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보이지 않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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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보이지 않는 유산
  • 운영자
  • 승인 2013.05.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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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에 수상한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단지 기도를 하기 위해 왔단다. 그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온 사람처럼 서로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어떤 사람은 진위연에게 다가와서 삼일원이 세워지게 된 일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캐물었다.

점식 시간이 끝난 후 기도원에 있던 사람들이 기도원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수상한 사람 중 한 명이 오른손에 리볼버 권총을 들고서 명령하듯 말했다.

“난 K서 경찰관이오! 조사할 사람을 임의 동행하고자 합니다. 불응하거나 도주하는 자는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그는 리볼버 권총을 든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옆에는 같이 온 두 사람이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벌벌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

그날 삼일원 수도사 진위연 같은 이세화와 기도하러 온 적우골 사람들, 그리고 이름 모를 사람들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들은 무슨 이유로 연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 기도하려 비룡산에 온 한 사람이 바깥에서 나도는 소문을 말했다.

“서울 백항련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재무담당 직원이 엄청난 돈을 횡령한 사건 발생했단다. 그가 횡령한 돈을 가지고 삼일원으로 도주해 어디엔가 은익했단다.”

몇 날이 지난 후 삼일원에서 연행되었던 진위연과 이세화, 적우골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선린의 아버지 진위연은 추레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몸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졌고 심한 기침과 고열로 앓아 누었다.

깊고 깊은 밤, 비룡산에는 몹시 바람이 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산 속 어딘가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린의 아버지는 온 몸이 불덩이처럼 되었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선린의 큰아버지 진재한이 이불을 당겨서 진위연의 머리까지 덮어주었다.

1분, 2분, 3분, 얼마 동안 적막함이 흐르고 있었다. 진위연의 기침소리도 멎었다. 선린의 큰 아버지는 이불을 걷고 동생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는 다시 동생의 손목을 짚어 보았다. 잠시 후 그는 선린의 어머니를 향하여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선린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선린의 어머니의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선린이아버지 일어나세요!”

선린은 두 팔을 뻗어 아버지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린은 큰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이불을 덮는 바람에 아버지가 숨을 쉬지 못하여 돌아가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큰아버지를 향해서 소리쳤다.

“아버지를 살려 내세요! 어서 아버지를 살려 내세요!”

선린은 발버둥을 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삼일 동안 혼수 상태에서 앓고난 후 깨어났다. 그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의 옆에서 그의 어미니와 공주에서 오신 아버지의 의형제인 양선용 아저씨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이제 우리가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형수님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큰집(진위연의 형 진재한의 집)을 위해서는 논, 밭, 과수원까지 마련해주면서 정작 가족을 위해서는 남겨 놓은 것이 없잖아요!”
“형님께서 저에게 가족을 부탁하셨어요!"

진위연과 양선용이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 일이었다. 진위연이 HC경찰서 유치장에 구인되었다. 고향 사람들은 진위연이 그의 형 진재한에게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사기쳤다고 그를 고소하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유치장에서 있는 양선용은 어머니가 몇날째 먹지 못해 굶주리는 것을 참다 못해 남의 집 쌀을 훔치다가 검거되었다.

며칠째 구금 상태에 있었던 양선용은 평소 대단히 허약한 체질로 먹는 것이 부실해 거의 죽을 지경에 처해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진위연은 자신의 콩밥을 먹지 않고 그에게 주어서 먹게 했다. 그 후 그들은 의형제가 되었다.

양선용은 경찰서에서 석방된 몇 년 후 논을 사고 밭을 샀다. 그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은 그가 열심히 노력해서 자수성가 했다고 말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그가 어떤 귀인을 만나서 큰 은혜를 받은 것이라고 하였으나 누가 도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어디에 계셔요?”
선린이 깨어난 후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좋은 데 계신다.”
선린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곳이 어디에요?”
“소생언이라는 곳이다.”

선린의 어머니는 그를 그의 품에 꼭 껴안으셨다. 진위연은 41세의 젊은 나이에 경찰의 구금에서 풀려난 후 7일만에 그의 부인과 두 남매를 두고 삶을 마감했다. 그의 유해는 그가 평소 아름다운 동산으로 만들려고 하던 소생언에 안장되었다.

선린의 아버지는 과묵한 성격으로 아들에게 별 말이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그는 선린을 데리고 소생언에 갔다.

진위연이 아들을 데리고 삼일원을 갈 때는 항상 그가 앞에 걷고 선린이 뒤를 따르게 하였다. 선린의 집에서 소생언으로 가는 길은 3km 떨어진 가파른 산길이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수풀이 우거졌다.

“선린아, 힘드냐?”
“아니요.”
“내가 너를 업고 올라가마!”
“싫어요, 아버지!”
“왜 그러냐?”
“저는 다 큰 소년입니다.”
“네가 컸지만 그래도 너는 내 아들이다! 어서 업혀라!”

선린은 아버지의 명령에 쑥스럽지만 마지못해 등에 업혔다. 선린이 그의 아버지 등에 업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등은 넓고 따스했다.

“선린아, 자느냐?”
“아닙니다. 아버지!”
“선린아, 너는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
“저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아느냐?”
“모릅니다. 아버지.”
“첫째로, 정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웃에게 빛을 비추는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이것이 진위연이 그의 아들과 가진 마지막 대화였다. 선린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선린의 아버지가 그 가족에게 남긴 것은 비룡산 적우골에 있는 오두막 집 한 채가 전부였다. 물론 진위연이 그의 부인에게 맡긴 선린이 장성한 후에 보여주라는 책 몇 권도 있었다.

선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양선용 아저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선린의 집을 찾아왔다. 찾아 올 때마다 쌀과 필요한 곡물을 지게에 지고 왔다. 선린의 아버지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펴져나갔다. 적우골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만날 때마다 진위연이 남긴 유산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진위연씨가 살아있을 때 많은 재물을 어디에 숨겨 놓았답니다.”
“그럴리가 있습니까?”
“선린의 집에 자주 찾아오는 의동생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모릅니다. 누구입니까?”
“전에 감옥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합니다.”
“몇 개월 전에요?”
“아닙니다. 진위연씨가 여러번 감옥에 갔다 왔다 했답니다. 감옥에서 나온 후 도망쳐 이곳으로 왔답니다.”
소문은 끝임없이 퍼져 나갔다. 진위연을 신뢰하던 사람들이 그의 유족을 찾아 올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너희들 잘 들어라!”
어머니는 선린과 그의 누나에게 말했다.
“예, 어머니!”
“우리는 이제 비룡산을 떠나야 한다!”
“어머니 우리가 여길 떠나면 집이 없는 데 어디서 살아요?”
선린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집은 불타면 없어지는 것이란다. 우리가 여기 있어 할 일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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