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닮은 협동조합으로 농업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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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닮은 협동조합으로 농업 지키자”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9.0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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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쌀 전면개방 따른 대응 논의

국내 소비량 1%로 시작한 쌀 의무수입 내년이면 8.3%로 늘어
생명 살리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와 도농 협동조합 설립이 대안

1995년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우리나라 농업은 사실상 위기를 맞았다. 수입산 농산물이 식탁을 장악하고, 실의에 빠진 농민들은 농업을 포기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당시 쌀에 대한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매년 의무수입을 단행했다. 처음 국내 소비량의 1%(약 5만톤)에 불과했던 쌀 의무수입은 관세유예 만기가 돌아온 2004년에는 국내 소비의 약 4%에 해당하는 20만 톤에 달했다. 재협상을 통해 다시 10년의 유예기간을 얻어낸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는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 식량 자급률 OECD 국가 중 ‘꼴찌’

2005년 22만 톤으로 시작된 쌀 의무수입. 재협상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에는 약 40만 톤으로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에 8%를 차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다시 관세유예를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 쌀시장 전면 개방의 불안감에 휩싸인 농촌은 벌써부터 생존을 건 사투를 시작하고 있다.

쌀 자급률이 2010년 104%에서 1년 만에 83%로 주저앉은 한국 농업. 다른 식량자원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은 44.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다. ‘그깟 쌀 수입 좀 하면 어떠냐’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먹을 것을 얻어내지 못하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수입쌀이 몰려오고, 우리 농촌은 농업을 포기한 채 자생력을 잃은 후 세계적인 흉년으로 식량난에 처하는 현실이 닥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 때가 되면 수입으로도 배를 채울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한다. 이것이 지금 농업의 현실이다.

그리고 현실을 이겨내고 우리 스스로 살아갈 길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교회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주최로 열린 농촌선교정책토론회에서 김정택 목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친환경쌀특별위원장)는 “전 교인이 참여하는 쌀 전면개방 저지운동과 초대교회를 닮은 먹을거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 공산품으로 분류된 먹거리

농산물 전면개방의 위기는 농촌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강화군 감리교회와 성결교회 성도들은 “친환경 농업을 살리자”는 외침을 지속해왔다. 친환경농업은 땅을 살리고 몸을 살리는 생명의 농법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먹거리는 ‘공산품’으로 취급하는 경제논리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

김정택 목사는 “현재 세계식품체계를 주도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은 모든 먹거리를 공산품과 똑같은 상품으로 취급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 싼값에 공급하는 것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싼값에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위험성을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김 목사는 “공산품으로 취급되는 농산물은 생명을 살리는 밥상을 파괴해왔으며, 사람 목숨에 필요한 필수요소인 곡물까지 장악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창조질서를 위배한 결과물이다.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경제논리가 농업에 적용되면서 씨를 뿌리고 거두는 창조의 순리가 파괴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 목사는 “자급과 자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고 GMO가 점령한 농산물을 다시 논밭에 뿌리고 다양한 곡물을 선물하는 논으로 땅의 생명을 회복시켜야할 의무가 기독교인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 초대교회를 닮은 협동조합

농업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우선 ‘쌀 전면 개방 저지운동’을 꼽은 김정택 목사는 이어 ‘초대교회 닮은 먹거리 사회적 협동조합’ 건설을 주장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필요를 스스로 제공하는 협동체’의 목적을 지닌다. 자급의 정신이 깔린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 운동에 ‘초대교회’를 적용한 것은 기존가치에 대한 종속을 거부한 초대교회의 정신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피조물(율법, 제도, 국가, 민족)을 신격화하던 기존의 풍조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탄생했다. 평화를 심기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그리고 부활로 우리도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여주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복음임을 믿고 하나님의 왕국을 간절히 소망하며 시작된 공동체다.

김정택 목사는 “돈과 자본의 신격화를 거부하고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자급하고 자치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리교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감리교부터 초대교회를 닮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과 함께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안전한 밥상으로 통해 건강한 몸을 지키자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외침이다. 이것을 넘어 우리 콩의 회복과 소비, 콩으로 생산되는 가공식품의 소비 등으로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목사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시의 소비가 함께 일어나야 하며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연대, 사회적 협동조합의 전국 네트워크 조직 등 교회가 참여하는 상생운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은 2015년 쌀 전면개방의 위기 앞에서 먹거리 협동조합운동과 친환경 농산물 소비 운동 등을 적극 전개할 방침이다. 훈련원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듯 농부들도 우리의 생명안전과 건강을 주는 생산자”라며 “교회가 하나님을 섬기듯 농부를 섬기고 농촌을 살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 소비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 이용과 협동조합운동을 제안한 감리교는 가까운 농촌과 도시가 하나의 권역으로 광역권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후 기초단위까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농촌의 건강하고 안전한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대안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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