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갑을관계, 사랑의 ‘갚을관계’ 회복해야
상태바
교회 안의 갑을관계, 사랑의 ‘갚을관계’ 회복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8.13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새벽이슬, 제9회 개혁과 부흥 컨퍼런스 통해 '성경적 갑을관계' 모색

대리점주를 향한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폭언, 포스코 임원의 스튜어디스 폭행,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등 최근 한국 사회는 불평등하고 위압적인 ‘갑을관계’에 대한 폭로와 비판으로 얼룩졌다. 사실 ‘갑’과 ‘을’의 관계는 자유로운 계약관계에서 양 당사자를 일컫는 말이지만 갑과 을의 사이를 규정짓는 힘의 관계가 출발선에서부터 불평등하게 설정됨에 따라 양자의 관계는 단순 계약 당사자가 아닌 ‘상하주종’의 관계로 왜곡돼 우리 사회는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 부끄럽지만 한국 교회 안에도 불평등한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상하주종을 넘어 ‘협력공존’을 지향하는 갑을관계는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복음적사회선교를위한 새벽이슬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성경적 갑을관계’를 주제로 제9회 개혁과 부흥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교회 안에 만연된 왜곡된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협력공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다. <편집자 주>

종교적 권위로 무장된 교회의 갑을관계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
을의 위치에서 고통받는 평신도ㆍ여성ㆍ사회적 약자ㆍ부교역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해 '갑‘이 ’을;‘의 종이 되어 섬겨야

‘갑의 횡포’는 힘을 가진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가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갑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의 현상인 것이다.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인간군상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성경에서도 갑의 횡포와 을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죄를 지은 이후부터 하나님을 등지게 됐고, 약육강식, 우성열패, 승자독식과 같은 갑을관계가 형성됐다는 것. 즉, 사자가 소를 잡아먹듯이 ‘갑’이 ‘을’을 삼키며, 마음대로 ‘을’의 눈을 뽑는 모습으로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오 목사는 “강자가 약자의 눈과 이를 뽑는 인간의 실존을 한탄하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통해 갑과 을이 평등한 세상을 만드실 소망을 나타내시고,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언약과 율법으로 힘의 한계를 정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며 ‘갑’이 되기를 원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하주종의 갑을관계를 뒤집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갑을관계는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해답이 있다. 오 목사는 “자기애적 욕망에 사로잡혀 고통과 죄를 짓던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함께 죽고, 부활과 함께 새 생명으로 살아나 오직 고통받는 타자를 위해 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이른바 ‘갑’이 ‘을’의 종이 되어 섬기는 것이 성경적 갑을관계라는 것이다. 오 목사는 “갑이 을을 섬기는 새로운 삶은 단순한 윤리적, 도덕적 결단이 아니라 존재론적 변화를 말하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자기를 비우고, 낮추고, 버림으로 타자를 복되게 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조차 불평등한 상하주종의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더군다나 교회 안의 갑을관계는 종교적 권위로 무장돼 있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는 교회 안의 갑을관계를 △목사와 평신도 △남성과 여성 △사회적 강자와 약자 △담임목사(교단)와 부교역자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즉, 교회 안에서 평신도, 여성, 사회적 약자, 부교역자가 ‘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목사가 곧 교회다. 목사에게 복종하라. 목사에게 대항하면 저주받는다. 목사의 잘못은 하나님께서 직접 치리하신다 등 많은 목사들이 목사직과 구약의 제사장직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 평신도들은 목사의 권력 앞에서 희생자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또한 ‘을’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교회의 정착과 부흥의 주역은 여성이었고, 지금도 교회 안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별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여성 안수를 시행하지 않는 다수의 교단, 여성 목사와 장로를 차별하는 교회와 교단의 현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며 “여성을 단순히 ‘돕는 베필’, ‘갈빗대’, ‘교회에서 잠잠하라’ 등 세속적인 가부장주의에 갇혀 발생하는 남녀차별적 성경해석에 그 원인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형 교회에서 목회하거나 명문대나 주요 교단 신학교 졸업했고, 박사학위 소지, 유창한 영어실력, 방송 출연, 대외 활동 등으로 교회 안팎에서 인정받는 목사가 갑이라면 이에 해당되지 않는 목사는 을이다. 사회 내에서 CEO, 대기업 임원, 의사, 교수, 법조인 등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교인이 갑이라면 그렇지 못한 교인은 자연스럽게 을이 된다.

교단에 목매인 부교역자들도 을이다. ‘한번 찍히면 죽는다’는 교단조직에 얽혀 바른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전도사는 안수에 발목 잡혀 있고, 터무니없는 박봉에 헌신을 빙자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교회 내의 갑을관계를 청산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남 목사는 교회 정관 제정, 담임목사 임기제 실시, 평신도 설교제 시행, 올바른 성경해석, 여성안수 시행, 여성 총대비율 의무할당제 실시, 개방적 교단주의 확산, 교회연합운동 확대, 공동목회자ㆍ전문목회자로서의 부목사 제도 도입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섬김의 교회’, ‘약자의 교회’, ‘선교적 교회’라는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남 목사는 “한국 교회는 갑을관계가 아닌 서로 사랑의 빚을 갚는 ‘갚을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교회는 효율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추구하는 공동체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통해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라며 “교회는 근본적으로 세상의 갑을관계에서 피해를 당한 을들을 위한 곳이며, 갑을관계가 뒤집어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음의 세속화가 아닌 세속의 복음화를 위해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착취당하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을’ 중에 ‘을’을 말한다면 ‘자연’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갑’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병성 목사(환경운동가)는 “하나님은 인간에게 창조세계를 지키고 보존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무분별한 행동으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은 착취해야 할 ‘을’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며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음성을 들었던 예수님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환경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교회는 이제 미래 자손과 뭇 생명의 입장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갑’의 눈을 가져야 한다”며 “교회 성장에만 매달리고 있는 교회의 생태적 회심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생태적 회심은 거창한 환경 보호운동이 아니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시원한 한 줄기 바람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인식하는 것이다. 소리 없는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영혼의 귀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아닌 사회 내의 다양한 갑을관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안을 모색했다. 최근 전세값과 함께 치솟는 갑(임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세제도에 초점을 맞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월세화에 맞춰 개정하거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주택 사업의 인상률 상한과 임대기간 장기화 등 공적 의무의 부과 등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경제민주화 과정에서의 공정한 갑을관계 형성을 위해 불공정한 거래는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고, 공정거래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및 보완, 집단소송제 등 을들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 마련 등 ‘갑’이 불편해지는 대신 ‘을’이 제 몫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갑과 을 사이의 생산관계를 통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왜곡된 갑을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갑과 을 양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하주종의 관계를 극복하고, 협력공존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방안들이 제시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