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환자가 아이 낳고 봉사대상까지 받은, 세상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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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환자가 아이 낳고 봉사대상까지 받은, 세상에 이런 일이…
  • <객원기자=이성원>
  • 승인 2013.11.1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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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시 봉사대상 수상자 하태림 목사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 산에서 추락 사고로 “평생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인다”는 진단을 받았던 25세 청년 하태림은 기적처럼 일어났고 또 걸었다. 자신과 같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봉사하다가 결혼까지 했고, ‘부부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무색하게 아이를 다섯까지 낳았다. 이레지역아동센터를 세워 어려운 아이들을 보살폈고, 이번엔 서울시 봉사상 대상까지 받았다. “하나님은 정말 기가 막히시다”는 하태림 목사(주님의교회). 그가 겪은 그 ‘기가 막힌 하나님’ 이야기를 들어본다.

1988년 이맘 때였다. 등산 갔다가 술 한 잔 걸치고 내려오던 ‘청년’ 하태림은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큰 건물 5층 높이였다. 얼마나 심하게 찍히면서 굴렀던지, 머리가 다 깨져 속이 보였고, 경추, 중추, 요추가 부서졌다. 살 가망이 안보였던 의사는 그를 듬성듬성 꿰매놓았다.

“죽을 줄 알았는데, 안 죽더라는 거죠. 20여 일만에 깨어났는데 목 아래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전 내 몸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병실로 올라갔는데,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몰랐죠.”

▲ 기막힌 하나님의 은혜에 늘 감사기도 드리는 하태림 목사는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받은 말씀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다.
떠나간 사람, 찾아온 사람
일찍 결혼했던 그에겐 아내와 두 돌짜리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물었다. “오빠, 당신 몸이 어디까지 회복되리라 생각해요?” 그 물음이 둔기처럼 그를 때렸다. 멍, 해졌다.

“그때부터 의사 선생님에게 졸랐어요. 얼마만큼 회복될 수 있냐, 일주일 내내 물었지만 한 말씀 안하시더라고요. 저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끈질기게 졸랐더니, 딱 한 말씀하시더라고요. ‘일어나 앉을 수 없어!’”

인생을 정리해야 했다. 아직 어린 아내에게 제2의 인생을 찾으라고 했다. 처음엔 가지 않았다. 장인과 처남이 데려갔다. 며칠 후 다시 아내가 찾아왔다. 또 떠났다. 그렇게 서너번, 어느 날부터 다시 보이지 않았다.

여동생이 직장을 그만 두고 그의 곁으로 왔다. 뱃속에서 통증으로 돌같이 굳은 대변을 손가락을 넣어 깨서 빼내는 궂은 일을 어린 여동생이 도맡았다. 때로 말도 안 되는 그의 짜증도 받아주었다. 화장실에서 울고 나와, 다시 “오빠~”라고 부르는 여동생. 천사였다.

호스를 다섯 개씩 꼽고 있는 그의 병원비 때문에 어머니는 매달 땅을 팔아야 했다. 혓바닥이 수천수만 갈래로 찢어지는 고통이 계속됐다. 무엇보다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운명’이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가족들의 눈을 피해 밤마다 베개는 축축이 젖어갔다. 얼마나 울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뺨이 쓰라렸다. 그렇게, 밤마다 집을 세웠다, 헐었다,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죽을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죽으려고 했어요. 손 하나 까딱 못하니, 죽는 방법이 뭘까. 혀를 깨무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런데…. 죽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와, 두 살 된 딸 때문이죠.”

어머니…. 밤이면 물에다 밥 말아 드시고 교회로 가신다. 밤새 교회에서 “내 아들 살려 달라, 일으켜 달라”고 기도하시고, 새벽이면 돌아와 또 밥 한술 물 말아 드시고 밭으로 나가신다. 매일, 그렇게 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한 어머니를 생각하니, 혀를 깨물 수 없었다. 게다가 엄마마저 떠난 두 살배기 딸내미는 또 어떡하고.

“맘을 바꾸자, 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 좋다. 어머니가 그렇게 기도하는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내 확인해보리라. 그리고 그때부터 병원의 교회를 나갔습니다.”

침대를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가야 지하 식당의 예배 장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예배드리러 갔다. 목사님은 볼 수 없었다. 천장만 보였다. 저 하늘에 하나님은 나를 보실까. 누워 드리는 예배지만, 그에겐 간절한 예배였다.

병실에서 피던 담배를 끊다
“성탄절 때였어요. 복도에서 노래가 들리더라고요. ‘노엘 노엘’, 고요한 밤, 찬송가가 들려요. 제가 문을 열어놓으라 했더니 그분들이 들어왔어요. 청년들이 제 병상에 둘러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갔어요. 그 다음 주에도 오고, 매주 와서 기도해주었죠. 꽃다발도 주고, 책도 주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아직 ‘믿음’만으로는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병원 6인실에서 유일하게 담배를 피워대던 환자가 그였다. 온 몸이 마비되고, 아내마저 떠나고, 몸과 마음이 산산히 부서진 그의 절망을 안쓰러워했던 병원 측은, 그의 이런 ‘일탈’을 눈감아주었다.

