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도덕성, 목회자 의지와 양심에만 맡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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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도덕성, 목회자 의지와 양심에만 맡겨선 안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5.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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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목사, 샬롬나비 학술대회서 현대 교회의 구조적 문제점 지적

“바른 목회적 틀과 제도 없이 개인이 받은 은혜로만 죄를 넉넉히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것은 오만이며, 환상이다. 한국 교회 도덕성은 목회자의 의지와 양심에만 맡기는 것 자체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회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18일 백석대 목양동에서 ‘한국 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제6회 학술대회서 ‘한국 교회의 도덕성’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서 목사(양지평안교회)가 이같이 강조했다.

박 목사는 한국 교회의 비도덕성은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목사를 비도덕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구조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은 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 교회 자체가 이미 도덕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지성과 영성의 불화, 성적충동에 대한 무지, 성도들의 퇴행과 집단주의, 병리적 이상화와 나르시시즘 등 도덕적 담보를 보장할 수 없는 현대 교회의 구조를 일일이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의 윤리문제가 불거지는 사안은 대체적으로 대형 교회 슈퍼스타 목사들의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형 교회 목사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누미노즘(numinosm, 신성한 체험)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신적 체험에 현실과 의식 수준에서 타협되고 정리되지 않으면 샤머니즘 또는 이단이 될 수 있고, 믿음과 삶의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교회 목사의 경우 스스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성적 유혹이 더 강하게 작동될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자신의 성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어떻게 승화시켜 나가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기도와 은혜로운 생활로 해결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대다수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성적인 유혹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며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론을 중심으로 성적 욕망은 모든 남성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자신의 성 문제를 어떻게 승화시켜 나갈지 잘 알고 있어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는 하나님이 특별히 자신만을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사용한다는 일종의 ‘나르시시즘’ 없이 목회에 힘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큰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집단정신과 성령의 역사, 지도자에 대한 이상화가 건강한 것인지는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교회 공동체 지도자는 성도들로부터 받은 이상화를 마냥 삼켜 자기애를 마음껏 드러내며 팽창주의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성도들에게 받은 이상화를 돌려주고, 창조적인 삶을 살게 해주며 동역자로서 하나님의 뜻을 함께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목사는 “모든 공동체에는 회칙과 정관이 있다”며 “목회자들의 무의식 안에는 항상 과시하고 인정받고 찬사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무시간적으로 출렁이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욕망을 막을 구조적 장치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 도덕성 문제를 목회자의 의지와 양심에만 맡기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 교회는 인간 욕망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사역으로 승화될 수 있는 장치와 도구를 찾고, 성장과 성화의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한 김영한 박사는 “한국 교회 개혁의 핵심은 교회 지도자의 개혁이며 이를 위해 제도적 개혁과 지도자 개인의 철저한 하나님 면전에서의 첫 사랑과 사명감의 재발견이 요청된다”며 작은 교회 운동, 봉사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 전환, 중도덕 신학 정립, 목회자 윤리 각성 및 자정 운동, 기복신앙 추방, 청교도적 신앙의 회복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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