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신학적 근거와 목표에 근거한 공공신학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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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의 신학적 근거와 목표에 근거한 공공신학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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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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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시영 교수 (남서울대)

교회를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며 소통해온 일은 과거 선교사들로부터 이어온 한국 교회의 소중한 자산 중 하나다. 사회적 요구와 함께 이러한 요소들은 특히 최근 들어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갈 요소 중 하나로도 인식된다. 특히 공공성과 윤리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 교회에 화두로 다가와 있다. 이와 관련 미래목회포럼은 최근에 제주도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 윤리로 무장하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 두 편을 정리해 실었다. <편집자 주>

교회와 윤리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할까. 이 질문은 목회자에게 어떤 윤리가 필요한가를 묻기보다 교회는 어떤 윤리를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목회 윤리에 대한 관심을 포괄하는 교회 윤리 성숙에 관한 성찰에 해당한다. 교회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전환시키려는 데에는 나름의 의도가 반영돼있다. 교회의 윤리적 성숙에 목회자의 윤리적 갱신과 성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목회 윤리를 명분으로 목회자들을 몰아세우기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교회다운 교회의 구현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기독교윤리학을 대표하는 두 가지 흐름이라 할 수 있는 공공신학과 교회윤리에 대한 개괄은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윤리적 성숙에 중요한 시사점이 되리라 본다. 어느 사이 한국 사회에서 공공성은 시민적 가치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적 시민사회의 전개과정에서 교회가 공공성에 무관심하거나 미숙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교회가 공공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됐다. 후버가 중심이 되는 유럽계열의 공공신학과 스택하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영미계열의 공공신학은 교회의 공공성과 기독교신앙의 공적 관심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공공신학을 구현할 교회의 모습은 섬김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포함한 글로벌 시민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섬길 것인가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교회가 지역사회의 복지문제를 비롯한 지역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대외협력의 형태로 교회가 생명윤리 문제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교단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고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형태로 섬김의 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교회 및 교단이 기독교시민운동에 참여하고 후원하는 일도 중요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섬김의 모델에서 섬김의 신학적 근거와 목표를 망각하고 교회를 사회적 기능을 위한 조직이나 사회 개선을 위한 보조기관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 섬김에서 찾되 복음적 영성을 사회봉사 및 정치적 행동의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시킬 위험을 경계해야한다는 뜻이다. 교회가 공공성을 구현한다는 것이 국가와 사회정책을 위한 보조자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시스템의 개선 및 공공의 오류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놓쳐서는 안 될 점이 하나 있다. 교회의 공공성을 말할 때 교회의 교회다움과 건강성에 대한 확신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공공신학은 교회 밖으로의 윤리적 관심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교회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교회 안의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교회 안의 공공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교회 밖의 공공성을 말한들,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말 것이다.

공공신학이 교회를 섬김의 모델로 상정하는 과정에서 우려되었던 섬김만능주의 즉 섬김에 집착한 나머지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염려를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은 하우어워스의 교회윤리에 잘 나타난다. 하우어워스의 관점을 요약하면 교회가 해야 할 윤리적 과제는 교회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교회의 본래 정체성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안타까움이 하우어워스의 윤리에 반영돼 있다.

교회의 윤리적 갱신과 성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회개혁의 비전은 종교개혁자들의 관점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개혁돼야 할 오늘의 교회가 놓쳐서는 안될 긴장감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 교회는 윤리적 성숙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우어워스의 교회윤리와 스택하우스의 공공신학이 주는 통찰을 응용하자면 교회는 복음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공성을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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