“그렇게 그날도 일자로 누워 담배를 피고 있는데, 교회 여자 고등학생이 저를 찾아왔어요. 담배를 피고 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요. 제 옆에 앉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요. 하루도 안 빠지고 저를 위해 기도했는데, 제가 주의 증인된 삶을 산다더니, 담배나 피고 있다고. 울면서 이야기 하다 일어나길래, 잠깐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리고 담배와 라이터를 그 여학생에게 선물로 줬죠. 그 시로 담배를 끊었어요.”

그때부터 그의 ‘투병’이 시작됐다. 진통제는 돌아오는 신경을 억제시킬 것이라는 생각에 끊었다. 고통 때문에 끙끙거리는 신음을 기도로 바꿨다. 신경이 돌아온다고 해도 손목, 발목, 무릎이 굳으면 못 움직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에게 ‘꺾어 달라’는 요청이 시작됐다. “손목, 발목, 무릎을 꺾어주세요. 발차기를 시켜주세요.”

“제 생각이 의학적으로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성령께서 주신 생각이라고 믿어요. 그때부터 지독하게 그런 노력을 했어요. 또 성경테이프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말씀이 있어요.”

야보고서 1장 2절 말씀이 그를 ‘시험’들게 했다.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나님, 하나님도 내려와서 제 입장이 되어 보세요. 어떻게 기뻐하시겠어요. 그런데 그 답을 또 다른 말씀으로 주셨다. 잠언 17장 22절 말씀이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

“비로소 야고보서 말씀이 이해가 된 겁니다. 저는 하나님을 위해서 기뻐하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나 자신을 위해서 기뻐하라는 거예요.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회복되기 원하느냐? 그러면 너는 기뻐해야 한다! 이겁니다. 그 말씀을 깨닫고 회개가 터지더라고요. 한 3개월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회개한 것 같아요.”

▲ 그동안 병원과 지역에서 봉사한 것이 알려져 ‘2013 서울시 봉사대상’을 받은 하목사(가운데)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함께 했다.

“급한 건 하나님 뜻이 아니야”
어느 날, 팔이 움직였다. 담당 의사가 그의 발바닥을 만지자 꿈틀거렸다. 불교신자였던 의사가 고백했다. “네가 하나님을 그렇게 찾더니만, 하나님이 있긴 있나보다.” 1년 후 퇴원할 때, 힘들지만 걸음마를 시작했다. ‘오른팔로 밥 먹고 절뚝절뚝 걸을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가 응답됐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그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증거’였다. 사랑의 중창단도 만들어 공연을 하고 환자들을 후원했다.

“그때 지금의 아내(강명옥, 46)를 만났습니다. 한 5년 동안 저를 지켜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장애자에, 아이도 하나 있고, 돈도 없는 제게, 결혼하자고 하더군요. 아픔을 딛고 남자답게 자기 길을 가는 게 좋아보였답니다.”

병원에서 ‘부부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진단받고 결혼했다. 당연히 아이도 가질 수 없었다. 아내가 말했다. “딸(하스진, 27)이 하나 있으니, 아들을 하나 입양해요.” 그가 거절했다. “성경에 보니, 급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더라”는 것이었다. 아브라함의 이스마엘 이야기였다.

“1년 지나면서 하나님이 부부생활이 가능하게 해주셨어요. 병원에 갔더니, 그래도 아기는 힘들다고 했는데, 기적같이 아들(하성진, 고1)을 주셨어요. 언제 태어난 줄 압니까? 10월 3일, 개천절 날 12시예요. 하늘의 문이 열린 것 아닙니까! 이왕 주신 것 하나만 더 달라는 기도대로 2년 후엔 아들(하영진, 중2)이 또 태어났습니다.”

취재하던 기자는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하 목사는 “마저 해야죠” 하더니, 놀라운 ‘출산기’를 이어간다. 아이가 더 생기면 힘들다고 아내가 병원에서 조치를 취했는데, 또 아이가 생겼다. 이번엔 딸(하유진, 중1). 정말 끝인 줄 알았는데, 12년 지나서 또 늦둥이 아들(하원진, 20개월)을 주셨다.

하나님이 ‘덤’으로 주신 삶의 의미를 그는 잘 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십수년 간 봉사활동을 하며 사비까지 털어 1000여 명 환자를 섬긴 것, ‘이레지역아동센터’를 세워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것 등이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봉사 대상을 받았다. 12월 16일에 있을 크리스마스 공연을 위해 요즘 아이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그의 인생 드라마를 끝내며 궁금해졌다. 그 천사 같은 여동생은?

“예, 지금 남편과 만나 잘 살고 있어요. 딸 둘에 아들 하나 낳고 잘 살고 있어요. 천사지요, 천사. 하나님이 제게 보내주신 천사.” <객원기자=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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