세 살 때부터 나갔지만 믿음은 없었지요. 중학교 때 탁구 때문에 교회 나갔다가 탁구대 부서지니까 또 교회 안나가고…. 믿음이 없으니까 교회 나가면 모든 게 지루한 거예요. 목사님 설교가 졸린 것은 그렇다 치고, 찬송가는 왜 이렇게 길어요. 4절, 5절, 어떤 건 6절까지 있어요. 게다가 기도는 왜 이렇게 지루하게 긴지. 졸리다고 하니까 누가 성경책을 보라고 해요. 창세기 1장을 열어 보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속으로 ‘허, 누가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짓말로 알았죠. 믿음이 없으면 잠자코 앉아있으면 될텐데, 그래서 벌 받은 것 같아요.”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요?”
연일 영화 촬영에 바쁜 때였다. 그날 주일도 오후부터 관악산에서 촬영이 있었다.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가도 될 시간이었지만 어떤 배우의 부탁 때문에 어머니께는 “촬영 때문에 교회 못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날 오후, 관악산 촬영장에 도착한 그는 기분이 왠지 꺼림칙했다고 한다.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까지 주었던 그 자신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한 20미터 떨어졌나요. 한참 떨어집디다. 병원에 입원했더니, 의사가 나중에 그래요. 아무리 노력했지만 다리를 잘라야 하겠다고요. 의사생활 20년에 이렇게 뼈가 조각조각 난 사고는 처음 본다고요. 그 소리 듣고 옆에 계신 어머니가 졸도하셨어요.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사형선고 받은 것 같았죠.”

7시간 대수술을 전후로 교회의 목사님과 많은 교인들이 그를 찾아와 기도했다. 목사님은 병상에 누워있는 그의 다리를 눈물로 어루만지며 기도했다. 참 이상했다. 교회에서는 1, 2분 기도도 지루했는데, 자기 다리를 붙잡고 드리는 그 기도는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도했다. 다리만 무사하면 예수 믿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몇 번 수술 끝에 의사가 다리를 안잘라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감사하고 창피한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지요. 사실 그게 나의 첫 기도였어요. 하나님과의 만남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 순간 뿐이었어요.”

퇴원 후에 교회에 나간 그는 감사헌금를 바치라는 어머니의 권면에 마음이 다시 틀어지게 된다. 당시 작은 교회 하나 지을만큼의 액수를 어머니는 헌금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맘이 다시 싹 바뀌었다. ‘뭘 예수가 고쳐줘, 의사가 고쳐줬지.’ 그 일로 교회에 다시 발길을 끊었다. 그저 어머니를 교회까지 모셔다 드리며 교회 마당만 밟고 돌아갔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의며 이제 교회 마당을 밟는 일마저 끊어졌다. 그렇게 세월은 또 흘렀다.

▲ 구봉서 장로가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안방의 모습. 예수님, 아내 정계순 권사, 손주들, 성경책이 보인다.

누워 자도 성경말씀 곁에서
“어느 날 촬영을 끝내고 집에 오니 사람들 몇이 우리 집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당시 하용조 전도사님과 제 아내, 그리고 몇 분이 모였어요. 그때가 한참 오일파동으로 기름 값이 비쌀 때여서, 추운 겨울에도 안방만 기름을 땠는데, 그 안방에서 성경공부를 하는 거예요. 성경공부하는데 들어가기 싫어서 며칠 밖에서 버텼는데, 도저히 추워서 못견디겠어요. 그래서 그냥 성경공부하는 안방에 들어가서, ‘난 잔다’ 하면서 옆에 누워있었지요.”

‘졸아도 교회에 가서 졸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심통을 부리며 성경공부 옆에서 떡 누워있던 구 장로의 귀에도 말씀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친 다리가 재발했다. 강한 진통제로 겨우 버티는 날들이 계속됐다. 결국 아내의 권면으로 안수기도를 받던 그는 잠에 빠져 들었다. 꿈을 꾸었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와” 찬송가가 들렸다. 꿈에서 깨어나니 얼마나 울었는지 베개가 축축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다리의 통증이 사라졌다. 더 이상 하나님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참여한 성경공부가 처음엔 몇 명 안됐는데 나중엔 스무명이 넘어갔어요. 우리 집 안방에서 더 이상 못하게 되어 다른 곳을 전전했죠. 그런데 거 우습대. 맨날 쫓겨다녀야 하고, 치사하고. 그때 제가 말했어요. 거 교회를 지으면 되잖아. 그랬더니 누가 그래요. 기도해보자고. 그래서 또 제가 그랬지요. 야, 기도가 돈주냐.”

속전속결이었다. 누구 얼마 냈으니, 너는 얼마 내고, 얘가 얼마 냈으니, 당신은 얼마 내시오. 이렇게 해서 건축헌금을 거둬서 당장 교회를 지었다. 그것이 바로 ‘연예인교회’(현재 예능교회). 교회를 다 세우고 첫 예배드리던 때를, 그는 잊지 못한다.

“아…. 눈물 나지. 내 교회가 생기니, 얼마나 좋은지. 이게 우리의 눈물과 땀과 피가 모인 것이구나.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좋다, 좋다, 감탄하며 많이 울었지요. 그렇게 교회를 지으니까 믿음이 팍팍 들어와요. 부흥도 금방 됐어요.”

성전 건축하니까 믿음이 ‘팍팍’
‘믿음이 팍팍’ 들어오자, 구 장로는 그때부터 간증을 다녔다. 전 세계 교회를 다니며, 부끄러움을 감수하며 자신의 회심을 고백했다. 브라질에서 간증을 했을 때였다. 휠체어를 타고 온 한 부인이 간증을 듣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날은 그 부인만을 보고 말씀을 전했다. 그날 새벽에 호텔로 전화가 왔다. 그 교회 목사였다.

“휠체어 타신 분, 기억하시냐고 그래요. 맨 앞에서 들었거든요, 기억한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지금 새벽기도회에 나왔대요. 휠체어 타지 않고요. 어제 간증을 듣고 갈 때에는 봉고차로 태워갔는데, 가면서 그렇게 울더래요. 그러더니 내릴 때에는 휠체어 없이 자기 힘으로 내리더랍니다.”

▲ 구봉서 장로는 화초들 덕분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며 고마워 한다.

미국에서 한 밤 중에 전화가 온 일도 있었다.

3년 전에 간증을 전했던 교회 교인이었다. 그때 아내와 함께 와서 그의 간증을 듣던 외국 남편이 지금은 교회에서 헌금바구니 들고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도, 간증을 잘 듣고 웃고 울던 그 외국인이 신통해보였다. 88년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코미디의 대부로 존재했던 시절보다도, 어쩌면 바로 이것이었다. 그의 ‘회심’을 통해서 또 다른 ‘회심’이 일어난 작은 기적들.

요즘엔 “뻑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옛날엔 안그랬는데, 예수 믿고 나서 눈물이 흔해졌단다. 마지막으로 더 남기고 싶은 말씀이 없냐는 질문에, “없으니까, 가요~”, 라고 웃긴다. 노년의 나이에도 사람들을 웃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천생 코미디언 구봉서 장로. 그의 88년 인생의 결론은 이렇다.

“모든 게 감사하죠. 이렇게 숨 쉬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요. 고난도, 지나고 나면 전화위복이죠. 다 감사한 거예요. 좌우간 하나님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못하는 거야. 그저 하나님이야, 그저 하나님.”

▲ 구 장로의 기쁨조. 나중에 아들보다 손주들에게 집을 물려줄 생각이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