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문명과 예술적 광채 안에 숨겨진 추한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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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문명과 예술적 광채 안에 숨겨진 추한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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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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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그늘에 생명의 빛을, 카이퍼의 개혁주의 미학 (18)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높은 문명과 예술적 광채 안에 숨겨진 추한 이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비주얼을 갖춘 예술을 최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 치부할 때가 있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비주얼에 사활을 걸고 그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들의 작품은 뛰어난 이미지와 수사학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말초적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예술 안에는 이기심과 독선, 탐욕과 오만이 자리하기 쉽다.

또한, 예술 감상의 결과 남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도움이 되지 못해도 작가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합리적 사고의 수혜자라고 강변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예술적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거추장스럽게 느낀다. 카이퍼는 이러한 예술의 한 예로 그리스 예술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의 모습은 예술에 의해 확립된 생동감 있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그리스인들이 만든 신들의 이미지에는 메소포타미아의 우상들과는 달리 진짜 신으로 착각할 만큼 우수한 미적 기술이 동원되었다. 당시 건축가들과 조각가들이 갖고 있는 기교의 완숙은 예술가로서 자아의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명확하고 잘 표현하려고 고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 밀로의 비너스
예를 들어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는 여신 <아테나 파르테노스>, 빅토리 신전에 있는 <승리의 여신>, 프락시텔레스의 <헤르메스와 어린 디오니소스>, <밀로의 비너스> 등은 우아하고 아름다움이 스며있는 살아 있는 육체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 세계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높은 문명과 예술적 광채로 세계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을 정도다. 역사적으로 이 세계가 고대 미학의 산실이며 문화 예술의 요람으로 평가되어 왔으나, 카이퍼는 그것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훼손하는 추한 이념적 성향을 반대한다.

바울이 그리스 선교 당시의 일이다. 그리스 아테네는 다른 도시들보다 우상(조각품)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테네에는 아름다워 보이는 많은 예술품과 문명의 혜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는 우상의 제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곳은 웅장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신전과 알지 못하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단이 있는 도시였으며 우상들의 집산지였다. 이에 바울은 우상이 가득한 그리스 세계에 대하여 예술적 ‘대립’(antithesis)을 선언한다. 바울이 아테네에서 온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하였으며(16절)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위하는 우상들을 그들에게 알게 하였던 것이다(23절).

그래서 바울은 에비구레오와 스도이고 철학자들과도 쟁론할 수 있었으며 예술적으로 가장 새로 되는 것을 말하고 듣는 이외에 달리는 시간을 쓰지 않는 모든 아테네 사람과 거기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높은 문명과 예술적 광채 안에 숨겨진 추한 이념을 알려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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