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나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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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놀이,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나들이랍니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4.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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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 한국밀알선교단 강서지부 가족들이 지난 18일 봄을맞아 벚꽃 나들이에 나섰다. 여의도공원-한강-윤중로로 이어진 벚꽃 나들이에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한국밀알선교단 강서지부와 함께한 '벚꽃 나들이'

‘일상’이라는 말. 그저 바깥을 거닐고, 영화를 보러 극장에 향하고, 누군가와 만나 식사를 하는 것.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다시 또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에 대해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 17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갑작스러운 ‘번개’예요. 내일 벚꽃구경 가는데, 함께 가실래요?”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였지만 단 몇 초의 고민도 없이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궁금했다. 장애인들의 일상과 그들의 문화생활, 그들의 벚꽃놀이 그리고 그 속의 그들의 표정이.

# 섬김, 장애인
시간 맞춰 도착한 여의도공원. 많은 인파들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한 그룹이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한국밀알선교단 강서지부의 사람들이었다.

들고 간 카메라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 부단장에게 건네는 명함에 호기심을 보이며 자기도 달라는 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까지 20여명의 장애인들 그리고 그들의 활동보조인과 강서지부 관계자까지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밀알선교단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예배사역과 함께 여름과 겨울 캠프를 진행하는 장애인 대상 선교단체다. 또 월간지로 밀알보를 발행해 장애인들의 삶을 세상에 나누고 있다.

김형식 부단장은 강서지부를 맡아 사업을 진행하는 책임자다. 그런데 다른 단체의 책임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 책임자라면 일의 전반적인 부분을 살피고 지시하는 일을 할텐데, 장애인들의 사소한 요구와 점심식사 후 뒷정리까지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의 섬김의 모습을 보며‘이게 밀알의 정신이구나’ 생각됐다.

누구 하나 편안히 쉬려는 이는 없었다. 함께 나눠먹을 과일을 챙겨온 정유미 씨는 연신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선사했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들은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어리숙함을 거들어주며 ‘몸이 불편하면 마음까지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려주고 있었다.

# 이동권을 보장하라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한강변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바깥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과 벚꽃놀이에 나선 수많은 인파,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자전거들은 휠체어가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주는 듯 했다.

휠체어 행렬이 지나갈 때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휠체어에 소통이 불편한 길을 지나며 내뱉는 험한 말까지 모처럼만에 나온 그들의 외출은 ‘눈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재빨리 이동하는 한 사람. 종로밀알선교단의 조수정 간사(사랑의교회)였다. “예전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졌죠. 돌아다니는 것도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지하철이나 대중교통들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바깥 외출에 큰 부담이 없어요. 저는 종로밀알선교단에서 재정관리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는데, 제가 일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장애인’하면 늘 집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는 편견이 아직까지 있는 듯 해요.”

▲ 벚꽃나무 아래서 멀리 한강을 바라보는 이석희 간사와 종로밀알선교단 조수정 간사.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저상형 버스까지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전동휠체어의 보급으로 웬만한 곳까지는 스스로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공공시설에는 장애인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장애인편의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의무가 된 것도 장애인 이동권에 큰 기여를 했다.

이날 나들이에 함께한 한국밀알선교단 운영이사 윤동수 집사는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며 “장애인을 도와야하지만 나서지 못하는 우리의 자세가 바뀔 때 비로소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 그들이 원하는 것
최근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뉴스는 장애인등급을 2단계(중증, 경증)로 단순화 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기존의 장애인등급제가 장애인들에게 낙인효과와 수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표한 정부의 입장이었다. 매년 4월 이면 각 지자체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한편에서는 이런 세태에 대해 “쭉 잊고 살다가 장애인의 날만 되면 생색을 낸다”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늘 소외되어있던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단 하루”라며 감사를 전하기도 한다.

강서지부 임성애 책임간사는 “장애인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라며 “예전에는 장애인들이 먹는 것도 힘들어 그들에게 먹는 것을 전하는 것이 섬김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이 충족돼 기본적인 것 보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장애인들을 섬기는 단체들이 거의 없어 교회들이 그 몫을 담당했었는데, 요즘에는 워낙 단체들도 많고 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선교는 더 힘들어진 것 같다”며 “이에 비해 교회는 정체되어있다. 보통 장애인들은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로 나누는데, 지적장애인들이 예수님을 얼마나 아는지 어렵다. 이들에 대한 교회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 교회 속 장애인
한강을 지나 국회의사당 뒤편 윤중로로 향했다. 걸어갈수록 사람들을 늘어만 갔다. 지적장애인 박 씨는 갑작스레 “한국 교회에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이런 부분이 서운하다. 교회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그. 진심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종로밀알의 조수정 간사도 교회에서 불편했던 과거 일을 회상했다.

“지금은 사랑의교회를 다니는데, 많은 친구들이 도와줘서 불편한 것은 없어요. 그런데 예전 다니던 교회에서는 조금 불편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니라 저를 바라보시는 분들이요. 함께 대예배를 드리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어르신들이 좀 불편해 하시더라고요.”

임성애 책임간사는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부서를 없애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장애인과 통합예배를 드린다는 면에서는 희소식일지 모르나,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소식일 수도 있다.

“장애인사역은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어요. 그리고 꾸준하게 투자해야 하는데, 드러나는 것이 없으니 축소하는 추세죠. 예수님은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시며, 그들의 병까지 고치셨는데, 예수님을 닮아간다고 말하는 크리스천들은 이 부분에서는 예수님을 닮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의 달 4월에 주는 관심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진심, 그리고 꾸준한 관심이었다.

# 윤중로 벚꽃 아래
무거운 짐을 들고 걷는데 조수정 간사가 전동휠체어 뒤에 짐을 싣고 가라며 배려한다. 혹시라도 짐이 무거워 휠체어가 나가지 않을까 걱정돼 거절했는데, 괜찮다며 기어코 짐을 싣는다.

도와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장애인에게 도움을 받으니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잠시 쉬는 시간 정유미 씨는 자신보다 불편한 이석희 간사 입에 감자칩 하나를 넣어준다. 배울 것이 많은 장애인들. 그들에게서 요즘 보기 힘든 ‘배려’를 배웠다.

▲ 정유미 씨가 자신보다 불편한 이석희 간사의 입에 감자칩을 넣어준다.
좋은 날, 벚꽃 길 아래 휠체어 행렬이 지나간다.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담뿍 담겼다. 보통 몸이 불편한 이를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그에 비해 마음에 병이 든 현대인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나절 함께한 한국밀알선교단 강서지부의 가족들은 어쩌면 현대인들보다 더욱 건강한 마음을 가진 듯 했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뒤에서 밀어주는 ‘행하는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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