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의 냉기, 교회가 사랑의 온기로 덥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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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의 냉기, 교회가 사랑의 온기로 덥혀라
  • <객원기자=이성원>
  • 승인 2013.10.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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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맞아 우리 시대 감사의 의미를 돌아본다
▲ 감사가 사라진 시대, 봉사의 삶을 통해 감사의 생활화를 실천할 수 있다. 사진은 한국교회봉사단의 봉사 현장.

물질보다 영적 가치에서 행복 찾는 신앙태도 회복해야

최근 복구공사가 끝난 숭례문 단청이 벗겨져 부실 공사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한 노인의 방화로 시작된 숭례문의 비운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보급 보물을 이런 지경에 몰아넣은 방화의 동기가 토지보상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사실이다.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 역시 불만이 큰 동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신경민 의원은 ‘묻지마 범죄’의 현황을 공개했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26건, ‘현실불만’이 20건, ‘음주’가 11건으로 조사됐다. 이 모든 원인의 뿌리에는 원망과 불만이 서로 얽혀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삶의 질은 높은데 감사는 바닥
우리 사회에 감사보다는 원망이 감정의 기류를 형성하게 된 배경에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겪는 ‘입시지옥’은 곧 취직의 어려움 때문에 ‘입사지옥’으로 이어진다. 취직을 하더라도 저임금과 고물가, 전세난과 높은 월세로 인해 늘 쪼들리는 삶을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공직자들의 비리, 끔찍한 강력범죄는 시민들을 절망과 두려움, 분노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감사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3월,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18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3 인간개발지수(HDI)’를 보면 한국은 3년 연속 12위를 기록했다.

‘인간개발지수’는 국민소득, 교육수준, 평균수명, 영아사망률 등의 통계를 기초로 국가별 ‘삶의 질’을 지수화해 비교한 지표다. 1990년 32위였던 한국은 20여년 새 20계단이나 뛰어, 삶의 질이 가장 빠르게 향상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됐다.

그러나 삶의 질에서 12위를 한 한국은, 비슷한 시기의 미국 갤럽의 국가별 행복도 설문조사에서는, 148개국 중 97위에 그쳤다. 객관적 통계를 바탕으로 매긴 삶의 질은 상위권인데,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바닥이다. 생활수준의 높이만큼 감사가 뒤따르지 못하는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물질욕심 가장 높아
이렇게 소득과 만족이 불일치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물질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그 원인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1년 조선일보, 한국갤럽,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한국, 핀란드, 미국, 캐나다, 덴마크, 호주, 브라질,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10개국 5190명을 대상으로 행복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나는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이(7%) 10개국 중에서 가장 적었다. 브라질(57%)이 가장 높았고, 2위는 베트남(49.1%), 그 다음이 미국(29.0%), 캐나다(27.7%), 말레이시아(26.8%) 순이었다. 특히 그 불행의 이유가 ‘안보의 위협’과 함께 ‘재물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났다. 1인당 GDP 2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13위인 한국인은,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는 대답이 7.2%에 불과했다. 한국인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도네시아 국민 중 44.2%, 베트남 국민 중 20.8%가 ‘행복은 돈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답한 것에 비하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세계 2위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꼽은(49.3%) 나라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1위였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저출산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돈’이었다. 한국은,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출산을 선호하는 유일한 나라였다.

지난 해 11월 말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국의 20•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해 ‘미혼 남녀 행복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미혼 남녀들은 행복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족(5.7%)이나 우정(3.3%)이 아니라 경제력(36.8%)을 꼽았다.

여러 경제지표와 설문조사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인은 많은 경제적인 성취를 이뤄냈지만 그에 비해 현실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경제적인 조건이 행복의 척도가 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성공과 행복을 경제력으로만 평가하는 이런 물질주의를 계도해야할 한국교회마저도 ‘물질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전도라든가 성전건축과 같은 교회의 당연한 활동마저 세상 사람들에게는 교세확장을 통해 교회가 더 많은 물질적 소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현실이 이것을 반증한다. 한국 교회의 오래된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기복신앙’ 역시, 설문조사에서 물질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온 한국인의 특성과 맥을 같이 한다.

‘불구하고’의 감사 회복해야
오랫동안 가정 상담사역을 해온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삶의 조건에 종속되는 감사와 행복은 결코 끝이 없다고 지적한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부부들이 서로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는데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에 불평과 원망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독버섯처럼 그 가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송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면서 사는데, 행복한 사람은 가진 것을 사랑하며 살고 불행한 사람은 가지지 않는 것을 사랑하며 산다”면서 “문제는 이미 가진 것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감사가 나오지만 가지지 못한 것만을 사랑하며 살면 감사가 있을 수 없고 더욱 불행한 삶으로 가게 된다”고 진단했다.

송 목사는 “이번 추수감사절을 맞아 ‘명절자식’같은 ‘절기감사’에서 매일감사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153 운동’을 제안했다. 지난 2010년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시작한 153운동은, 하루에 한번(1) 선한 일 하기, 하루에 다섯(5)가지 이상 감사거리 찾고 잠들기, 하루에 세 번(3) 크게 웃자는 운동이다. 또 구역예배 등 교회의 모든 모임에서 지난 한주간의 감사거리를 나누는 기회를 통해 감사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없던 감사도 창조해내는 교회
사회에 팽배한 원망과 불만의 정서에 대해서도, 크리스찬치유상담원의 정태기 원장은, “사람이 사랑을 깊이 받으면 감사를 느끼고 반대로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부모, 선생, 친구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면 불만이 쌓이고 마음에 분노가 일어난다”면서 “교회는 바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어 감사를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한 지역교회의 사례에서 이런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분당에 있는 한 교회에 등록한 새신자가 갑자기 남편과 사별하게 됐다. 큰 충격으로 실성한 듯 보였던 이 여자를 교회 교인들이 지켜주며 함께 울어주었다. 교대로 그 여자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운 일들을 도와주었다. 지금은 그 ‘미친 것 같았던’ 여자가 그 교회의 여신도회장이 되어 오히려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상처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사랑을 주면 그 사람이 나중에 다른 아파하는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치유자가 된다”고 말하는 정 원장은 “교회가 오늘날 바로 이렇게 감사할 수 없는 곳에서 감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추수감사절을 나눔의 기회로 삼는 교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서울광염교회와 경기도 성남의 선한목자교회는 매년 추수감사절 감사헌금을 전액 모두 구제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먼저 감사의 삶을 생활화한다면, 그동안 우리사회를 차갑게 만들었던 원망의 냉기가 포근한 사랑의 온기로 변하는 추수감사절의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객원기자=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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