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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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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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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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노라!”(히포크라테스)

한강 입구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서울 전 지역으로부터 버려진 쓰레기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3시. K고등학교 1학년생인 진선린과 곽주병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버러진 건축자재 더미에서 집을 짓는 데 쓸 자재들을 찾는 중이었다.

하늘에서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매일 같이 쓰레기를 싣고 난지도에 오는 차들도 비 때문에 오지 않았다. 진선린과 곽주병은 서울 보광동에서 방 1칸을 세를 얻어 자취를 하고 있었다. 집주인 구진선은 6.25때 월남해 보광동 시유지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고 있었다. 보광동 시유지에는 무허가 건물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곽주병이 무허가 집을 짓기 위해 말뚝 4개로 구진선 집 옆에 박고 경계선을 만들었다.
선린이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문짝, 나무판을 고르고 있었다. 낡은 버려진 벤치에 한 청년이이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몸을 뒤틀면서 금방 죽을 것 같았다. 선린이 가까이 가서 보자 그는 비룡산 소생언에서 같이 놀던 이지원인 것을 알았다.

“어, 너 지원이 아니냐?”
“선린이구나, 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선린과 곽주병이 그를 데리고 이태원에 있는 장소망의원에 입원시켰다. 이지원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고물을 줍다가 다른 넝마주이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병원에서 이지원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병원 원장이 검사 결과를 말했다.

“학생, 이 환자는 장 손상이 심해서 더 이상 조치할 일이 없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게 해주고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네.”

침대에서 누워있는 이지원이 의사가 하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선린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먹구름 가운데 작은 구멍이 보였다. 구멍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병원에서는 이지원을 퇴원하도록 했다. 선린은 퇴원 준비를 위해 그의 자취방으로 왔다. 집주인 구진선이 말했다.

“학생, 자네 친구는 어떻게 되었는가?”
“의사선생님께서 가망이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안 되었구먼!”
“그런데 선생님, 지난 밤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무슨 꿈을?”
“어떤 흰 건물 안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수술을 하는 꿈을요.”
“그래, 학생이 수술을 하면 살 수가 있을 지도 모르겠구먼!”
“그래요?”
“그래, 사람이 죽고 사는 건 하늘에 달려 있다네!”

선린은 학비를 벌기 위해 서울사범대부속초등학교 3학년생 석은혜를 가르쳤다. 그의 아버지는 장군이었다. 그의 집에는 항상 헌병 백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선린은 석은혜 학생의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했다. 석은혜가 살고 있는 신당동과 이태원은 먼 거리는 아니였다. 불과 15분이 지나자 헌병 백차가 장의원에 도착했다. 선린은 원장에게 말했다.

“선생님 수술해서 이지원을 살릴 수 없을까요?”
“내 전문지식과 경험으로는 아무런 방법이 없네.”

선린은 이지원에게 갔다. 지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그의 빰을 적시고 있었다.
“선린, 나 죽는 거야?”
“아니야, 꿈이 있는 사람은 죽어서는 안 돼! ”

선린과 자취집 주인 구진선은 이지원을 헌병 백차에 태웠다. 헌병이 선린에게 말했다.
“어느 병원으로 갈 겁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우선 육군통합병원으로 갑시다!”

그는 말을 마치자 백차를 광화문 옆에 있는 육군통합병원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육군통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 당담 의사가 오늘은 일요일이라 수술할 외과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 전화를 걸다가 헌병에게 말했다. 헌병은 서둘러 차를 몰았다. 헌병차는 을지로에 있는 백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한 의사가 보호자를 찾았다.

“이 환자 즉시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한 의사가 선린을 보면서 말했다.
“수술을 하면 살 수는 있겠죠!”

선린이 말했다.
“학생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고 우선 입원수속부터 해요!”
선린은 원무과에 입원준비를 하러 갔다.
“학생이 보호잡니까?”
“예, 제가 보호잡니다.”
“입원 보증금이 50,000환입니다.”
“예?”

선린은 너무 놀랬다. 공무원 한 달 급여가 10,000환인데 5개월치 입원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때 6.25. 전쟁시 역전의 용사였던 구진선이 능력을 발휘했다.

“이 학생은 충청도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입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논 열 마지기와 소 5 마리를 키우는 부자입니다. 빨리 입원수속을 해주세요!”
“학생 그 말이 맞아요?”
원무과 직원이 선린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의 뒤에 서있는 구진선이 선린의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면서 재촉했다. 그가 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못하랴!
“예, 맞습니다.”
“그럼 소가 팔리면 받기로 하지요. 여기에 서명과 손도장을 찍으세요!”

선린은 수술실 앞에 섰다. 수술실 입구에는 “수술 중”이라는 붉은 불이 켜져 있었다. 선린은 한 편으로는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땅이 꺼질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이지원이 백병원에 입원한지 25일이 지났다. 그는 완치가 되었다. 이지헌의 병원비는 156,000환이었다. 원무과 직원은 선린을 볼 때마다 이지헌을 퇴원토록 독촉했다.

“학생 빨리 이지원을 퇴원토록 해요! 소가 안 팔리나요?”
“선생님,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도 없는 고학생에 불과합니다.”
“그럼 학생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단 말이요?”
“죄송합니다. 친구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극빈자 대우로 처리할테니 조금이라도 준비해 와요!”

선린은 이태원의 장소망 의원 의사를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멀쩡히 살 사람을 죽는다고 사형언도를 내렸다. 그것도 환자가 듣고 있는 자리에서!

그는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위반했다고 생각됐다. 선린이 이지원을 장소망 의원에 입원시킨 것은 그 병원이 좋은 병원으로 이태원에서 소문 나 있었다. 선린은 장소망 의원 원장을 찾아갔다.

“원장님, 이지원에 대한 진료기록을 복사해 주십시요!”
“학생, 그것을 어디에 쓰려고?”
“선생님께서 오진을 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네!”
“선생님께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위반하고 의사로서 본분을 잊으셨다면 저는 선생님을 고발할 것입니다.”
“나는 의사로서 할 일은 다 하였네.”
“선생님은 이지원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뺐었습니다. 즉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망각하신 것입니다.”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네!”
“선생님은 부유한 다른 환자들을 돌보고 수술비가 없는 가난한 이지원을 차별한 것도 의사로서 있을 수가 없는 처사입니다. 이지원이 수술을 하면 살 수 있는 데 이를 방치한 것입니다!”

장소망 원장은 학생 앞에서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는 선린을 향해서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평소 많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네! 이지헌의 장례비가 없다면 내가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네!”
“선생님, 이지원이 죽은 것이 아니라 수술하고 살아났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그게 사실입니다!”

장소망 의원 원장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20년가 의사로서 쌓아온 화려한 명예가 한 순간에 땅에 떨어지려는 순간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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