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신학 정립, ‘편견’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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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신학 정립, ‘편견’부터 버려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5.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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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밀연 - 제9회 장애인신학 세미나 개최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계, 동정과 자선 아닌 우정과 연대
‘환대’의 신학으로 교회와 신학교 장애인 적극 고용해야

성경에는 장애와 관련된 구절과 단어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장애와 관련된 성경적 입장은 ‘하나님은 장애인을 사랑하신다’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그만큼 장애인과 장애의 문제는 한국 교회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복지와 선교의 한 영역이다.

하지만 현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여전히 장애인들은 다양한 편견과 차별, 무관심, 소외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교회로 하여금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장애인 사역에 헌신토록 하기 위해 ‘장애인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여 년이 넘게 장애인 복지와 선교에 헌신해 오고 있는 세계밀알연합(이사장:이근민 목사)도 지난 25일 총신대 사당캠퍼스에서 ‘제9회 장애인신학 세미나’를 통해 다시금 장애인 신학 정립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장애신학의 구성 가능성을 모색한 이동영 교수(웨신대)는 장애신학의 정립을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들은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건강한 자와 병든 자라는 건강 이데올로기적인 이분법으로 구분 내지는 분리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자선의 관점에서 동정하는 논리를 장애신학이라는 이름으로 구축해서는 안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요청되는 정서는 동정이 아닌 우정이며, 관계 또한 자선이 아닌 연대”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신학의 주체로 고려되는 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문제를 신학적 주제로 취급하되, 단지 장애인을 위한 자선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대하고 연합하는 신학 및 신앙공동체의 형성을 지향하는 신학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신학 정립을 위해서는 삼위일체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등 전통적인 신학이 존중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했던 전통적인 교회를 설득하고, 교회의 관심과 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감과 신뢰와 반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생산적인 신학적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승원 교수(총신대)는 장애인은 하나님 나라의 주역임을 피력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우신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과 능력은 장애인에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장애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주역이 되는 방편은 아니지만 장애를 넘어선 장애인의 능동적 역할이 하나님 나라의 주역으로 만들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에서는 장애인은 단지 어떤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된 지체로서 그의 몸을 세우는 방편이며, 장애인을 돕는 사람 자신이 성숙해지며 하나님 나라를 체험하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승익 목사(함께하는교회예수마을)는 ‘환대’(손대접)의 신학이 장애인신학의 활발한 논의와 진보를 위한 성경적 근거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환대의 신학은 사회적 약자인 나그네, 즉 장애인을 진정 사랑하고 환대할 것을 잊지 말 것을 권면하고 있다. 또한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을 예수님을 대접하는 것과 동일시하고 있다. 성경 또한 우리로 하여금 나그네에 대한 환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장 목사는 “소외와 차별, 낙인 당하며 살고 있는 장애인에게 생명과 평화의 공간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환대”라며 “정부에서 하는 복지와 환경 정책은 장애인에 대한 환대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장애인들이 이동할 때나 공공기관에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나 교육의 현장 등 모든 시설 및 환경이 장애인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교회 또한 마찬가지다. 장 목사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교회의 모든 시설, 공간과 예배환경을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며 “장애인이 세례받는 것과 성찬식이 참여하는 것 등에 대한 최우선적인 배려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회의 예식과 교회법이 장애인과 맞지 않아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조항이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로 교회가 장애인을 환대하는 것”이라며 “의무적으로 장애인 교역자를 교회가 청빙해 함께 사역하는 것, 신학교가 장애인을 교수로 고용하는 것, 신학교 커리큘럼에서 장애인신학과 관련된 과목을 한 과목 이상 필수 과목으로 편성하는 것이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희년을 위한 환대”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신학은 장애인들의 인권 보장에도 일익을 감당해야 한다. 이계윤 박사(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 고문)는 “그동안 장애인은 그 개념이 ‘차별의 대상’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발전해왔지만 ‘인간으로서의 장애인’ 개념으로는 발전돼 오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 단체들을 논의를 하면서 인권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장애인 인권의 문제는 ‘신학적 인간학’의 문제”라며 “성경에서 제시하는 사회 속에서의 인간은 누구이며, 장애인은 어떤 사람인가를 신학적으로 조명하는 것이 바로 신학적 인간학의 과제”라고 피력했다.

이어 “예수님은 ‘장애’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히 여기셨다”며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인권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세상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오늘날 한국 교회는 장애인의 인권을 포함해 가난한 자, 약한 자의 인권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범성 교수(실천신대), 김이석 교수(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김옥기 교수(나사렛대), 이재서 교수(총신대), 김희석 교수(총신대) 등도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일반사회복지와 기독교사회복지의 인식 차이 △전적타자의 하나님과 열망의 존재론 △요한복음 9장의 제자도 신학과 재활선교 공동체 △예수님의 장애치유 함의와 선교적 효과 △이사야서에 나타난 장애 관련 표현의 신학적 함의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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